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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민 "盧 서거 공연 연출해 블랙리스트 올라…매일 후회"

입력 2019.05.21. 14:59 댓글 0개
"이명박·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올라 7~8년간 일 못해"
"4·27 남북정상회담 환송행사 때 15초간 암전…가장 짜릿"
"김정은 답방 준비 해놔…구체적·감동적인 메시지 줘야"
"선거 출마 제의 있었지만 사람은 잘하는 일 하면 된다"
"조국·유시민 정치 참여 지켜볼 일…개인 의지대로 안돼"
【제주=뉴시스】배상철 기자 =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이 15일 오후 제주대학교 아라뮤즈홀에서 ‘기획의 힘, 상상력의 힘’이라는 주제로 초청 강연을 하고 있다. 2019.05.15. bsc@newsis.com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은 21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공연을 연출한 뒤 고통을 겪었다며 후회한다고 밝혔다.

탁 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일반적인 대중음악 공연을 연출했던 사람이고 특별히 다른 꿈을 갖거나 방향성을 설정하지 않았었는데 그 공연 이후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휘말리면서 다른 일을 하지 못하게 됐다"며 "다른 일을 못하게 되면서 본의 아니게 지금까지 이렇게 쭉 흘러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탁 위원은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기간이) 7~8년 정도라고 기억하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블랙리스트, 박근혜 국가정보원의 블랙리스트, 박근혜 문화체육관광부의 블랙리스트 등 '블랙리스트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고 농담처럼 얘기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그 공연을 한 것에 대해 후회하느냐'라는 질문에 "매일 후회한다. 지금도 후회한다"며 "사람이 어떻게 후회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나는 상당히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이라 돌이킬 수만 있으면 하고 싶지 않았다는 생각을 매번 한다"고 답했다.

탁 위원은 '4·27 남북 정상회담 때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환송행사"라고 밝혔다.

이어 "연출가로서 가장 짜릿했던 순간은 미디어파사드(외벽영상)의 내용이나 도보다리 회담보다는 미디어파사드에 들어가기 전 두 정상 내외가 자리에 착석을 하고 10초에서 15초 정도 암전을 시켰던 것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모든 불을 다 끄고 암흑의 시간에서 15초 정도 가만히 있었다는 거는 경호 측면에서도 그렇고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상당히 놀라운 일"이라며 "서로간에 완벽한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암전을 하고) 판문점의 개구리 소리, 새소리 이런 것들을 15초 정도 듣고 있었는데, 그때가 아마 가장 평화라는 게 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탁 행정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위원장의 답방에 대비한 행사를 준비했는가'라는 질문에 "그 당시는 내가 안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라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놓고 준비는 다 해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오실지 안 오실지는 모르지만 오실 수 있다는 가능성만 있어도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준비를 해야 한다"며 "이게 내일 온다고 오늘 준비해서 될 일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북측 지도자가 남측에 온다는 것은 엄청나게 역사적인 사건"이라며 "'대대적으로 환영한다' 이 정도 수준이 아니라 남북의 평화를 위해서 우리가 아주 구체적이고 감동적인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장면은 준비를 해 놔야 한다"고 부연했다.

탁 위원은 '연출가 탁현민의 진짜 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대북 관련한 일을 하면서 한반도 평화가 곧 세계의 평화구나 라는 생각을 아주 구체적으로 하게 됐다"며 "그래서 앞으로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게 된다면 그것과 관련한 여러 기획들과 공연 등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선거 출마 제의가 있었느냐'라는 질문에는 "누구라고 말할순 없지만 있었다. 그때마다 똑같이 얘기한다. 사람은 자기가 잘하는 것을 하면 된다고 말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지금 내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무엇을 알리고 기획하고 만들어내고… 전부 플레이어로 뛸 수는 없는 것 아니냐. PD도 있고 연출도 있고 조연출도 있고 작가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선거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개인의 의지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 지켜볼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두 분 다 개인적인 성품으로는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저 따위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게 되는데, 그 두 분도 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피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은 개인적으로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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