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줄리아 로버츠의 모성애, 약물중독보다는···'벤 이즈 백'
입력 2019.04.25. 06:06 댓글 0개【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영화 '벤 이즈 백'(Ben is back)은 현 시점 미국 사회가 심각하게 앓고 있는 약물 중독 문제를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약물 중독자 '벤'(루커스 헤지스)의 과거로 연결되는 사건들은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로 인해 미국 사회가 처한 문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 사람의 약물 중독이 가족과 이웃에 미치는 고통이라는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단순 가족영화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오피오이드는 마약성 진통제로 모르핀, 펜타닐이 대표적이다. 미국 병원에서는 큰 수술을 한 환자가 기존 진통제의 약효가 없다고만 간단히 진술하면 처방해 줄 정도로 구하기가 어렵지 않다. 2013년 기준 한 연구는 미국 내 오피오이드에 의존하는 인구가 200만명에 이르고, 한해 1만6000명이 이로 인해 사망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피오이드 오남용 문제와 관련, 불법 거래상을 사형에 처해야 한다며 오피오이드와의 전쟁을 선언했을 정도다.
연일 연예인과 부유층의 마약 흡입, 투약 문제가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대한민국에 경각심을 주기에 좋은 영화다. '버닝썬'을 기점으로 시작된 대대적인 마약 수사로 프로포폴, 졸피뎀 등 향정신성의약품의 상습투약 사례가 적발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연예인이나 재벌가뿐 아니라 의사, 간호사 등의 오용 사례도 적발될 정도로 한국 내 약물 오남용 문제도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한국인 수용자 측면에서 아쉬운 지점도 이와 맞닿는다. 영화를 감상할 때 관객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기반해 그 작품을 이해하고 감정이입도 하게 된다. 한국에서 일반인들의 마약류 오용 사례가 늘고 사회 문제로 대두되긴 했지만, 아직 대부분이 의료인 중심으로 오남용이 이뤄지고 있는 형편이다. 약물 오남용 문제가 미국만큼 보편적이지 않으니 관객들은 약물 오남용 문제의 심각성이 살갗에 와닿을만큼 심각하게 느끼지 않을 수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공원이나 구석진 곳, 때로는 길거리에서도 쉽게 맡을 수 있는 대마조차 엄격하게 근절돼 흔하지 않은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이 때문에 약물 중독은 사실 먼 나라의 얘기로 다가오기 십상이다. 영화를 보면서 '미국은 사회적으로 약물 중독이 심각하고, 친구를 죽음으로 몰 수도 있고 가족을 파멸로 이끌 수도 있구나' 정도의 감상에 그칠 수 있다. 당장 내 가족, 내 친구가 당사자가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초조함을 갖고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상황에 감정이입을 하기란 쉽지 않을 수 있다.
대신 영화에 몰입시키는 요소는 극의 중심인 줄리아 로버츠(52)의 '엄마' 연기다. 다소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는 '벤 이즈 백'은 약물 중독이라는 괴물과 싸우는 아들에 대한 필사적인 모성애가 드라마의 또 다른 축이다. 줄리아 로버츠는 극중 엄마 '홀리' 역을 완벽히 해낸다. 홀리는 사랑하는 아들 '벤'(루커스 헤지스)을 위험으로부터 구하는 동시에 더 이상 벤을 믿지 않는 가족의 연대를 회복하기 위해서 공포와 두려움을 무릅쓰고 홀로 싸워나간다. 이런 '엄마' 홀리의 모습은 강인함을 뛰어넘어 위대함으로 다가온다.
사실 '엄마'라는 소재는 20대 이상의 관객들을 매료시키기에 '치트키'와도 같은 요소다. 중간만 가더라도 관객들의 가슴을 울렁거리고 눈가에 눈물이 맺히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여기에 섬세한 감정선을 연기해 내는 배우가 있어야 관객들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흘러내리게 할 수 있다. 줄리아 로버츠는 아들에 대한 사랑과 증오 사이에서 아들을 끝까지 지키고 싶은 간절함을 절절하게 표현했다. 여기에 홀리의 감정선을 과하지 않으면서 절제될 수 있도록 한 연출의 힘 또한 강력했다.
'벤 이즈 백'은 약물 중독 치료를 위해 시설에서 생활 중인 아들 벤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갑자기 집으로 돌아오며 생기는 24시간 동안의 일을 그린다. 크리스마스 파티 준비가 한창이던 홀리의 가족은 약물 중독으로 인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던 벤의 예고 없는 방문에 당황한다. 반가운 마음과 함께 걱정이 앞선 홀리는 벤에게 24시간 동안 절대 떨어지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지만 반려견 '폰스'가 사라지는 등 일련의 사건들이 겹치면서 가족의 일상에 균열이 생기고 갈등이 시작된다. 그리고 폰스를 위해 벤과 동행하게 된 홀리는 예상치 못한 벤의 진짜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감독 피터 헤지스는 '어바웃 어 보이'의 각본을 맡아 아카데미 각색상 후보에 올라 주목 받았다. 감독 데뷔작인 '에이프릴의 특별한 만찬'은 시카고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과 특별상 수상을 통해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동시에 받았다. 피터 헤지스 감독의 강점은 각양각색의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 가족이 그들 만의 대처법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이야기를 때론 재미있게, 때론 감동적으로 담아내 대중에게 특별한 공감대를 선사하는 스토리텔링 능력이다.
이번 '벤 이즈 백'에서도 탄탄한 각본과 섬세한 표현, 감성적인 연출을 해냈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예측 불가능한 캐릭터가 가족들과 섞이면서 그들의 역학관계에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는 지점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섬세한 감성으로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캐릭터의 복잡한 감성뿐 아니라 관객과의 감정적인 유대감을 형성해 공감의 폭을 넓히는 감독의 흡입력 강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주연 줄리아 로버츠(52)는 설명이 필요없는 할리우드 대표 연기파 배우다. 로맨틱 코미디, 블록버스터, 휴먼 드라마까지 모든 장르를 소화한다. 90년대 '귀여운 여인', '노팅힐' 등 로맨틱 코미디를 통해 만인의 연인, '에린 브로코비치'로 아카데미시상식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아들 역은 차세대 연기파 배우로 주목받는 루커스 헤지스(23)가 맡았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바 있는 헤지스는 차세대 배우로 급부상했다. 이후 '쓰리 빌보드', '레이디 버드'에서 안정적인 연기로 호평을 들었다. 헤지스는 스스로에 대한 증오와 엄마에 대한 사랑 사이의 미묘하면서도 복잡한 내면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한다.
벤의 여동생 '아이비' 역은 캐서린 뉴턴(22)이 맡았다. 뉴턴은 오디션에서 깊은 감정 연기로 헤지스 감독을 감동시켜 캐스팅됐다는 비화가 공개되기도 했다. 홀리의 남편이자 벤의 새 아버지 '닐' 역은 '아메리칸 크라임 스토리'로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연기파 배우 코트니 B 밴스(59)가 분했다.
감독은 자신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를 제작했다. 일곱살 때 어머니는 알코올 중독으로 재활원에 들어가 치료를 시작했고, 그가 15세가 돼서야 비로소 모든 치료를 끝내고 중독에서 벗어나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었다.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알코올 중독, 약물 중독으로 인한 친한 친구의 죽음, 죽음의 위기를 넘긴 조카, 그리고 2014년 배우 필립 시모어 호프먼(1967~ 2014)의 약물중독 사망 앞에서 되돌릴 수 없는 상실에 대해 함께 위로를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가까운 사람을 잃는 고통을 경험하고, 또 다른 사람의 회복 과정을 지켜보고, 부서지고 상처입은 영혼이 다른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마음먹고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다.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보고, 느끼고, 경험하게 된 감정을 바탕으로 캐릭터를 구축하고, 영화적 상상력과 극적인 드라마 설정을 더해 작품을 완성했다.
중독 문제에 대한 심각성과 자식에 대한 '엄마'의 모성애를 매우 충실하게 담아낸 '벤 이즈 백'은 다음달 9일 개봉한다. 103분, 15세 이상 관람가
nam_jh@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사라진 옛 전일방 '공중 정원' 복원 목소리 강하다 세종시 이응다리(금강보행교)는 차별적인 보행 경험을 제공하면서 단숨에 세종시 랜드마크로 떠올랐다. 뉴시스 옛 전방·일신방직(옛 전일방) 부지 개발을 두고 '더 나은 공간'을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전문가와 시민단체에게 쏟아져 나왔다.당초 설계공모작에 있다가 도시계획심의 과정에서 사라진 공중 정원을 복원해야 한다는 의견부터 3만~4만평에 이르는 상가 공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기여'를 활용해 도시미래관이나 대형전시장 등을 조성하자는 제안까지 다양한 개선점이 제기됐다.광주의 '핵심 전략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옛 전일방 부지 개발이 '뻔하디뻔한' 미니 신도시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창의적이고 입체적 개발이 지구단위계획에 반영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다.전남일신방직부지 공공성 확보를 위한 시민대책위에 따르면, 옛 전일방 도시관리계획 변경에 대한 주민 의견서를 제출했다. 광주시는 옛 전일방 부지 지구단위계획 변경에 앞서 지난 18일까지 주민의견을 청취했다.우선 시민대책위는 국제설계공모 당선작의 핵심 개념 중 하나였던 상부 광장(공원)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초 국제설계공모 당선작에서는 개발지 중심(어반코어)에 상부 광장을 조성해 35m 간선도로에 두 동강 난 부지를 입체적으로 연결했다.하지만 도시계획의 심의 과정에서 하부에 그늘이 진다는 이유로 상부 광장이 단순한 육교 수준으로 축소됐다. 하부에 이른바 '그늘'이 지면서 상가 이용 등에 방해가 된다는 게 이유다. 시민대책위 내 건축 관련 자문을 맡은 박홍근 건축가는 "현 계획안을 보면 축구장 하나 정도의 공중 데크(공중 정원)가 사라졌는데, 당초 공모설계작에 있는 공중 데크가 있어야 입체적 연결과 보행이 가능하다"면서 "공원 데크를 없애는 건 축구장 하나의 녹지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민들이 공중 정원에서 전망을 할 수도 있고, 색다른 경험을 할 수도 있다"면서 "세종은 이응다리(금강보행교)를, 포항은 스페이스워크를 통해 입체적 보행 경험을 주고 랜드마크가 됐다"고 말했다.시민대책위는 또 공원1 옆 상업시설 용지를 공원으로 편입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현재 계획안은 공원 1 옆 용지를 연도형(가로형) 상가로 개발하기 위한 상업시설 용지로 지정돼 있다. 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옛 전일방 부지로 이어지는 대로변을 상가를 집중 배치해 가로를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이다.광주 북구 임동 옛 전방·일신방직 부지 개발사업 국제설계공모에서 덴마크 건축설계회사 '어반 에이전시'는 어반 코어(중심지)에 상부 공원을 조성하는 입체적 개발로 대로로 나뉜 공간과 공원과 연결을 시도했다. 현 계획안에는 크게 축소됨에 따라 다시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광주시그러나 최대 10층까지도 올라갈 수 있는 상가들이 도로와 공원 간 진입을 차단하고 시야를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 있다. 박 건축가는 "연도형 상가가 공원과 대로를 가로막는 방벽 역할을 할 것이다"면서 "그러면 핵심적인 역사문화 시설인 발전소와 물탱크, 공장 등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우려했다.이어 "아파트만 해도 최근 담장을 치우는데 개발지의 핵심 공간인 공원에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없게 해선 안된다"며 "용도 변경이 안된다면 공공이 사가지고 공원 일부로 개발을 하든가, 공원에 편입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주상복합 건물에서 쏟아져 나오는 3만~4만평에 이르는 공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가 면적을 공공기여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현 조례상 주상복합은 의무적으로 상업시설 면적 15%를 확보해야 한다. 시민대책위는 막대한 상가 활용 방안을 모색하지 않으면 원도심 상권의 블랙홀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자칫 공실로 인해 흉물로 방치돼 사회적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주의 미래를 꿈꾸고 실현할 '도시미래관'이나 노동의 가치를 공유할 노동 또는 방직박물관, 마이스산업 경쟁력을 위한 대형 전시관 건립을 활용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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