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국민 눈높이에 맞춘 쉬운 민법 개정 환영한다.

입력 2019.05.21. 17:51 수정 2019.05.21. 17:51 댓글 0개
오광표 법조칼럼 법률사무소 미래/변호사

일반인들이 “궁박하다, 해태하다, 최고하다” 는 말뜻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궁박하다”는 곤궁하고 절박하다, “해태하다”는 게을리 하다, “최고하다”는 촉구하다라는 뜻이다. 모두 재산, 친족관계 등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지만 일반인들은 알아듣기 힘든 용어다. 그럼에도 우리 민법에는 수십년째 버젓이 쓰이고 있다. 민법은 일반인들이 쉽게 알아야할 법임에도 일본식 표현과 한자어로 번역되면서 접근하기 어려운 법이 돼 버린 것이다.

어려운 한자와 일본식 표현은 1958년 민법을 제정할 때부터 사용면서 어려운 용어들을 쉽게 바꾸자는 요청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최근 법무부는 민법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어려운 한자와 일본식 표현을 쉬운 우리말로 개정하는 작업을 벌여 개정된 민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민법 중 총칙편 188개 조문 중 187개 조문의 용어와 문장을 알기 쉬운 말로 바꿨다. 일본식 표현인 민법 제117조의 ‘요하지 아니한다’는 ‘필요가 없다’로 바꾸고 어려운 한자어인 ‘장구’는 ‘장례 도구’로, ‘수취하는’은 ‘거두어 들이는’같은 쉬운 단어로 바꿨다.

필자도 처음 민법을 공부할 때 어려운 한자어 때문에 애를 먹었다. 이번 민법의 쉬운 단어 개정으로 옥편을 찾는 수고를 덜 수 있게 됐다. 또한 우리 민법 가운데 659개 조문이 일본 민법전의 조문을 그대로 직역한 것인데, 외계어같은 표현들을 우리에게 익숙한 표현으로 바꾼 것도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민법을 쉽게 볼 수 있도록 개정하는 것은 좋으나 한자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꿀 때 그 뜻이 정확한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다.

예를 들어 ‘상대방과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는 무효로 한다’는 조항이 있는데, 2015년 개정안에는 ‘상대방과 짜고 거짓으로 한 의사표시는 무효이다’로 개정했다. 여기에서 허위라는 의미는 ‘실제로는 약속 등을 지키지 않으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거짓’은 ‘진실’의 반대어일 뿐이라고 판단돼 허위를 유지하게 됐다. 그만큼 한자어를 우리말로 바꿀 때 그 정확한 뜻을 전달하는 것이 어렵다는 뜻이다.

문제는 법조인들의 의식 변화다. 그간 어려운 한자어나 일본식 표현에 익숙한 법조인들이 얼마나 쉬운 용어를 사용할지는 의문이다. 재판 할 때 변호사가 내는 서면이나 판결서 등을 일반인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효과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 또한 법률 문서는 여러 문장이 길게 나열된 경우가 많은데, 한자 단어를 우리말로 변경할 경우 문장이 더 길어지지 않을까도 우려 된다.

법조인들이 쓰는 문서는 글을 읽는 사람 누구나 같은 해석을 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한자어를 남용 해왔고 일본식 표현에도 익숙해져 있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습관적으로 한자어 등을 남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시대가 바뀐 만큼 법을 다루는 사람들이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고 편하게 표현하는 데 앞장서야 할 때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쉬운 우리말을 놔두고 한자어를 남발하는 것은 시대 착오적이다. 그런 바탕위에 민법개정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쉬운 민법 개정은 일반 국민들이 법률가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정쟁을 떠나 쉬운 민법 탄생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국민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민법은 소수법률가만의 것이 아닌 국민모두가 알아야 할 기본법이다. 따라서 당리당략을 떠나 국민 생활수준 개선차원에서 개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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