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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 지우기로 했다, 조미희 '자칭씨의 오지 입문기'

입력 2019.05.21. 11:39 댓글 0개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사람은 벽을 앞세우고 살아갑니다// 가끔 힘센 사람을 꿈꾸지만 늘 소시민입니다// 벽을 넘는 순간 도둑 아니면 혁명입니다'('벽과 등 사이에서' 중)

2015년 '시인수첩'으로 등단한 조미희의 첫 시집 '자칭씨의 오지 입문기'가 나왔다.

시 60편이 실렸다. 노력으로도 애씀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삶의 문제들을 시적 언어로 풀어냈다.

조 시인은 현실의 부조리를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다만 '겨울에서 오래도록 연체되고 있다'고 한다.

'지우개 사용법을 터득한 날 아침/ 먹구름을 지우기로 했다// 고시원 사각 벽면도 나도/ 지우개같이 변하는 내일은 공갈빵이야/ 한껏 용기를 주잖아/ 몰려다니는 축제는 어디서 새고 있나/ 저기 풀 죽은 사람 좀 봐/ 면접 시간도 꽃피지 못한 이력서도 다/ 자유롭게 지워지길 바랄게'('지우개를 사용하세요' 중)

'양 떼 같이 몰려오는 눈송이를 세며 눈을 감는다/ 오늘 꿈은 맑았으면 좋겠고/ 봄볕에 졸고 있는 햇병아리 한 마리 사고 싶다// 달이 성당 스테인드글라스로 반짝 떨어졌다'('달을 갉아 먹는 집' 중)

시인은 "시를 만나서 좋았다"고 했다. "가끔은 내 시가 멋질까. 못났을까. 전전긍긍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와 만나는 시간이 나는 좋다. 늘." 168쪽, 8000원, 문학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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