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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의도된 조작, ‘도덕적 해이’ 아닌 명백한 ‘범죄’
입력 2019.05.08. 17:41 수정 2019.05.08. 17:41 댓글 0개같아 보인다고 해서 다 같은 게 아니다. 겉은 같지만 속은 상이한 경우가 허다하다. 잘못도 그 대표적인 케이스 중 하나다. 모르고 하는 잘못이 있고 알면서도 하는 잘못이 있다. 모르고 하는 잘못은 통상 실수쯤으로 받아들여진다. 물론 모르고 했다고 해서 잘못이 잘못이 아닌 것은 아니다. 비난도 처벌도 당연히 뒤따라 한다. 다만 의도적이지 않은 만큼 참작의 여지는 감안되는 게 일상적이다.
알면서도 하는 잘못도 있다. 참 뻔뻔하고 악질적이다. ‘아니면 말고’식이다. 영세업자들이나 보통 사람들 보단 기업이나 재벌, 고위 공직자, 정치인 등의 잘못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종종 ‘도덕적 해이’란 그럴 듯한 말로 포장되기도 한다. 다분히 의도적이다. 분명한 것은 알고 하는 잘못은 단순한 ‘도덕적 해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되물을 필요도 없는 명백한 ‘범죄 행위’다.
요즘 여수지역이 시끄럽다. 여수산단내 대기오염물질 측정값 조작 사건 때문이다. 입주 기업들이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물질의 측정값을 조작해 배출해오다 환경당국에 딱 걸린 것이다. 충격적인 대목은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대기업들과 측정대행업체간 공모가 있었다는 것이다. 의도적인 잘못이 확인된 셈이다. 알면서도 주민들의 생명권을 담보로 돈벌이에 급급했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까닭이다. 혹시나 했던 대기업들의 부도덕한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여수시민들이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다.
이번에 영산강유역환경청에 적발된 측정대행업체는 4곳이었다. 이들 업체들은 지난 2015년부터 최근까지 여수산단 내 사업장 235곳을 담당해오면서 미세먼지 원인물질인 먼지·황산화물·질소산화물 등의 측정값을 조작해 허위로 1만3천96건의 성적서를 발급했다. 허위기재 8천843건, 축소기재 4천253건이었다. 배출 농도를 실제 측정값의 33.6% 수준까지 낮췄다. 이 가운데 1천667건은 염화비닐 등 유해성이 큰 대기오염물질의 배출 허용 기준치를 최대 173배 초과하고도 마치 문제가 없는 것처럼 꾸몄다.
이 과정에서 산단내 6개 대기업들의 공모정황이 포착됐다. ㈜엘지화학 여수화치공장, 한화케미칼㈜ 여수1·2·3공장, 포스코 계열의 ㈜에스엔엔씨, 대한시멘트㈜ 광양태인공장, (유)남해환경, ㈜쌍우아스콘이 그 업체들이다. 업체측 측정 의뢰 담당자들이 대행업체측에 측정값을 조작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카카오톡 대화가 당국에 의해 확인된 것이다. 이들의 불법행위가 지난 4년 여간 태연스레 자행되는 동안 인근 지역 주민들은 어떤 보호장치 하나 없이 그대로 대기오염물질들을 들이마셔야 했다. 지금도 그렇다.
주민들과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지자체와 환경당국이 뒤늦게 나서느라 부산을 떨고 있다. 전남도도 그렇고 여수시도 그렇다. 환경부 장관까지 현장을 찾았다. 전수조사 얘기도 나오고 강력한 처벌규정 필요성도 나왔다. 민관 거버넌스 구축 방안도 거론됐다. 이러는 사이 정작 조작사건의 당사자인 관련 기업들은 무성의한 사과로 일관해 빈축을 사고 있다. 고작 한다는 게 책임만 있고 권한은 미약한 공장장들의 사과였다. 행정처분도 ‘배출 조작 업체 과태료 200만원, 측정대행업체 6개월 영업정지’가 전부였다. 주민들 입장에선 분통이 터질 수 밖에 없다.
이번 조작 사건 관련 기업들의 지역사회 공헌도는 크다. 굵직굵직한 투자로 일자리를 만들었고 그 일자리로 인해 지역경제가 숨을 쉴 수 있었다. 각종 공헌 활동도 지역사회에 활력이 됐다. 그걸 모르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그들의 이번 조작사건이 정당화될 순 없다. 모르고 한 잘못이 아닌, 알면서도 한 잘못이기에 더욱 그렇다. 자칫 ‘우리 때문에 먹고 살면서’라는 오만으로도 비춰질 수 있다. 이번 사건이 기업과 지역사회간 갈등으로 비화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결국 상생해야 할 동반자 관계이기에 그렇다. 관련 기업들이 오만하다는 오해를 불식시켜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진정어린 사과와 반성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사과와 반성의 진정성은 이미 저지른 잘못에 대한 피해보상과 재발방지가 전제돼야 한다. 그래야 여수 지역사회가 납득할 수 있다.
- [건강칼럼] 대화가 필요해 얼마 전 외과 동문들과 외과 교수들의 동문 이사회 모임이 있었다. 얘기는 자연스럽게 현재 의대증원 사태로 인한 전공의 사직문제로 흘러가게 되었는데, 들어보니 현재 전남대학병원의 상황은 정말 심각한 것 같았다. 예전에 외과의 한 교수당 하루 3~4건씩 하던 위암, 대장암 수술을 보조할 전공의가 없어서, 또한 마취를 해줄 전공의가 없어서 하루에 한 건도 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정형외과는 아예 정규수술은 모두 취소되고 응급수술만 하고 있다고 도 했다. 교수들이 집도하는 수술이 전공의가 없어 혼자서 하다보니 힘들고 더딘데다가 교수 혼자서 전공의가 했던 잡다한 일까지 도맡아 하다 보니 이제 곧 번 아웃 직전이라는 얘기를 들었다.의대 증원 문제로 촉발된 의료대란이 이제는 거의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지금 정부는 물러설 기미없이 계속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이야기만 하고 있으며 전공의들은 돌아올 기미가 없고, 학생들도 기약 없는 휴학으로 이대로 가다가는 전체 유급 직전에 있어 내년에 새로 들어올 신입생과 합해진다면 의과대학 교육은 제대로 될 수 없을 것이고, 졸업생이 없게 되면 공중 보건의나 군의관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다. 얼마 전에 열린 교수들의 전국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20개의 의과대학 및 병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여해 3월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병원 의료진과 직원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아직까지 대학병원 진료는 유지되고 있지만 남아 있는 이들만으로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오래지 않아 대학병원이 무너지면서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은 붕괴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필자는 작년 11월부터 정부와 의료계의 협상에서 의료계의 대표로 의정 협상단장을 맡아 정부에게 현재 붕괴되어 가고 있는 필수, 지역의료의 문제는 필수의료분야에 대한 저 수가와 함께 의료사고에 대한 과도한 형사처벌이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의대증원은 지금 해결책이 아니라고 누차 강조하였다. 또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교육 역량을 감안하여 현재 해마다 증원하고 있는 3058명의 약 10% 정도인 350명 내외로 일단 증원을 더 해보고 점차 2년에 한 번씩 재평가하여 증원 규모를 재조정 해보자고도 비공식적으로 제안하였다. 그리고 의대증원 문제는 밤샘토론을 해서라도 의정 협의체 내에서 논의하여 결정하자고 누차 강조하였다.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일본과 영국도 의대증원을 하였지만 우리나라처럼 의대 정원 조정 과정에서 의사들의 대규모 사직이나 정부의 형사처벌 공언 등 험악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정원 결정 과정에서 의사들을 정책 결정에 참여시키고 합리적인 요구사항이 있으면 수용하였으며, 의대 증원을 점진적으로 하여 늘어난 의대 정원을 가르칠 교육 역량을 충분히 확보한 후에 증원을 하였고, 구체적인 예산 계획을 세워 단계적으로 예산이 얼마나 들며, 어떻게 투입할 것인지를 국민과 의사들에게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였기 때문이다.지금의 의대증원 문제는 수 십년 동안 세계최고를 자랑하던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의 문제점이 곪을대로 곪아 터져버린 것이다. 수 십년간 지속되던 필수의료분야에 대한 저 수가와 함께, 결과가 좋지 않은 의료행위에 대해 과도하게 형사 처벌하는 우리나라만의 특성이 이러한 필수의료 붕괴사태에 직면하게 되었고 그 문제점을 의대증원으로 해결하려고 하면서 이러한 사태가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이러한 문제점이 결국 의사 수의 증원 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지도 정부와 의료계가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할 때이다.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의료인력 수급위원회가 있어 그곳에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수집하여 의료 인력을 결정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너무 숫자에 매몰되지 말고 정부와 의료계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료인력 수급 위원회를 결성하여 우리나라의료의 미래를 위하여 적정 의료 인력을 논의해야 한다.더 이상 국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속히 정부와 의료계가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기를 기대한다. 양동호 광주광역시 의사회 대의원회의장 (연합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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