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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피하려 해외이주 급증?…실제이주자 오히려 감소

입력 2019.05.21. 19:11 댓글 0개
통계상 해외이주신고 2.7배 증가했지만
기존 해외 영주권자들 신고 급증이 원인
실제 해외이주자는 전년대비 소폭 감소

【서울=뉴시스】김광원 기자 = 최근 해외이주 신고가 1년만에 2.7배 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국의 높은 상속·증여세를 피하기 위해 자산가들이 한국을 떠나는 사례가 늘었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2018년 외교부에 해외 이주를 신고한 인원은 2200명으로 2017년 825명에 비해 1375명 증가했다. 기존에 해외에서 살다 현지 영사관에 신고한 ‘현지이주자’는 제외한 수치다.

2017~2018년 형태별 해외이주신고자 현황. 출처: e-나라지표 외교부 해외이주통계(2018년까지)

21일 통계청이 운영하는 ‘e-나라지표’에 따르면 2018년 해외이주신고자는 2200명으로 보도 내용과 일치한다. 전년 대비 증가폭도 일치한다.

얼핏 보면 정확한 보도처럼 보이지만 이는 증가 내용을 정확히 보지 않아 생긴 통계상 착시현상이다. 해외이주자가 급증한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

외교부가 해외이주자를 구분하는 형태는 크게 4가지다. 배우자나 해외에 사는 친족을 따라 이주하는 연고이주, 외국기업에 취업해 이주하는 취업이주, 이민알선업자 등이 이주국의 허가를 받아 진행하는 사업이주(예: 투자이민), 그리고 앞 사례에 속하지 않는 기타이주.

2018년에는 전년 대비 연고이주가 76명 증가했고 취업이주는 78명 감소, 사업이주도 5명 감소했다. 그런데 기타이주 항목만 1461명으로 전년에 비해 1382명이나 증가했다.

이는 대부분 2017년 말 해외이주법 개정안 시행으로 인해 뒤늦게 외교부에 신고한 기존 해외 이주자들이다.

이전에는 해외 영주권을 가진 한국인에게 신분증명용으로 거주여권을 발급했다. 그런데 2017년 12월 21일부터 거주여권제가 폐지되면서 이들에게도 일반여권을 발급하고 해외이주 신고대상에 포함한 것.

외교부 재외동포영사기획관은 “일반여권을 발급받은 영주권자들이 외교부에 이주신고를 한 것이 통계에 포함되다 보니 해외이주자가 급증한 것처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2018년 기타이주자로 분류된 1461명 중 실제로 국내에서 이주한 ‘독립이주자’는 66명이다. 나머지 1395명은 법 개정에 따라 해외이주신고를 한 기존 해외영주권자들로 보고 있다.

기타이주 항목으로 잡힌 1461명을 실제 이주자수 66명으로 변경하면 2018년 해외이주신고자수는 총 805명으로 2017년 825명에 비해 오히려 줄어들게 된다.

외교부도 기존 영주권자들의 신고건수가 통계에 포함되면서 착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외교부는 “해외에 거주하다 뒤늦게 신고한 인원을 해외이주자가 아닌 현지이주자 수치에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통계를 재정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자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는 주장은 어떨까. 현재 해외이주자가 부자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외교부에 따르면 해외 이주시 재산정보는 신고대상이 아니며 신고서 내용 외 별도 확인대상은 없다. 현재 해외이주 신고서에는 신고인과 동반자의 학력·직업·병역 등 기초적인 정보만 기입할 수 있다.

이주알선업체 고객사례를 토대로 해외이주 원인을 짐작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일부 고객 사례에 국한된만큼 전체 이주자들의 이주동기를 파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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