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삼성의 반도체 투자

입력 2019.05.07. 18:56 수정 2019.05.07. 18:56 댓글 0개
박지경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편집국장

1986년 3월초 어느날, 필자는 신입생으로 대학 첫날을 맞았다. 경영학도였던 필자는 그날 두 번째 강의에서 한 교수님에게 지금도 기억에 남는 말을 들었다. 어떤 분이었는지도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그 교수님은 본 강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지난 주말 삼성반도체 공장에 다녀왔는데 이 공장이 한국경제를 이끌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

그보다 3년 전인 1983년 2월. 일본 도쿄에서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반도체 산업에 본격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그의 나이 73세에 내린 결단이었고 오늘날까지 한국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대표적인 순간이다.

당시 국내외에서는 ‘무모한 도전’이란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일각에서는 ‘TV나 제대로 만들지’라는 비웃음까지 나왔다. 실제로 삼성은 1987년까지 반도체에서 극심한 적자에 시달렸지만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한국은 지금 메모리반도체 세계시장점유율 63.7%로 세계 1위다. 지난해 한국의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은 20.9%에 달한다.

그로부터 36년이 흐른 지난 4월2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30 비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133조원의 공격적 투자를 통해 2030년까지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 반도체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청사진을 새로 그린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비메모리 반도체를 3대 중점 육성 산업 중 하나로 선정하고 정부 차원의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호응했다. 문 대통령은 6일 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과 전략 보고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미국이 세계 시장의 60~70%를 차지하고 있는 시스템반도체는 전자제품과 첨단기기의 두뇌역할을 하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삼성의 투자는 의욕적이지만 위험요소는 산재해 있다. 하지만 삼성의 투자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강국을 넘어 비메모리까지 아우르는 진정한 ‘반도체 코리아’로 거듭날 수 있도록 삼성이 제 역할을 해주길 응원한다. 삼성이 그동안 우리 경제를 이끌어 왔듯이 앞으로도 단단한 버팀목이 되리라 기대해 본다.

박지경 정치부장 jkpark@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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