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병철, 소심한 복수 "수술용 장갑 벗어서 돌려줬다"
입력 2019.05.22. 14:12 댓글 0개드라마 ‘닥터 프리즈너’
【서울=뉴시스】최지윤 기자 = 김병철(45)은 주연의 맛을 처음 봤다. 최근 막을 내린 KBS 2TV ‘닥터 프리즈너’에서 엘리트 의식으로 가득 찬 의사이자 서서울 교도소 의료과장 ‘선민식’으로 분했다.
데뷔 16년 만에 주연을 맡아 안정감이 들었지만, 조·단역을 할 때보다 분량이 많아진만큼 “잘 소화해야 겠다”는 부담이 컸다.
선민식은 악의 축을 담당했다. 선민의식이 강한 인물이지만 “굽힐 때는 확실하게 굽힐 줄 알더라. 다양한 면이 공존하는 지점이 흥미로웠다”고 짚었다. 선민식은 지방대 출신 의사에서 교도소 의료과장이 된 ‘나이제’ 역의 남궁민(40)과 대립했다. 함께 극의 중심을 잡아야 해 “의지를 많이 했다”고 귀띔했다.
“남궁민씨는 경험이 풍부하고, 연기 고민이 깊더라. 이런저런 시도들을 많이 해 본 게 느껴졌다”면서 “잠깐 쉴 때도 같이 연기하는 장면, 좋아하는 연기자 등에 대해 얘기했다. 내가 고민한 지점을 이미 연구해 대처하고 있더라. ‘역시 베테랑이구나’라고 느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닥터 프리즈너’는 시청률 15%(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넘으며 인기몰이했다. 하지만 중후반부부터 선민식보다 태광그룹 총괄본부장 ‘이재준’(최원영)의 활약이 돋보였다. “선민식이 생각한 것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 아쉬웠다”고 하는 이유다.
“첫 주연작이 완벽하게 성공적이었다고 말하긴 어렵다. 메인 악역이 전반부는 선민식, 후반부는 이재준으로 나눠졌다. 대충 윤곽은 있었지만, 후반부는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는 극본이 나와 있지 않았다. 사실 나이제, 선민식, 이재준이 끝까지 힘의 균형을 이룰 거라고 생각했다. 시청자들이 세 지점을 왔다갔다 하면서 긴장감이 유지되길 바랐다. 점이 두 개면 단순한데, 세 개면 좀 더 복합적으로 여러 가지 상황이 나올 수 있으니까. 선민식의 무게가 조금 약해져서 아쉽다. 여러 선택지가 있었을 텐데, 시청자들의 반응에 따라서 한 게 아닐까.”
최원영(43)과 연기하며 자극을 많이 받았다. 전작인 ‘SKY캐슬’(2019)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지만, 부딪히는 신이 많지 않았다. 최원영이 좋은 에너지를 준다며 “극본에도 나와 있지 않은 연기를 하더라.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연기를 해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고 감탄했다.
2회에서 선민식과 이재준이 만나는 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당시 이재준이 센터장 자리를 약속했는데, ‘왜 안 죽냐. 조용히 하고 따라와’라고 하며 흰 장갑을 벗어서 선민식의 재킷 주머니에 넣었다.
“장갑을 벗어서 재킷에 넣는 건 극본에 없었다. 되게 기분 나쁜 행동이지만, 갑과 을의 관계에 있어서 선민식이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언젠가는 내가 꼭 돌려줘야겠다’고 마음먹고 꾹 참았다. 16회에서 이재준이 쓰러졌을 때 선민식이 수술용 장갑을 벗어서 돌려줬다. 극본에 없었고 꼭 수술용 장갑을 안 껴도 됐지만 ‘이 때 돌려주면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황인혁 PD가 플래시백으로 2회 장면도 넣어줬다.”
김병철은 2016년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특전사 중령 ‘박병수’ 역으로 주목 받았다. 이후 ‘도깨비’(2016~2017), ‘미스터 션샤인’(2018), ‘SKY캐슬’(2019)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운이 좋았다”고 해도,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있다. “극본이 가지고 있는 힘을 믿기 때문”이다. ‘스토리가 얼마나 흥미로운지’가 가장 중요하다. 누가 뭐래도 지금의 김병철을 있게 한 작품은 ‘태양의 후예’다. ‘SKY캐슬’ 빼곤 모두 김은숙(46) 작가의 작품인데, “‘SKY캐슬’ 때도 잘 봤다고 연락이 왔다. 작가님 신작 ‘더 킹: 영원의 군주’에도 출연하냐고? 아직 전달 받은 게 없지만, 하고 싶다. 연락 한 번 해야 하느냐”며 웃었다.
조·단역부터 주연으로 성장한 자부심은 없다. 그저 열심히 했고, 더 잘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기쁠 뿐이다.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다. 아, 이 말 좀 별론데 앞으로도 열심히 하고 싶다. 표현의 폭이 확실히 넓어졌지만, 다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과 작품에 대한 책임감도 생긴다. 내 역할만 보면 안 되니까.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계속 주연했으면 좋겠다. 30번 정도 하면 더 잘하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김병철은 하반기에도 열일 행보를 이어간다. tvN 새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의 주인공 ‘정복동’ 역을 긍정 검토 중이다. 그렇다고 연애를 멀리할 생각은 없다. “연애를 왜 뒤로 미루느냐. 앞으로 하고 싶다. 물론 결혼 생각이 있다”면서도 “내가 연애하는 걸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다. 열애설 나면 인정할 거냐고? 그때 가서 생각하겠다. 딱히 이상형도 없다. 그럼 ‘예쁜 여자는 싫다는 거냐?’고 하는데, 아이 좋다. 뻔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는데 말이 잘 통하고 편한 사람이 좋다”며 미소 지었다.
‘SKY캐슬’에서 부부로 호흡한 탤런트 윤세아(41)와 실제 연인이 되길 바라는 시청자들도 많다. “윤세아씨와는 아무 사이가 아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내일 모레 연인이 될 수도 있지 않느냐. 근데 그럴 가능성은 없다. 정말 좋은 동료다. 훌륭한 연기자라서 다음 작품에서도 만나고 싶다”고 바랐다.
닮은꼴 영화배우 조우진(40)과는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조우진은 김병철이 맹활약하는 모습에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조우진씨는 원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 않느냐”면서 “바쁘니까 (작품 들어와도) 다 못할 것 같다. ‘내가 해도 될 것 같은데, 비슷한 나는 왜 안 부르지?’라는 생각도 했다. 나한테 좀 줬으면 좋겠다. (웃음) 나중에는 조우진씨보다 먼저 나에게 제의가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병철은 계속 ‘흥행 배우’ 타이틀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나라는 사람에 갇히고 싶지 않다. 나를 부정하는게 아니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한 사람이 고정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은 변하니까 나도 좀 더 적극적으로 경험해보고 싶다. 다양한 표현에 대한 바람이 강하다고 할까, 흥행 작품들에 어쩌다 보니 내가 있었다. 직접 끌고 온건 아니지만, 앞으로도 그런 자리에 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바라는 게 너무 많나.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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