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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4월은 잔인한 달

입력 2019.04.29. 19:09 수정 2019.04.29. 19:09 댓글 0개
양기생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4월의 끝자락이다. 생때같은 어린 학생들의 죽음을 목도했던 잔인한 계절이 지나고 있다. 5년이 흘렀건만 여전히 가슴속 깊은 곳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무언가가 있다.

세월호 이전의 4월은 좋은 기억이었다. 미국 태생 영국 시인 T.S 엘리엇은 ‘황무지’라는 장편의 시에서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1922년에 출간한 황무지는 제1차 세계대전 후 유럽의 정신적 혼미와 황폐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필자로서는 동의하기 어려운 표현이었다.

대신 만물의 소생과 함께 신록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4월은 잔인하기 보다는 행복한 기억이 많았다. 학창시절 야유회, 축제, 카니발 등이 줄줄이 열리며 즐거운 한때를 마음껏 누렸다. 그래서 4월을 가장 좋아했다.

그런 4월의 행복한 추억을 세월호가 바꿔놓았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국가는 304명의 생명이 사그라질 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국민들은 분노했고 대통령은 사과했다. 고귀한 생명들이 수장당하는 모습을 전 국민이 생중계로 지켜보면서 가슴을 쥐어 뜯었다. 4월이 잔인한 계절로 바뀌었다.

따스한 봄바람을 느끼기 전에 세월호가 먼저 떠올랐다. 그런 세월호는 3년만에 맹골수도에서 인양됐다.

하지만 왜 세월호가 침몰했는지, 그 많은 목숨들이 속수무책으로 바다속으로 사라졌는지에 대한 진실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본체는 바다 위로 올라왔지만 세월호의 진실은 여전히 심연에 가라 앉아 있는 상태다. 어김없이 다시 5월이 온다. 신군부의 총칼에 저항했던 피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가슴 시린 오월이다. 39년 동안 진실을 향한 핏빛 외침이 이어지고 있지만 허공 중의 메아리다.

학살 최종 책임자로 지목받고 있는 전두환은 참회의 기회를 무지막지하게 내팽개쳐 버렸다. 조만간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훼손과 관련한 재판정에 다시 서야 한다. 어쩌면 이번이 광주시민에게 용서를 구할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부질없는 기대감이 가슴에 먼저 와 자리를 잡는다.

세월호의 진실이 규명되고, 80년 5월 발포명령의 마지막 퍼즐이 풀리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길 고대한다. 그래서 4월과 5월이 계절의 여왕으로 다시 새겨지길 기원한다.

양기생 문화체육부 부장 gingullove@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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