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기념식 이모저모] 울먹인 대통령··· 24번의 화답박수

입력 2019.05.19. 17:51 댓글 0개
39주년 5·18 기념식 이모저모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기념사 발언중 복받치는 마음을 추스리고 있다. 광주전남공동사진기자단

◆감동적인 기념사, 24번의 화답 박수

진정성을 담은 문재인 대통령의 5·18민주화운동 기념사에 광주시민들이 뜨거운 박수로 화답하며 응원했다. 연설 도중 터져나온 박수갈채는 총 24회였다.

문 대통령은 18일 기념사에서 “(올해가 아닌) 내년 40주년에 참석하라는 의견이 있었지만 올해 꼭 참석하고 싶었다”며 “광주 시민들께 너무나 미안하고 너무나 부끄러웠고,국민들께 호소하고 싶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요근래 광주의 의미를 훼손하고 있는 분들도 있어 다시 한 번 광주항쟁의 의미를 국민들과 함께 되새겨야 한다는 의미로 참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광주시민 여러분과 전남도민들께 다시 한 번 말씀드리고 싶다”며 “80년 5월 광주가 피 흘리고 죽어갈 때 광주와 함께하지 못했던 것이 그 시대를 살았던 시민의 한 사람으로 정말 미안하다. 그때 공권력이 광주에서 자행한 야만적인 폭력과 학살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대표해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목이 메여 말을 잇지 못하는 장면이 TV 생중계 화면에 고스란히 잡혔다. 기념사 도중 침묵이 길어지면서 참석자들은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이후에도 기념사를 읽는 도중에 목이 잠기기도 했고 울먹이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15분에 걸친 기념사를 통해 ▲5·18의 역사적 정당성 ▲보수정부의 사법적 단죄 ▲5·18를 통한 민주주의 발전과 계승 ▲학살 책임자 등 진실규명 ▲5·18 진상규명에 대한 정치권의 동참 호소 ▲권영진 대구시장의 사과글 언급 ▲진실을 통한 화해 등을 언급했고 그 때마다 기념식 참석자들은 환호와 함께 박수갈채를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뒤 희생자 안종필의 묘를 찾아 참배하고 어머니 이정님씨를 위로하고 있다. 광주전남공동사진기자단

◆기념식서 소개된 안종필군 사연

“종필아 꿈에 보였으면 좋겠다. 잘 있어 엄마 또 올게.”

5·18민주화운동 당시 숨진 고(故) 안종필군의 사연이 18일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소개돼 국민들의 가슴을 울렸다.

광주상업고등학교(현 광주동성고) 1학년에 재학 중이던 안군은 80년 5월27일 오전 2시께 도청 진입과 함께 무차별 진압에 나선 계엄군의 총탄에 맞아 숨졌다.

어머니 이정임씨는 안군을 말렸었다. 하지만 시민군들 심부름이라도 하겠다며 나간 아들을 붙들지는 못했다. 숨지기 직전인 80년 5월25일 새벽 안군은 또다시 교복을 입은 채 집을 나섰다. 어머니 이정임씨에겐 그것이 마지막 아들의 모습이었다.

이씨는 기념식에서 “종필이 아버지 제사가 26일 저녁인데 종필이가 27일 새벽에 죽었으니 제사를 한 날에 치르고 있다”며 “그 심정을 어떻게 말하겠느냐. 죽지를 못하니 살고 있지”라고 눈물을 흘렸다.

이어 “내가 안아팠으면 종필이 너를 그날 잡았을 것인데 그날 하루 저녁 못잡아가지고”라며 “하루도 너를 잊은 날이 없고, 엄마는 날마다 너를 생각하고 있다. 꿈에 보였으면 좋겠다”고 절규했다.

안군의 조카 혜진씨도 기념식에서 “저보다 훨씬 어렸던 열일곱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삼촌이 도청에서 숨졌을 때 큰 형이었던 제 아버지는 할머니 대신 그 모질고 힘든 상황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다”며 “그 일을 두고 아버지는 평생 아파하셨다. 제 아버지도 그 때는 제 나이였을 청년이었을텐데. 우리 가족처럼 광주의 일년은 5월부터 시작해서 5월로 끝난다고 이야기 한다. 일년 내내 5·18을 이야기 하고, 일년 내내 5·18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광주에서 5·18은 애증이고 아픔이고, 기억 그 자체다”고 말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8일 오전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시민들의 항의를 받으며 행사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srb.co.kr

◆ "내 자식 죽여놓고 어디라고 와"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산자는 살아야지. 왜 지금까지 우릴 못살게 굴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8일 5·18 39주기 기념식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시민들의 한 섞인 원망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일부 시민들은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민주의문 앞에서부터 “황교안 물러가라”고 외치는가 하면 일부 시민들은 물을 뿌리고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경호원들의 경호를 받으며 30분이 걸려 겨우 기념식장에 입장했다. 기념식이 끝난 후 오월 어머니들은 일제히 황 대표를 향해 울분을 토해냈다.

5·18로 남편을 잃은 박형순(69·여)씨는 “처음에는 황교안을 무시하려고 했는데 막상 얼굴을 보니 화가 나 견딜수가 없다. 우리를 괴물집단이라고 했으니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용례(89·여)씨는 “뭐하러 오냐. 우리를 이렇게 못살게 만들어 놓고 뻔뻔하게”라며 “해도해도 너무하지 않느냐.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지만 산 사람도 있지 않느냐. 왜 지금까지도 우리를 못살게 구느냐”고 울먹였다.

이근례(76·여)씨는 “우리더러 괴물이라니. 괴물같은 사람들, 여기가 어디라고 오냐”고 외치기도 했다.

5.18 첫 희생자인 청각장애인 김경철씨 어머니 임근단씨가 아들 묘에 헌화하고 있다. 

◆최초 희생자 김경철씨 母 임근단씨

“전두환 시절에 죽은 사람 살려내라고 데모하고 경찰서 끌려가고 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진상규명 보고 눈을 감아야 할 것인디 안되면 어떻게 눈을 감겄소.”

5·18민주화운동의 첫 희생자인 청각장애인 故 김경철(사망 당시 28세)씨 어머니 임근단(88)씨는 지금도 5월만 되면 아들 가슴이 미어진다.

김경철씨는 80년 5월 19일 금남로에서 계엄군에 붙들려 뭇매를 맞아 숨졌다. 청각장애인이라고 알리려 했지만 계엄군으로부터 돌아온 건 욕설과 매질이었다.

경철씨는 지금 국립5·18민주묘지의 첫번째 자리인 ‘1-01’에 묻혀있다. 이날도 임씨는 어김없이 흰 소복을 입고 아들의 묘지앞에 앉았다.

“39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금방이라도 아들이 눈앞에 나타날 것만 같으요.” 임씨는 “아들의 죽음이 너무 억울하다. 다들 안했다고 거짓말하고 있는데 억장이 무너진다. 오늘 기념식에 황교안이 온다고 해서 드러누워버리자고 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추모해주러 온대서 참자, 참자고 했다”며 "대통령이 사정도 있을텐데 올해도 와 줘서 정말이지 너무나 고맙고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임씨는 “대통령이 미안하다고 한디 그 마음 우리가 모르겠다. 한국당도 사람같으면 이제 그리 좀 안했으면 좋겠다”라며 “내 나이가 88인디 눈 감기 전에 반드시 진상규명 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18일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 추모객들로 붐비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srb.co.kr

◆5·18묘지에 외국인 참배객 북적

일본과 대만 등에서 온 외국인 참배객들도 18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와 5·18을 몸소 체험했다.

우선 눈에 띈 이들은 한일저널리즘포럼에 참여한 양국의 원로 언론인들과 언론인, 그리고 언론 지망생 33명이었다.

이들은 김양래 전 5·18기념재단 상임이사의 안내로 묘역을 둘러보면서 당시 희생된 이들의 사연을 듣고 수첩에 기록하는가 하면 실제 방송 영상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대만에서 온 고교 인권교사 한국 방문단 33명도 기념식장을 찾았다.

이들은 이날 하루 동안 전남대와 옛 도청 등 5·18의 자취가 남겨진 곳을 차례로 둘러봤다.

사단법인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가 민주주의에 관심있는 일본 각지의 회원들과 함께 이날 기념식을 찾기도 했다.

나가사키 명예지부장인 기무라 히데토씨는 “일본에도 빈민·주택문제 등이 심각한데 한국의 민주주의를 배워 어떻게 하면 일본 사회가 더 개선될 수 있을지 해답을 찾으려 왔다”며 “5·18민주화운동으로 시민운동을 활발히 하고자 하는 회원들이 나고야, 미야기 등 각지에서 모여 한국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5·18민주화운동 39주년인 18일 오전 광주 북구 민족민주열사묘역 내 기념공원에서 영화 '택시운전사'의 실제 주인공 고 김사복씨의 아들 김승필씨가 힌츠페터 추모비를 참배하고 있다. 2019.05.18. wisdom21@newsis.com  

◆김사복 아들, 힌츠페터 참배

영화 ‘택시운전사’의 실제 주인공 김사복씨의 아들 김승필씨가 위르겐 힌츠페터 추모석을 참배했다.

김씨는 18일 오전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 내 기념공원을 찾아 힌츠페터 추모석을 찾았다. ‘힌츠페터를 사랑하는 광주시민모임’ 회원 10여명도 함께 했다.

이들은 추모석 앞에 과일과 떡 등 한국식으로 제사상을 차리고 차례로 절을 올렸다.

김씨도 한 차례 묵념을 한 뒤 추모석 앞에 술 한잔을 올렸다.

김씨는 “아버지와의 인연을 생각한다면 힌츠페터 기자는 아버지처럼 모셔야 할 분이다”며 “자식된 도리를 다한다는 마음으로 한국식으로 추모했다”고 밝혔다.

이어 “5·18은 우리나라 현대민주주의에 초석을 놓은 투쟁이다. 이를 널리 알린 두 분의 헌신에 늘 감사드리고 있다”며 “이를 거짓으로 모독하고 폄훼하는 세력은 당장 그만둬야 한다. 5·18을 알리려 노력한 이를 폄훼하는 것은 반민주·반민족적 행위다”고 비판했다.

38주년이었던 지난해에는 힌츠페터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 여사와 김씨가 추모석을 함께 참배했었다.

선정태기자 wordflow@srb.co.kr 서충섭기자 zorba85@srb.co.kr 이영주기자 lyj2578@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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