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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 하락에도 체감못하는 20~30대…"노후대비" 중장년층과 갈등

입력 2019.05.12. 12:53 댓글 1개
집세지수 전년동월 대비 하락…13년만 처음
서울지역 전월세 하락 추세, 장기간 이어질 듯
4050대 "안정적 생활 위해 노후 대비용 투자"
2030대 "평균 월급 고려하면 더 떨어져야 해"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서울연구원 도시정보센터에 따르면 서울시내 아파트 전세가는 서초구, 월세가는 용산구가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앞에는 용산지역 아파트 월세 매물이 게시돼 있다. 2019.05.08.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김가윤 기자 = "공직 생활을 하면 연금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데 일반 국민연금으로는 생활하기 쉽지 않아요. 그래서 직장을 그만두고 안정적으로 생활하려고 빚내더라도 주택을 매입해서 세를 놓는 거거든요. 전월세 높다고 하는데 물가 고려하면 주인 입장에선 결코 비싼 게 아니에요."

부천에서 임대사업을 하는 정모(52)씨는 3층짜리 다가구주택을 매입해 2가구를 들여 세를 받고 있다. 정씨는 노후를 대비하는 중장년층에게는 부동산 투자가 가장 안정적이지만 양도세·보유세 부담이 커지고 대출 규제가 강화된 요즘 같은 때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얘기한다.

정씨는 "노후를 위해 지금의 다가구주택을 팔고 임대료가 더 많이 나오는 상가나 오피스텔을 구매할 계획이 있지만 대출이 막혀 매매도 잘 되지 않는다"며 "인근 주택은 전세가 3억5000만원에서 2억7000만원까지 내려갔는데도 안 나가서 주인들이 역으로 이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매매가격뿐만 아니라 전월세 가격까지 하락하면서 집주인들의 걱정이 늘어나고 있다. 노후대비를 위해 무리해 부동산을 매입한 중장년층은 부동산시장이 침체될 경우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 6일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주택 전·월세 비용 지출을 나타내는 '집세 지수'는 104.1(2015년=100)으로 1년전 같은달보다 0.02% 하락했다. 집세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하락한 것은 2006년 3월(-0.1%) 이후 13년 1개월만에 처음이다.

전월대비로 따져도 지난달 집세지수는 0.04% 떨어졌다. 하락세는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집세 지수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규제정책으로 전·월세 가격이 꺾이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회초년생, 학생들의 수요가 많은 서울지역 월세는 올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정보 플랫폼 다방이 지난해 4월부터 올 4월까지 원룸, 투·스리룸 등록매물의 보증금을 1000만원으로 일괄 조정해 분석한 결과 서울 원룸 월세 평균은 51만원으로 석달 연속 떨어졌다.

서대문구와 용산구가 각각 8만원, 5만원 상승한 것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지난달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하락했다. 특히 금천구, 구로구, 관악구, 강동구, 송파구 원룸 월세는 최근 1년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울 투·스리룸의 경우 평균 월세는 64만원으로 최근 1년중 가장 낮은 가격을 보였다.

강규호 스테이션3 데이터 분석센터 팀장은 "일부 구를 제외한다면 올들어 전반적으로 서울지역 원룸, 투·스리룸 월세가 하락하는 추세가 유지되고 있다"며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집세 지수도 하락세로 접어든 만큼 당분간 전·월세 가격의 하락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지역 전세가격도 28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5월 첫째주(6일 기준) 서울아파트 전세 가격은 0.02% 하락하며 지난해 10월 다섯째주(-0.01%) 이후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 아파트 전셋가격 역시 0.07% 하락하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사회초년생이나 학생들은 집값이 여전히 터무니없이 높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사회초년생 이모(29)씨는 최근 월세 지출을 감당하지 못하고 부모의 도움을 받아 대출을 껴 2억짜리 전셋집을 장만했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서울내에서 전셋집을 구하려면 위치나 채광 등은 포기해야해 직장과 먼 거리에서 출퇴근할 뿐만 아니라 실내에서는 햇빛을 거의 보지 못하고 산다.

이씨는 "사회초년생 월급은 평균 200만원이고 많아봤자 300만원인데 그중 괜찮은 집을 구하려고 하면 기본 월세 50만원에 관리비, 보증금 대출이자까지 해서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다"며 "집값이 내렸다고 하지만 충분히 내린 것 같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에 퇴직을 앞둔 신모(57)씨는 "젊은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 못할 건 아니지만 퇴직시기도 빨라지고 있고 퇴직하고 할만한 일도 마땅치 않기 때문에 부동산에 의존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집을 10채씩 갖고 있는 다주택자들이랑 우리처럼 생계를 위해 주택을 매입한 사람은 엄연히 다른데 정부가 부동산규제를 할땐 그런 부분은 고려하지 않는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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