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미세먼지가 바꿔놓은 일상

입력 2019.04.29. 16:13 수정 2019.04.29. 16:13 댓글 0개
강혜정 경제인의 창 전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

요즘 필자가 아침에 눈뜨자마자 하는 일은 머리맡에 놓인 핸드폰으로 ‘오늘의 공기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미세먼저 공포는 이렇게 일상의 생활습관을 바꿔놓았다. 인터넷 포털에는 각종 미세먼지 대처요령 정보가 넘쳐나고 있으며, 일기예보에는 공기질 예보가 빠지지 않고 있다. 고가의 공기청정기는 이제 필수 가전제품이 돼 버렸으며, 마스크는 외출 필수품이 됐다. 이렇게 미세먼지는 우리의 일상의 모습을 바꿔놓고 있다.

미세먼지는 식품소비행태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미세먼지로 바깥출입을 꺼리게 되어 배달음식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실내활동 선호성향은 온라인 쇼핑 성장에도 기여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식품소비행태조사에 의하면 평소에 인터넷으로 식품을 구입한다는 응답률은 2014년 15.4%에서 2018년 36.8%로 크게 증가했다. 최근 농촌진흥청 소비자패널조사에서도 미세먼지 발생 때 실외에서 실내로 구매처가 변하고, 외식을 줄이는 대신 집밥에 대한 수요가 높고, 건강과 관련된 농식품 정보 제공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또 호흡기 등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 귤·도라지·해조류 등은 구입을 늘린다고 응답했으며, 돼지고기의 경우 미세먼지 배출과 관련해 과학적 인과관계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수요는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수요변화에 발맞춰 식품업계들은 미세먼지나 유해물질의 배출을 돕는 식품을 이용한 가공식품을 서둘러 출시하고, 상품마케팅에 미세먼지 아이템을 활용하고 있다.

연일 짙어지는 미세먼지는 환경문제를 넘어서 일상을 위협하는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미세먼지 등과 같은 대기오염이 지진, 북핵보다 더 걱정되는 국민 불안도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은 그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다. 미세먼지가 국가적 재난으로 규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세먼지가 우리 일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 산업부문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미세먼지가 심해지면 사람들의 야외활동이 위축되면서 관광이나 농업, 유통, 각종 산업분야에 영향을 미쳐 국가 전체적으로도 경제 생산이 줄어들게 되며 더 나아가 경기 침체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미세먼지로 인한 산업 피해는 아직까지 정확한 실태 파악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야외작업이 많은 농업의 특성상 농민 상당수가 미세먼지에 장시간 노출될 수밖에 없고, 일조량 부족으로 시설재배 농작물의 피해 가능성이 큰데도 대처가 미미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15일부터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시행하고 있으나, 취약계층 보호대상에는 어린이·영유아·노인·임산부·호흡기질환자·심장질환자 등 미세먼지 노출에 민감한 계층과 옥외 근로자, 교통시설 관리자 등만 미세먼지 노출 가능성이 높은 계층으로 지정돼 있다.

미세먼지 문제가 우리 일상을 깊숙이 파고들고 있는 현실에서 미세먼지가 각 산업부문별 생산, 유통,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실태 분석에 기인한 각 부문별 피해 저감 대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29일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으며, 사회 각계의 이해관계가 얽혀 그간 추진이 어려웠던 과제들의 근본적인 해결안을 제시하기 위해 어떤 소수 이해관계자나 기득권을 넘어서 전 국민과 소통하며 국민의 총의를 모으는 데 진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높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맘 놓고 숨쉴 수 있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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