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달창’과 ‘나베’

입력 2019.05.15. 18:08 수정 2019.05.15. 18:08 댓글 0개

기가 막힌다. 듣도 보도 못한 희한한 비속어 하나가 나라를 발칵 뒤집었다. ‘달창’이 바로 그것이다. 발단의 주인공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였다. 역시 그는 예상에서 비켜가지 않는 정치인 중 한 사람이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 11일 대구에서 열린 자유한국당의 장외집회에서 나왔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 대담을 언급하며 “KBS 기자가 (독재에 대해) 물어봤더니 ‘문빠’, ‘달창’ 이런 사람들한테 공격당하는 것 아시죠”라고 독설을 쏟아냈다. 파장은 컸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 내용이 알려지면서 정가는 물론 온라인까지 관련 댓글과 반응으로 술렁였다. 특히 ‘달창’은 그랬다.

문제의 ‘문빠’와 ‘달창’은 말 그대로 비속어다. ‘문빠’는 문 대통령 지지자들을 공격하기 위한 폄훼성 조어다. 문재인 빠돌이·빠순이란 의미로 알려져 있다. ‘달창’도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의 지지모임인 ‘달빛기사단’을 ‘달빛창녀단’으로 비하한 극단적 표현이다. 사용 주체는 대표적 극우성향인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등이다.

소위 그들의 세상이었던 서슬퍼런 군사독재 시절이었다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말들을 대통령을 상대로 거침없이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때 같았으면 대통령 모독 죄네 뭐네 해서 난리가 났을 법 하다. 경을 쳐도 몇번을 쳤을 사안이다. 세상 참 많이 변했다.

백번 양보해서 ‘일베’ 정도니 그럴만 했다고 치자. 자기들끼리 자기들만의 공간에서 무슨 말인들 못할까. 논란의 핵심은 이 표현이 대한민국 공당의, 그것도 제1 야당의 원내대표 입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열린 광장이었고, 더욱이 대상도 불특정 다수의 국민들이었다. 비난이 거세지자 “정확한 의미와 유래를 몰랐다. 인터넷상 표현을 무심코 썼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뱉어낸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었다. 황교안 대표의 막말과 소속 의원들의 5·18망언 뒤끝이어서 후폭풍은 거셌다.

그래서 나 원대대표가 ‘나베’란 소리를 듣는 것이다. 나 원내대표와 아베 신조의 합성어다. 누굴 탓할 수 있나. 오죽했으면 문 대통령이 “막말과 험한 말로 국민 혐오를 부추기며 국민을 극단적으로 분열시키는 정치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고 통탄했을까. 나 원내대표의 존재의 가벼움이 참을 수 없을 지경이다. 윤승한 사회부장 shyoon@srb.co.kr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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