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전남 각급 학교서 친일 잔재 115건 확인

입력 2019.05.20. 16:04 수정 2019.05.20. 16:04 댓글 0개
교가·충혼탑 양식석물·용어 등
도교육청 현장검검 후 8월 선언식
5천만원 예산 투입 청산작업 나서
친일잔재 석물(교훈탑)

전남도내 각급 학교에 교가와 석물, 생활규정 등 친일 잔재가 폭넓게 뿌리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도교육청은 20일 친일 잔재 청산을 위한 태스크포스 1차 조사 결과 도내 학교에서 친일 잔재로 보이는 대상물 115건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은 역사 전공 대학교수, 역사·음악 교원, 민족문제연구소 등 전문가 그룹으로 T/F를 구성해 지난 4월8일부터 4월23일까지 1차 조사를 벌인 결과 115개 학교에서 친일 음악가가 작곡한 교가를 부르는 학교가 18(초 6·중 5·고 7)개교, 일제 양식의 석물이 있는 학교가 33(18·5·10)개교, 일제식 용어가 담긴 생활규정이 있는 학교가 64(8·25·31)개교 등인 것으로 확인했다. 친일 잔재는 고등학교에서 눈에 띄게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18개 학교 교가의 경우 계정식(1개교), 김동진(3개교), 김성태(11개교), 현제명(3개교) 등의 친일 음악가가 작곡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로 전남 동부지역 일부 학교에서 가사 해석이 불가능하고 음악적 수준이 미흡하며 군가풍·엔카풍(일본 가요 느낌) 음계를 갖다 쓴 것으로 보인다고 도교육청은 설명했다.

석물(石物)은 일제 충혼탑과 공덕비 양식을 모방하거나 차용한 것으로 지적됐다.

전남교육청 학교 내 친일잔재 청산 관련 분석작업

64개 학교 생활규정에도 ‘불량’ ‘불온’ ‘백지동맹’ ‘선동’ ‘불법 집회’ ‘동맹 휴학’등 일제식 용어가 다수 포함돼 있었다. ‘백지동맹’은 학생들이 시험에서 답안을 적지 않고 백지를 제출하는 것으로 동맹휴학 등과 함께 항일 투쟁 과정에서 주로 발생했다.

T/F팀은 다음달 친일 잔재로 보이는 대상물이 확인된 학교를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벌인 후 8월에는 중간보고회를 갖고 학교 내 친일 잔재 청산 선언식을 갖고 본격적인 청산 작업을 벌일 방침이다.

도교육청은 친일 잔재가 있는 학교 중 T/F팀에서 청산이나 교육적 활용이 결정된 학교에 대해서는 총 5천만원의 친일 잔재 청산 예산을 지원키로 했다. 한 학교당 100만원 내외로 모두 50개교에 지원할 계획이나, 친일 잔재 청산 규모에 따라 예산 지원은 달라질 수 있다.

도 교육청 정책기획관실 백귀덕 장학사는 “학교 내 친일 잔재 파악·청산은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중요한 역사교육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뜻 깊은 올해 아이들의 올바른 역사의식 고취할 수 있도록 민주적 학교문화 여건 조성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광주시교육청은 최근 1차 추경을 통해 학교 내 친일 잔재 청산사업비 8천200만원을 확보, 11월까지 청산작업을 마무리한다는 입장이다.

류성훈기자 rsh@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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