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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비석이라도 밟아보자' 북적이는 망월동
입력 2019.05.15. 14:56 수정 2019.05.15. 14:56 댓글 1개1989년 부숴서 망월동묘지 입구에 묻어
“반성도, 사죄도 없는 전두환. 비석이라도 밟으면 마음이 풀릴까”
매년 5월, 광주에는 국립5·18민주묘지 만큼이나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 있다. 광주 북구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이하 망월동묘지), 이른바 구묘역이다.
이 곳은 1980년 당시 공수부대에 의해 진압된 무고한 126명 시민의 시신이 손수레에, 쓰레기차에 실려와 ‘내다 버려진’ 뼈아픈 역사의 현장이다. 국립묘지 조성 후 많은 유공자들이 이장됐지만 이한열 등 40여명의 민주·민족열사 등은 여전히 여기에 잠들어 있다.
망월동묘지는 해마다 5월이면 더욱 북적인다. 39년 지났지만 아직 풀지 못한 한을 품고있을 영령을 위로하려는 참배객과 ‘전두환 비석’을 밟기 위해 일부러 찾는 방문객들이 늘어서다.
'전두환 대통령 각하 내외분 민박 마을’이라고 쓰여진 이 비석은 망월동묘지 입구 바닥에 ‘얼굴’을 내민채 묻혀 있다. 1989년 이 곳으로 왔으니 올해로 꼭 30년이 됐다.
전두환은 대통령 취임 후인 1982년 3월10일 담양군 고서면 성산마을에서 하룻밤 묵었다. 5·18 유족과 광주시민의 반발에 차마 광주에 올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이날 전두환 방문을 기념해 그 마을에는 민박기념비가 세워졌다.
그러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이 일어나고 1988년 광주청문회를 기점으로 광주시민의 명예가 회복되기 시작하자 광주전남민주동지회는 이듬해인 1989년 1월13일 성산마을에 있던 전두환 민박기념비를 부쉈다. 그리고 일부를 망월동묘지 입구에 묻었다. 유족과 시민 등 참배객들이 밟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라도 한을 풀어보자는 취지였을 것이다.
‘전두환 비석 밟기’는 전두환을 향한 광주시민의 분노를 상징한다. 비석 바로 옆에서 세워진 ‘잊어서는 안될 역사의 현장’이라는 제목의 안내문에는 ‘5월 영령의 원혼을 달래는 마음으로 이 비석을 짓밟아 달라’고 적혀있다.
‘전두환 비석 밟기’는 망월동묘지의 통과의례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이낙연 국무총리, 세월호 유가족 등 많은 이들이 이 비석을 밟고 지나갔다. 국가폭력에 스러진 백남기 농민과 김홍일 전 의원도 전두환 비석을 밟고 망월동묘지에 안장됐다.
그간 워낙 많은 참배객들이 밟고 지나간 탓에 비문은 내용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닳았다.
망월동묘지에서 만난 한 시민은 “39년째 사죄는 커녕 반성도 하지 않는 전두환이 괘씸해 비석이라도 밟아보고자 일부러 찾아왔다. ‘전두환’ 이름이 적힌 비문이 닳아진 걸 보니 그간 시민의 한이 엿보인다”며 “39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가 많다. 정부와 정치권이 5·18진실규명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통합뉴스룸=주현정기자 doit85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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