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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영화감독 차인표 "4만~5만명 정도 봐주면 제일 좋다"

입력 2019.05.20. 16:40 댓글 0개
전혜림 감독과 '옹알스' 공동연출
차인표(왼쪽), 전혜림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2015년 1월에 한국계 미국인 감독 벤슨 리의 '서울 서칭'이라는 영화로 선댄스영화제에 초청돼 갔다. 밤마다 네트워킹하려고 파티하지 않나. 아시아계 배우들이 할리우드에서 역할이 많이 없다보니, 관계자가 오면 우르르 몰려가서 (캐스팅을 위해 애쓰고) 그런 걸 봤다. 아시아 사람들이 프로듀싱을 하고 아시아 사람들을 써주면 어떨까, 그런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 이런 이유가 포함돼 영화사를 만들었다."

차인표(52)가 영화 '옹알스' 개봉을 앞두고 감독으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할만큼 하지 않았나. 25년을 한 직업으로 오래 했으니, 이제는 작게라도 후배들에게 일자리를 조금씩 만들어주고 싶다. 그런 사회적 채무도 있고, 그래서 더 만족감도 있다. 스타랍시고 대접받는 것보다 제작할 때가 더 좋더라. '조그맣게 해보자'란 생각으로 (영화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차 감독이 설립한 TKC픽처스는 성경 구절 '나라가 임하옵시며'(Thy kingdom Come)에서 따왔다. 그는 TKC의 의미를 설명하며 "가족들이 볼 수 있는 영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번 영화도 12세 안 나오고 전체관람가 나왔다. 센 영화들은 많이 나오니까. 현재 젊은 작가와 감독에게 이런 소재를 의뢰해 작업 중이다. 하나는 미국 작가가 쓰고 있는 AI에 대한 영화고, 하나는 기독교 다큐멘터리"라고 전했다.

공동연출인 전혜림(30) 감독은 차기작으로 "슬래셔 무비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공포영화의 하위 장르 중 하나로 살인마가 등장해 여러 희생자들을 덮치는 잔혹한 영화를 뜻한다. 전 감독은 "'봉평'(가제)이란 이름으로 현재 쓰고 있다. 영화 이름은 조수원씨가 정해줬다"고 귀띔했다.

두 감독은 선호하는 영화만큼 작업 스타일도 달랐다. 차 감독은 "나는 그때그때 해야되는 성격이고, 전혜림 감독은 되게 천천히 한 장면을 심도있게 오래 보고 싶어하는 스타일"이라고 구분했다. 전 감독은 "너무 달라서 맞춰가는 과정이 어려웠다. 작업하면서 안 맞은 부분은 많았다. 건설적인 싸움이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도 "내가 갖고 있지 않은 추진력이 최대 장점이다. 한참 후배인데도 불구하고, 같은 연출자로서 나를 존중하면서 작업을 해 준 것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차 감독은 전 감독이 도중에 도망을 감행했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혜림씨가 뉴질랜드로 이민 갈거라고 3주 다녀오고 그랬다. 게스트하우스하면서 거기서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전 감독은 이를 부인하며 "책임감을 준 것, 기회를 준 것이기 때문에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선배님, 옹알스, 참여한 스태프도 많았는데, 그런 생각은 자체만으로 무책임하다"고 진지하게 답했다.

언뜻 잘 안 맞을 듯한 두 감독이지만, 이번 영화는 둘이 함께한 세 번째 작품이다. 차인표는 "'마이보이'라는 독립영화를 촬영했었다. 전규환 감독님 작품이다. 나와 이태란씨가 주인공이었다. 총 스태프가 열 명 이내였다. 그 스태프 중 한 명이었다. 소품도 잡고 카메라도 잡고 하더라. 일하는거 보니 잘해서 누군지 물어보니 전규환 감독의 따님이라고 하더라"며 오랜 인연을 밝혔다. 전 감독은 차인표 감독의 첫 번째 영화 '50'(2017)에서 조감독을 맡았고, 이번에 공동연출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차인표 감독은 "영화사 사무실에 있는데 '타워', '화려한 휴가'를 연출한 김지훈 감독이 놀러왔다. 나와 친하다. 연출을 해보고 싶은데, 영화아카데미 다녀보면 어떨지 물어봤다. 유학도 생각했었다. 김지훈 감독 얘기는 '글로 배우려 하지 말라'였다. 그래서 시작된거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얘길 하더라. 배우 때는 별 볼일 없었는데 연출로 성공했다고"라며 영화 '50'을 찍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영화 '옹알스'의 흥행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냥 여기까지 온 것 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 솔직히 말해서 흥행이 잘 되고 안 되고는 중요치 않다. 다 한 것 같다. 우리 손익분기점이 4만인가 5만이다. 그 정도 봐주면 제일 좋다. '워낭소리'처럼 터질 확률은 0.1%도 안 돼 보인다. '옹알스'가 잘 되길 바랐는데 언론의 관심이 많으니 이미 기쁘고 좋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옹알스'의 도전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차 감독은 "라스베이거스에서 다시 연락왔다고 들었다. 라스베이거스에 샘 케이라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옹알스' 지인인데, 베이거스에 진출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계속해 제시하고 있다. 뜻밖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30일 개봉, 86분,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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