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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본인을 봉화산 같다 해···언론개혁 의지 확고"
입력 2019.05.22. 17:43 댓글 0개"盧, 언론개혁 감당해야 할 숙명이라 생각"
"정치개혁 필생 숙제로 생각하고 도전해"
【서울=뉴시스】한주홍 기자 =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앞두고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가 노 전 대통령이 재임기간에 직접 작성한 메모를 공개한 가운데 노 전 대통령 보좌진들이 22일 노 전 대통령과 관련한 기억을 소개했다.
앞서 뉴스타파는 국가기록원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친필 메모 266건을 21일 공개했다.
참여정부 당시 대통령비서실 연설비서관으로 재직했던 강원국 작가는 22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나와 "노 전 대통령 본인이 자주 하셨던 말인데 '봉하에 나는 산맥이 없이 우뚝 솟은 그냥 봉화산 같은 존재다, 산맥이 연결돼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며 "(봉화산은) 벌판에 그냥 서 있고 주변과 연결이 안 돼 있다. 그러니까 그 한 마디가 본인의 당시 처지나 상황을 잘 대변해주는 것 같다. 그 말을 들을 때 정말 짠했다"고 말했다.
강 작가는 노 전 대통령의 연설 스타일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실제로 연설문 없이 한 연설도 많았다. 그건 정말 메모만 가지고 연설했던 것"이라며 "연설문을 미리 준비해도 현장 분위기에 맞춰 즉석에서 연설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강 작가는 노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스타일에 대해서는 "두 분 다 말과 글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거기에 시간을 들였던 분들"이라며 "다른 점은 김 전 대통령은 본인의 말과 글을 역사나 기록으로 생각하셨던 것 같고, 노 전 대통령은 당대에 현재 시점에서 청중에 무게중심을 뒀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강 작가는 "노 전 대통령은 기록물로 넘길 때 뭘 가리지 않았다. (불리한 건) 전혀 가리지 않고 다 넘기는 걸 전제로 했다"며 "그것 때문에 공격을 받을 수 있는 걸 왜 모르셨겠느냐. 그렇지만 기록을 남긴다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그걸 가려서 (남기려)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 작가는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친필 메모에조차 교정·교열한 것을 인상적인 부분으로 꼽았다. 그는 "메모에서도 교정·교열을 보셨더라. 국민은 복수이기 때문에 '들'자가 붙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들'자를 빼셨더라"고 말했다.
공개된 메모에는 언론에 관한 것도 많다. 2007년 3월 작성된 메모에는 "식민지 독재정치하에서 썩어빠진 언론" "그 뒤를 졸졸 따라가고 있는 철없는 언론" 이라는 날선 비난도 등장한다.
강 작가는 "노 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언론의 역할, 사명이 막중하다고 생각하시고 그에 비례해 언론이 바로 서야 한다고 생각하셨다"며 "그래서 언론개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정말 확고하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작가는 2004년 탄핵 정국 당시 일화도 전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내가 지금 사과하면 탄핵 면해줍니까? 그래서 사과하면 봐주고 사과하지 않으면 탄핵되는 겁니까'라고 물어보셨다. (그리고) '그런 사과라면 하지 않겠습니다. 그런 입에 발린 사과 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그 대목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강 작가는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대해서는 "그 대목에서도 노무현다웠다고 저는 생각한다"며 "(노 전 대통령은) 시도하고 도전하고 미래를 향해서 나아가고 역사의 진보를 믿고 몸을 던지고 늘 그랬다. 어떻게 더 계산하고 실패할까, 이런 걸 두려워하고 이런 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실 행정관, 홍보기획비서관으로 재직하며 재임 기간 5년 내내 노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부분 처음 본 메모들이다. 메모 대부분이 회의나 행사를 앞두고 당신의 마지막 말을 정리했던 내용"이라며 "(재임 시절) 메모를 몇 번 봤는데 놀라운 게 그냥 친필로 바쁘게 쓰신 것 같은데 메모 내용과 대통령 연설 내용이 거의 비슷하다"고 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이 같은 메모하는 습관이 그의 철학과도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 대통령은 말로 정치를 하는 거다, 말이 권력이다, 말을 성의있게 해야 한다는 철학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의 '외로이 떠 있는 대통령'이라는 메모에 대해 김 의원은 "우리 사회가 학벌, 네트워크 하다 못해 진보진영 운동권 연고라도 있지 않느냐"며 "그런데 노 전 대통령은 부산상고를 나오고 고졸 변호사로 평생 일하다가 민주화운동에 참여하면서 그 연고를 중심으로 움직여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리고 대통령까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되고 보니까 '깜이 아니다, 이단아다, 자격이 없다'는 논란들이 1년 내내 계속 되는 걸 보고 '시민들의 뒷받침이나 인정, 선택만 가지고도 안 되는구나' 하는 절박한 느낌을 많이 가지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언론 관련 메모에 대해서는 "2007년 즈음 노 전 대통령이 내가 언론하고 싸웠다고 생각하는데 싸워서 대통령 정책도 잘 추진하지 못하고 이게 과연 잘 한 거냐고 자문하시더라"며 "여러가지 비판도 많았지만 '노무현이 역사적으로 감당해야 할 숙명이야'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 분 철학의 뿌리가 뭔지에 대해 고민해봤는데 권력에 대한 철학이 아주 확고한 분"이라며 "언론이 권력이라고 보는 거다. 언론이 4부로 (권력인데) 노 전 대통령은 더 센 권력이 국민이라고 생각하는 데 딜레마가 있었다"고 전했다.
또 "권력과 또 다른 권력이 결탁하면 결국 국민이 피해자고 민주주의가 뒤틀린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셨다)"며 "검찰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의 명령을 받는 기관이지만 검찰도 권력인데 검찰 권력과 대통령 권력이 결탁하고 뒷거래를 하면 나라가 잘못 가고 국민들이 피해자가 된다, 권력과 권력 간 서로 분립하고 견제해야 한다는 철학이 확고했다"고 덧붙였다.
'멀리 내다보는 일, 시스템을 고치는 일'이라는 메모에 대해서는 "(노 전 대통령은) 정치가 대화와 타협의 정치로 갈등과제를 합의해내는 능력이 안 생기면 대한민국 국정을 못 푼다, 저출산 문제나 교육 개혁을 못 푼다는 확고한 신념이 강하다"며 "사실 그래서 헌법 개정·선거법·대연정 문제 등 정치개혁을 필생의 숙제로 여기고 도전을 하신 거다. 그래서 시스템을 고치는 일의 궁극적 목표는 정치를 바꾸는 것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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