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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은지 "연기 잘하면 연기돌, 배우로는 안 봐준다"

입력 2019.05.22. 15:45 댓글 0개
영화 '0.0㎒'에서 빙의 열연
정은지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연기돌'은 더이상 신조어가 아니다. 노래하고 춤추는 아이돌 그룹 멤버가 연기를 하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다.

그룹 '에이핑크' 멤버 정은지(26)는 드라마 '응답하라 1997'(2012) '그 겨울, 바람이 분다'(2013) 등에서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이며 '연기돌'로 주목받았다.

'0.0㎒'으로 스크린 첫 주연까지 꿰찬 정은지는 "한 번도 도전해보지 못한 장르다. 큰 화면에서 보여지는 연기가 어떨까 싶었는데, 떨린다. 쑥스럽기도 하다"며 웃었다.

아이돌은 TV 드라마·영화 등의 배역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연기돌을 향한 대중의 시선도 전보다 부드러워졌다. 하지만 어설픈 연기 탓에 구설수에 휘말리곤 한다.

"모두가 열심히 한다고 생각한다. '응답하라 1997'로 연기 첫 발을 내딛었다. 내가 아이돌이 아니었으면 그렇게까지는 사랑받지 못했을 것 같다.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이 있으니까 극대화된 것 같다. 그런 부분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연기자들은 시작이 연기자이기 때문에 대중이 '연기자'라고 생각하고 보지만, 아이돌 출신은 연기를 잘 해도 최고의 연기돌이 된다. 최고의 배우로는 보지는 않는다. 더 많은 아이돌 연기자들이 잘 됐으면 좋겠다. 그런 시선을 바꾸고 싶은데, 내가 스타트를 끊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실력이 뒷받침되어야겠다."

올해 처음 개봉하는 한국 공포영화다. 그룹 '인피니트' 멤버 성열(28), 탤런트 최윤영(33)·신주환(33)·정원창(30) 등이 출연했다. 초자연 미스터리 탐사동호회 회원들이 흉가에서 겪는 이야기다.

"시사회 때 영화를 처음 봤다. 클래식한 공포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스크린 주연작을 공포 장르로 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연기적인 변신을 위해 이 작품을 택했다. "나에게 들어오는 역할이 다 비슷했다. 밝고 긍정적인 캐릭터, 캔디 같은 역할만 들어왔다. 굳세어라 금순아 같은 느낌이라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가 첫 도전이고, 캐릭터 자체도 변신할 수 있는 기회라서 좋았다. 경력이 비슷하진 않지만, 비슷한 또래의 배우들과 함께 함께 할 수 있는 분위기도 좋았다. 많이 친해졌다."

영화 '미스터 주부퀴즈왕'(2005) '고사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2010)을 연출한 유선동(43) 감독의 신작이다.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이 영화는 웹툰과 좀 다르다. 독자로서 먼저 접했다. 좀 달라진 상태에서 시나리오가 왔다. 기존 작품의 마니아들은 더 예민하게 보기 마련이다. 나도 낯선데 재밌게 봐줄 수 있을지, 잘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싶었다. 최윤영이 연기한 윤정 역할을 할 줄 알았는데, 소희 역을 제안받았다. 대중에게 다르게 보여질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느껴졌다."

정은지의 배역은 귀신을 보는 '소희'다. "감독이 나에게 많이 맡겨 줬다. 자유롭게 생각하라고 했다. 연기하면서 늘 경상도 사투리만 했는데, 전라도 사투리를 써서 신선했다. 상상력이 많이 필요했던 것 같다. 소희가 무당 집안의 아이다. 귀신이 계속 보이는 상황이다. 굉장히 예민한 인물이겠다 싶었다."

기이한 현상을 다루는 공포물인 만큼 준비가 필요했다. 캐릭터를 위해 영화 '엑소시스트: 사탄의 부활', 예능 '신 엑소시스트' 등을 봤다. "처음에는 굉장히 어렵게 다가오더라. 지인을 통해 무속인을 소개받고 자문도 했다. 어떻게 생활하는지 전해듣고 만나서 대화를 나눴다. '신 엑소시스트'를 정말 많이 봤다. 접신을 했을 때 몸을 떨고 특유의 제스처가 있더라. 그런 것들을 참고하기도 했는데, 내 모습이 낯설었다. 느끼고 있는 것을 연기로 보여줘야 하니 걱정됐다. 주변에서 격려해줘서 고마웠다.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도 든다."

정은지는 2011년 에이핑크 멤버로 데뷔했다. '파이브' '내가 설렐 수 있게' '미스터 추' '노노노' 등의 히트곡을 냈다. 에이핑크는 많은 아이돌이 겪은 '7년차 징크스'까지 깼다.

"데뷔 10년 안에 걸그룹 멤버들이 흩어지는 현상이 속상하다"고 털어놓았다. "연습생 생활을 길게 했어도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기간이 짧다. 대부분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에 일을 시작한다. 살아온 시간의 거의 절반을 가수로 살다가 다른 것에 도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게 너무 아쉽다. 요즘에는 해체를 선언하지 않고 일시적으로 활동을 중단한다고만 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음악 방송에 가면 에이핑크가 제일 연차가 많다. 가수로 인식이 되어서 오래 가면 안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서로 윈윈하고 같이 오래 활동하면 좋겠다."

연기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무대에서는 몸의 에너지를 쓴다. 연기할 때는 머릿속을 헤집어놓는 기분이 든다. 사람 진을 빠지게 하는 매력이 있다. 뇌에 신선한 자극을 주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호흡을 맞춰보는 것이 즐겁다. 상대방이 내가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연기했을 때 재미있다. 연기 멘토는 없지만 힘이 되어준 사람은 많다. 현장에서 선배들이 연기에 임하는 자세를 보면 신기하다. 연기에 삶이 녹아 있다. 아직 나는 내공이 부족하다. 노희경 선생님이 잘 모르겠으면 대본을 많이 읽으라고 했다. 그게 답인 것 같다."

스크린에서 꼭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를 묻자 "가족 영화를 한 번 해보고 싶다"고 했다. "부담도 되고 걱정도 되겠지만 그만큼 나에게 플러스가 될 것 같다. 내가 아이돌 출신이기도 하고 여태까지 밝은 이미지의 배역만 했었기 때문에 새로운 표정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 이번 영화를 하면서 나에게 이런 표정이 있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앞으로 새로운 도전을 많이 해보고 싶다. 로맨스는 늘 하고 싶다. 액션 연기도 해보고 싶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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