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성폭행 신고에 부부가 짜고 보복 살인

입력 2019.05.20. 16:53 수정 2019.05.20. 16:53 댓글 0개
10대 의붓딸 살해사건 재구성
여행가서 살해·유기 방법 등 구체적으로 모의
저수지에 버리거나 낭떠러지서 굴릴 까 계획도
수면제 처방받아 살해…유기 후 3차례 은폐
자신의 성범죄를 신고한 중학생 의붓딸을 살해·유기한 혐의를 받는 김모(31·사진 왼쪽)씨가 1일 광주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고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이를 공모·방조한 혐의를 받는 친모 유모(39·오른쪽)씨는 전날 광주 동부경찰에 긴급체포됐다. 2019.05.01. 뉴시스

경찰은 김씨 부부가 ‘의붓아버지 김씨에게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A양을 살해한 것으로 파악했다.

김씨는 올 초부터 A양에게 자신의 신체부위를 찍은 음란 영상과 음란 사이트 주소를 보내는 등 지속적으로 괴롭혀 오면서 지난 1월에는 광주 한 야산에서 A양에게 성폭행을 시도하기도 했다.

A양은 이 사실을 친부에게 알리고 지난달 9일과 12일에 목포경찰서를 찾아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친부는 이 과정에서 전 부인 유씨에게 신고사실을 알렸고, 이 말을 전해들은 계부 김씨가 ‘의붓딸 살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 부부는 지난달 12일 생후 13개월 아들과 함께 가족여행을 시작하면서 구체적인 살해·유기 방법을 구상하기도 했다. 경북 문경에서는 저수지에 시신을 유기하는 방법이나 낙석 구간에서는 돌을 굴려 시신을 떨어트리는 모의실험을 하기도 했다.

이후 유씨는 지난달 25일 순천에 들러 병원에서 2주 분량의 수면유도제를 처방 받았다. A양을 수면유도제 과다복용으로 살해할 계획이었다.

부부는 다음날 딸이 거주하는 목포에서 범행에 쓸 마대자루와 장갑, 노끈 등을 구입하고 지난달 27일 오후 A양을 불러 내 차량에 태운 후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먹였다. 무안군의 한 농로로 이동한 김씨 부부는 그곳에서 채 수면상태에 빠져들지 않았던 A양의 목을 조른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처음에는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살해하려 했으나 A양이 자다깨다를 반복해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고 진술했다.

당일 오후 8시 부부는 숨진 A양을 트렁크에 싣고 광주 북구의 자택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날인 28일 새벽 김씨는 모의한대로 홀로 경북 문경의 저수지에 시신을 유기하려다 실패한 뒤 다시 광주로 내려와 동구의 한 저수지에 A양을 유기했다.

부부는 같은 날 오전 11시 저수지를 찾아 가라앉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그물을 사서 다시 유기하려 했으나 두번째 시도도 실패했다.

A양은 이날 오후 2시 57분 인근을 지나던 한 행인에 의해 발견됐다.

A양은 발견 이후 3시간만에 신원이 확인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씨가 집 근처 지구대에 자수했다. 이영주기자 lyj2578@srb.co.kr

의붓딸살해 사건일지

◇2019년 4월

▲5일 친모 유씨, 계부 김씨 휴대전화 통해 딸 A양 상대 성범죄 사실 인지, 부부싸움

▲9일 A양·친부, 목포경찰서에 김씨의 통신매체이용 음란죄 혐의 진정서 제출

▲9일 유씨, 친부와의 통화 통해 신고내용 인지. 남편 김씨에 알림

▲12일 A양, 김씨의 강간 미수 혐의 추가 경찰 신고

▲12일 부부, 생후 13개월 아들과 가족여행 시작

▲14일 목포경찰, A양 피해사실 조사

▲15일 전남경찰청, 관할지 규정 따라 광주경찰청 사건 이관 지시

▲16일 목포경찰, 광주경찰청 사건 이관

▲16일 김씨·유씨 경북 문경 저수지 방문

▲17일 광주경찰청에 피해자 조사 기록 등기 우편 송달

▲23일 광주경찰청 최초 사건기록 검토

▲25일 오후 2시 부부, 전남 순천 병원서 수면제 구입

▲26일 낮 12시 부부, 생후 13개월 아들과 전남 목포(딸 거주지) 도착

▲26일 오후 1시 부부, 유씨 친정 방문

▲26일 오후 5시 부부, 목포시내 철물점·마트서 범행도구(마대자루·장갑·노끈) 구입

▲26일 오후 8시 부부, 목포지역 모텔 투숙

▲27일 오후 5시 친모 유씨, 목포버스터미널 주변 공중전화로 A양 불러내 차량에 태움.

▲27일 오후 5시5분 유씨가 A양에 수면제 탄 음료수를 건넴. A양 음료수 마심

▲27일 오후 6시30분 무안군 농로에 세운 차량 안에서 김씨가 A양 살해

▲27일 오후 8시 부부, 숨진 A양 트렁크에 실어 광주 자택 도착.

▲27일 오전 0시 김씨 홀로 경북 문경 저수지 유기 시도·미수

▲28일 오전 5시30분 김씨, A양 사체 광주 동구 너릿재 저수지에 유기

▲28일 오전 6시 김씨, 광주 북구 장등동·청풍동 인근에 범행도구(차량 블랙박스·장갑) 은폐

▲28일 오전 11시 부부 유기 장소 재방문, 숨진 A양 사체 재유기 계획

▲28일 오전 11시57분 부부, 낚시판매점서 그물 구입

▲28일 오후 광주 북구 자택에서 그물에 벽돌 매달아 재유기 도구 제작

▲28일 오후 2시40분 부부 유기장소 재방문, 재유기 미수

▲28일 오후 2시57분 행인, A양 사체 발견해 경찰 신고

▲28일 오후 3시5분 부부, 유기 장소에 3번째 방문. 출동한 경찰차 3대 목격 뒤 귀가

▲28일 오후 4시 김씨, 광주 북구 한 농수로에 그물 은폐

▲28일 오후 5시50분 경찰, 친모에 A양 사체 발견 통보

▲28일 오후 6시 김씨, 자택 인근 지구대에 자수 뒤 긴급체포

▲29일 경찰, 숨진 A양 부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의뢰

▲30일 오전 9시 유씨 살인 공모· 사체유기 방조 혐의로 긴급체포

▲30일 경찰, 김씨 살인·사체유기 혐의 구속영장 신청

◇2019년 5월

▲1일 김씨 구속, 친모 유씨 살인 공모·사체유기 방조 혐의 구속영장 신청

▲2일 검찰, 유씨 구속영장 청구

▲2일 오전 11시 유씨 첫 번째 영장실질심사

▲2일 광주지법, 유씨 구속영장 기각

▲7일 계부 김씨, 특가법상 보복범죄 혐의로 검찰 송치

▲13일 경찰, 보강 수사 마치고 유씨 사전 구속영장 재신청

▲15일 검찰, 유씨 구속영장 재청구

▲16일 오전 법원, 유씨 구인영장 발부

▲16일 오전 11시45분 경찰, 유씨 구인영장 집행

▲16일 오후 3시 유씨 두 번째 영장실질심사

▲16일 오후 6시45분 유씨 구속영장 발부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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