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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트럼프는 미치광이…혼란스런 메시지 보내"

입력 2019.05.21. 11:55 댓글 0개
이란 의회 외교위 위원장, CNN과 인터뷰서 비판

【서울=뉴시스】오애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이란 정치인이 "미치광이 대통령"이란 비난을 퍼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엄청난 힘'으로 응징하겠다면서, 정작 이란이 도발할 조짐은 없다며 서로 엇갈리는 발언을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의회 외교위원회 위원장은 20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미쳤다(crazy). 그의 정부는 혼란스럽다(confused)"며 "트럼프는 제재로 이란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우리 경제를 끝장내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건 모두 그의 상상이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가 자기에게 전화를 걸어주길 바란다고? 그는 미치광이 대통령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백악관 내에 서로 충돌하는 의견들이 많이 있다"며, 백악관 웨스트윙의 전쟁광으로 존 볼턴 국가안보 보좌관을 지목했다. 이어 "트럼프는 정책결정에 있어 균형감과 안정감이 없다. 따라서 우리는 혼란스러운 백악관을 상대하고 있다. 누가 백악관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르는 다양한 신호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트위터로 '이란의 공식적 종말'을 위협한데 이어 20일 기자들에게 만약 이란이 미국과 동맹국들을 공격할 경우 "엄청난 힘(great force)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하지만 "이란이 뭔가 큰 실수를 저지를 조짐(indication)은 없다"고 한발 물러서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런가 하면 20일 "만약 그들이 전화를 걸어오면 우리는 분명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가, 같은 날 트위터에는 "미국이 이란과 협상을 시작하기 위해 시도 중이라는 가짜뉴스가 있는데 이건 거짓 보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위와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란과의 막후접촉 움직임은 추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난 15일 이란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오만의 술탄 카부스 빈 사이드와 전화통화를 했다는 것이다. 유수프 빈 알라위 빈 압둘라 오만 외무장관은 20일 테헤란을 방문했다. 이란 국영 IRNA통신과 오만 통신은 압둘라 장관이 이란 측과 지역 문제 및 국제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혀, 미국과의 갈등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오만정부는 지난 4월 22일 트럼프 정부가 이란산 원유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발동한 이후 양국간의 갈등 중재에 나설 뜻이 있다고 밝힌 바있다.

한편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이미 지적된 적이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월 26일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협상 스타일을 분석한 기사에서 "그의 외교 전략은 닉슨 전 대통령이 활용했던 '미치광이 이론(Madman Theory)'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괴상한 듯 보이지만 때때로 여우처럼 영리하게 실익을 챙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치광이 이론'은 1969년 미국 닉슨 대통령이 당시 교착상태에 빠진 북베트남과의 전쟁을 끝내기 위해 핵 공격 태세를 갖추며 위협을 가하면서 사용한 외교 전략에서 시작된 것으로, 협상 상대자에게 자신을 미치광이로 인식시키면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 외교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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