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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조사단, 내홍…"파견 검사들, 조사 방해" 주장

입력 2019.05.21. 11:41 댓글 0개
과거사위, '장자연 의혹' 조사 결과 발표
조사단 총괄팀장 "너무도 참담하고 비통"
"소수 의견 검사 의견 대부분 결론 채택"
박준영 변호사 반박 글…"무책임한 비판"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지난해 12월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총괄팀장 김영희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12.19.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나운채 기자 =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진상조사단이 13개월에 걸친 '장자연 리스트' 조사를 마무리하고 최종 결과까지 발표했지만, 내·외부에서 빚어지는 갈등은 여전히 심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과거사위는 전날 배우 고(故) 장자연씨 관련 성범죄 재수사는 어렵다는 등의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4월 장씨 의혹이 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지 13개월여 만이다.

이와 관련해 진상조사단 총괄팀장 김영희 변호사는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글을 올려 "너무도 참담하고 비통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전날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도 출연해 조사단과 과거사위의 판단을 두고 "너무도 다른 점이 많아서 굉장히 놀랐고, 정말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 과거사 조사단은 독립성과 공정성이 우선되기 때문에 외부 단원이 중심이고, 내부 단원이라고 하는 검사들은 보조적인 역할에 불과하다"고 전제했다.

이어 "그런데 지금 조사단, 장자연 사건 조사팀의 조사 결과에서 소수 의견에 불과했던 검사들의 의견을 위원회가 이례적으로 대부분 결론으로 채택했다"며 "다수 의견은 완전히 묵살되는 결과가 됐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이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도 출연, "일부 검사들이 분명히 조사를 방해하고, 결과를 축소하는 데 분명히 많은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울러 "성폭행 부분이 수사로 넘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대검찰청도 어느 정도 뒤에서 조장하거나 봐준 게 있지 않나"라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과천=뉴시스】배훈식 기자 = 지난 20일 오후 경기 과천시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이 '장자연 리스트' 의혹 사건에 대한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9.05.20. dahora83@newsis.com

앞서 조사단 내부에서는 장씨 사건의 쟁점에 대한 의견이 갈려 최종 보고 과정까지 단원 간 치열한 격론이 벌어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특수강간 의혹 등에 대한 수사 권고 요청 여부를 놓고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단 일부는 장씨 사건에 대해 성폭력 혐의로 수사를 권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또 다른 일부에서는 핵심 증인이라 평가받는 윤지오씨가 의혹을 제기하니 기록을 세심히 봐야 할 뿐 혐의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조사단 소속 조기영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조사단의 조사 방식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런 일(성범죄)이 있었는지 여부를 수사 기관이 조사를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다수 의견이었다"며 "보통 성범죄의 경우는 피해자 진술 하나만 가지고 기소하는 경우도 있다. 이 사건도 어떻게 보면 본질이 그런 사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장씨)가 기록한 문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대해서 조사단이 할 수 있는 방식에 한계가 있는데 나타난 '(증거가) 충분치 않다' 이런 기준으로 판단한 거는 적절한 기준은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 변호사 등의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글도 올라왔다.

지난 3월까지 진상조사단에서 활동하며 김학의 전 차관의 '별장 성범죄' 의혹 등을 조사했던 박준영 변호사는 "장씨 사건 조사 결과를 놓고 외부 단원이 내부 단원인 검사들을 비판하고 있다"며 "내부 사정을 감안하면 무책임한 비판"이라고 SNS에 글을 올렸다.

【광주=뉴시스】구용희 기자 = 지난 2016년 11월17일 오전 광주고법에서 열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재심에서 16년만에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된 가운데 박준영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6.11.17. persevere9@newsis.com

박 변호사는 교수 2명, 변호사 2명, 검사 2명의 조사팀 구성을 설명하며 "팀에 소속된 교수들과 변호사들은 상근 근무자가 아니다. 본업을 하면서 조사단 업무를 병행하고 있다"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맡은 사건 기록을 완독한 외부 단원이 얼마나 될까. 사건 관련자들 조사 과정에 제대로 참여한 외부 단원이 얼마나 될까"라고 반문했다.

박 변호사는 팀별로 상근하는 검사가 당초 1명이었다가 1명이 더 채워진 것은 '외부 단원'들의 요구 사항이라고 지적하며 "기록을 제대로 보지 못한 외부 단원도 의사 결정에 있어서는 동등한 권한을 가진다"며 "기록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면 의사 결정의 논거는 빈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자신보다 기록을 더 많이 본 외부 단원이 있다면 그 사람의 의견에 동조할 가능성이 있다"며 "외부 단원 중에 '전화 등을 통해' 언론 플레이를 하고, 다른 외부 단원의 의사 결정에 영향력까지 행사한다면, 외부 단원 다수가 동조한 의견이라 하더라도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라 할 수만은 없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과거사위의 최종 발표에 대해 "이런 조사단의 문제점을 과거사위 위원들이 심의 과정에서 바로 잡은 게 장씨 사건 조사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변호사의 인터뷰를 지목하며 "조사단 내부 사정에 대한 언급 없이 외부 단원 다수의 의견이 무시됐다고 주장하며, 정치권과 시민이 나서야 한다는 취지의 무책임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변호사의 반박에 검찰 내부에서도 동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사단 측 요구에 따라 검사들을 파견한 데다가 조사의 독립성·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활동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음에도 사실상 책임을 '떠넘기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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