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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북한군,164회 직통전화…가족·야구 수다로 '긴장완화'

입력 2019.05.20. 10:13 댓글 0개
작년 7월부터 하루 2차례 직통전화로 대화
【파주=뉴시스】고승민 기자 = 북미회담 개최 시기와 장소에 대해 전세계 관심이 높아진 9일 오후 비무장지대 군사분계선상에 위치한 판문점에서 JSA 경비대대원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북미회담 장소가 평양이 되지는 않고 판문점이나 제3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이날 평양을 방문중인 미국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억류 미국인 석방 조치와 북미정상회담 시기 및 장소를 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어 전세계가 한반도를 지켜보고 있다. 2018.05.09.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유세진 기자 = 지난해 7월 판문점 비무장지대에 설치된 남북간 직통전화(핫라인)가 5년만에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이 전화는 2013년 3월의 북한의 3번째 핵실험에 따라 유엔이 북한에 제재를 부과하면서 중단됐었다.

미 월 스트리트 저널(WSJ)은 19일 '핑크빛 전화기를 통한 접촉이 북한의 긴장을 낮춘다'(U.S. Officer on a Pink Phone Dials Down North Korea Tensions)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때로는 여자친구나 미 프로야구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야구 경기 얘기까지 나눠지는 대화를 통해 과거 총부리를 맞댔던 양측이 긴장을 완화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핫라인이 중단되기 직전인 2013년 2월 남북 연락장교로 판문점에 부임한 미국의 대니얼 맥셰인 소령(Lt. cmdr, 49)은 직통전화가 중단된 5년 간 메가폰을 통해 북측과 접촉을 시도하기도 했었다. 핫라인 재개된 후 그는 하루 두 차례(오전 9시30분과 오후 3시30분) 북측과 접촉을 시도한다. 그러나 매번 매시지가 오가는 것은 아니며 때로는 북측으로부터 전할 메시지가 전혀 없다고 할 때도 많다. 지난해 7월 이후 핫라인 재개 이후 지금까지 164차례 핫라인을 통해 메시지가 오고 갔는데 전사자 유해 인도나 지뢰 제거, 헬리콥터 도착과 같은 문제들에 대한 메시지가 주로 오고간다.

오고가는 대화 내용도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 많다. 맥셰인 소령은 자신이 한국 여자친구와 사귀고 있다고 얘기하자 통화하던 북한군 담당자가 "우와"라며 놀라움을 표시했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LA 다저스팀의 야구경기에 대한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측 담당자로부터 부인과 2자녀 있다는 가족관계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며 그러나 이러한 얘기들을 통해 북한측 상대방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데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핫라인은 양측 간에 얼마 되지 않는 의사소통 수단으로 이것이 정상 가동되고 있다는 것은 최일선의 긴장이 완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달 초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시험발사했음에도 불구하고 핫라인 가동은 중단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맥셰인은 "직통전화가 가동되는 한 북측의 도발은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남북간에 군사적 적대행위를 줄이자는 합의가 이뤄진 이후 공동경비구역(JSA) 경계가 비무장 상태로 이뤄지는 등 가시적 영향도 나타났다. 한 북한군 장교는 미군측의 영상통화장비 '페이스타임'에 놀라움을 나타냈으며, 북측은 또 도리토스나 초코파이와 같은 스낵류에 관심을 보인다고 맥셰인은 전했다.

핫라인을 통한 접촉은 DMZ를 넘는 행위를 막기 위한 양측 간 신뢰 조성에 기여하고 있다. 맥셰인은 북측으로부터 오는 모든 메시지들을 지휘 계통에 보고하고 있다. 이러한 접촉이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과없이 끝난데 따른 좌절감에도 남북 관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맥셰인은 "장군들은 (관계가 더욱 발전해)핫라인의 전화기 색이 핑크빛에서 붉은색으로 바뀔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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