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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야제 이모저모] 자극적 집회에 무대응… 현명한 시민들
입력 2019.05.19. 15:31 수정 2019.05.19. 15:31 댓글 0개조롱 연설에도 시민들 ‘차분' "이게바로 광주정신"
◆보수단체 집회에도 광주정신 빛나
5·18 39주기 기념식이 열린 지난 18일 극우보수단체의 극단적인 5·18 왜곡과 폄훼에도 불구하고 당초 우려했던 보수단체와 광주시민간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의도적이고 자극적이었지만 광주시민들의 대응은 침착했고 현명했다. 5월 광주정신이 다시한번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자유연대, 대한호국단 등 극우단체와 회원 500여명은 5·18 39주기 기념행사가 진행되고 있던 이날 오후 2시부터 광주 충장로 4가 사거리에서 집회를 자졌다.
이들은 사거리 2차선을 점거한 채 5·18 유공자명단의 공개 및 전라도 비하 발언을 이어갔다.
이들은 “우리는 5·18을 폄훼하지 않는다”며 “다만 진짜 유공자와 가짜 유공자를 가려내 진실을 바로 세울 생각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5·18 유공자를 공개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며 “자유 대한민국에서 이조차도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가짜 유공자들을 가려내 징역형을 살게 하는 등 처벌을 해야 한다. 만약 가짜 유공자로 지목한 이들이 진짜로 밝혀질 경우 우리가 징역형을 살겠다. 무엇이 두렵냐”고도 했다.
사거리에서 1차 집회를 마친 이들은 충장로로 행진을 이어갔다. 이들은 이동하는 동안에도 자극적인 발언들을서슴치 않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전라도 출신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선 거친 욕설도 마다하지 않았다.
다분히 자극적이었고 의도적이었다. 경찰은 언제 발생할 지 모르는 돌발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이들 주변에 인간띠 통제선을 만들기도 했다.
충장로를 거쳐 웨딩의 거리와 천변우로에서 행진을 이어나간 극우단체 회원들은 금남로 4가로 다시 돌아와 이날 집회를 마무리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광주시민들은 침착했다. 그들을 향해 욕설을 하거나 거친 말을 쏟아내는 시민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부분 기념식 행사에 관심을 둘 뿐 대응 자체를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시민 백모(56)씨는 “그들의 의도를 모르는 시민이 누가 있겠나. 논리 있게 대응할 가치를 못 느낀다”며 “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테면 어디 한번 가려보라”고 말했다.
윤모(41·여)씨는 “5·18의 역사가 서린 충장로와 금남로에서 이들의 모욕적인 발언들이 이어지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광주정신을 욕보이는 이들의 행동이 처벌받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5월단체 관계자는 “처음에는 그들의 집회를 용납하기 어려웠다. 강하게 대응하자는 얘기도 나왔었다”며 “하지만 그들이 뭐라고 떠들던 시민들이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그들의 의도에 휘말려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트럭위 시민군 퍼포먼스에 환호
17일 전야제에 앞서 금남로 일대는 시민군이 트럭을 타고 거리를 누비는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등 80년 5월 당시의 상황이 재현돼 눈길을 끌었다.
시민들은 이날 ‘민주주의 쟁취’, ‘독재 타도’ 등의 글귀가 적힌 붉은 머리띠를 매고 목각 총을 든 시민군 연기자들이 4대의 트럭 위에 올라탄 채 거리를지나자 환호성을 지르며 당시를 회고했다.
시민군 연기자들은 실제 80년 5월 당시 연설문을 낭독하는가 하면 투사회보 사본을 뿌리며 현장감을 끌어올렸다.
한편 이날 금남로에는 시민들이 직접 제작한 80년 5월을 재현하는 현수막이 걸려 눈길을 끌었다. 5·18 전야제 행사위측은 오후 1시부터 참여 시민들을 대상으로 현수막 제작 행사를 펼쳤다.
현수막에는 5·18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비상계엄 즉각 해제하라’, ‘전두환은 물러가라’, ‘민주인사 석방하고 전두환을 처벌하라’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백모(63)씨는 “충남 금산 출신으로 광주와는 연고가 전혀 없지만 전야제 행사 참여를 위해 전날 광주에 내려왔다”며 “5월과 관련한 소식을 들을때 마다 착잡하다. 이 심정을 담아 현수막 제작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영주기자 lyj2578@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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