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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받지 못한 '의붓딸' 피해아동 보호제도 개선 시급

입력 2019.05.21. 13:15 댓글 0개
가정 내 범죄 피해아동 격리·보호에 경찰 개입 권한 적어
"피해아동 보호·수사 등 전 과정 조율할 컨트롤타워 필요"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계부와 친모에 의해 숨진 여중생이 잇단 가정 내 학대 피해를 경찰에 호소했지만 제 때 보호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관련 제도를 조속히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선 경찰·학계 등은 공권력이 범죄 피해아동을 적극 보호할 수 있는 권한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아동보호·피해예방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기관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21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7일 자신의 성범죄 가해 사실을 신고한 데 앙심을 품고 친모 유모(39)씨와 공모, 딸 A(12)양을 숨지게 하고 유기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 상 보복살인)로 구속된 계부 김모(31)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김씨가 딸에게 저지른 성범죄 혐의(통신매체 이용음란·강간미수) 관련 수사도 같은 날 검찰에 송치됐다.

A양이 숨진 뒤에야 경찰의 성범죄 수사가 마무리되면서 경찰이 A양 보호에 소홀한 것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A양은 지난달 9일 친부와 전남 목포경찰서를 찾아 '김씨가 음란 영상물을 보낸다'며 신고했다. 사흘 뒤에는 계부의 성폭행 미수 피해 사실도 알렸다.

경찰은 친부가 지난 2016년 5월 A양을 체벌하다 접근금지 가처분명령까지 받았던 사실을 확인했다. 친모의 현 남편인 김씨가 2017년 11월 A양을 때려 입건된 기록도 검토했다.

그럼에도 경찰은 학대를 방관한 친모, 학대 전력이 있는 친부 사이에 놓인 A양을 전문보호기관에 맡기지 않았다.

계부에 대한 처벌 요구로 미뤄 A양 친부모가 충분한 보호 의지와 능력이 있는 것으로 경찰은 판단했다. 보복범죄 가능성도 낮게 봤다.

이후 목포경찰은 지난달 16일 관할지 규정에 따라 사건을 광주경찰에 넘겼다. 이 사이 아내 유씨(A양 친모)를 통해 신고 사실을 안 김씨는 살해 의사를 드러내며 유씨와 범행을 공모했다.

김씨는 지난달 27일 오후 6시30분께 전남 무안군 한 농로에 세워둔 차량 안에서 A양을 살해했다. 딸을 보호해야할 친모는 범행 직전 수면제 탄 음료를 A양에게 먹이는 등 오히려 범행을 도왔다.

수사를 맡았던 경찰 관계자는 "관련 수사와 A양 보호는 모두 절차와 규정에 따라 이뤄졌다. 절차는 사례 연구를 통해 수사 효율성·아동 보호 차원에서 마련된 것이다. A양을 보호하지 못해 유감이다"고 해명했다.

현재 해당 수사에 대한 직권조사를 마친 국가인권위원회는 절차 보완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자신의 성범죄를 신고한 중학생 의붓딸을 살해·유기한 혐의를 받는 김모(31·사진 왼쪽)씨가 1일 광주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고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이를 공모·방조한 혐의를 받는 친모 유모(39·오른쪽)씨는 전날 광주 동부경찰에 긴급체포됐다. 2019.05.01. sdhdream@newsis.com

일각에선 피해아동 보호에 허점이 많다며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여성청소년수사팀 소속 한 경찰 관계자는 "만 13세 미만 아동 범죄 수사는 진술 증거능력을 위해 상담·조사를 병행하고, 참고인을 모두 조사하기 때문에 수개월이 걸린다"면서 "수사 기간 만큼은 정서·신변에 영향을 줄 요인과 아동이 격리돼야 한다. 임의조항으로 가능한 경찰의 강제보호 조치는 재량이 크지 않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경찰은 "미국은 가정 내 아동범죄가 신고되면 피해 아동 격리보호부터 진행한다. 이후 아동을 전문기관에 보호하거나, 주기적인 가정 방문조사를 통해 2차 피해를 예방한다"고 말했다.

박주혜 호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초기 대응이 아쉽다. 숨진 A양이 과거 친부와 계부에게 학대받았던 정황을 고려해 아동보호전문기관이 A양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경찰도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경찰과 유관기관이 가정 내 아동범죄에 개입할 권한이 크지 않다. 가정 문제에 개입하길 꺼려하는 정서가 있어 주어진 권한을 제대로 활용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미국의 아동보호국처럼 피해 아동 보호와 수사 전 과정을 조율할 수 있고 강력한 권한을 갖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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