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피해자 희생양 삼는 야만의 사회

입력 2019.04.24. 17:24 수정 2019.04.24. 17:24 댓글 0개
조덕진의 어떤 스케치 아트플러스 편집장 겸 문화체육부장

“소풍왔어요?” 아이의 죽음에 생을 송두리째 저당 잡힌 수호 엄마. 오랜만에 납골당을 찾았다. 점심이나 같이하자는 같은 처지 부모들의 위로도 견디기 어렵다. 살아 끼니를 챙기는 부모들도 참담하기는 마찬가지. 사진 속 아이들에게 안녕을 빌며 헛헛한 농으로 절망을 애써 외면하려 안간힘이다. 영화 ‘생일’의 한 장면이다.

피해자다움 요구는 또 하나의 폭력

수호엄마는 아들의 죽음에 갇혀 세상 밖으로 한 걸음을 내딛지 못한다. 자신의 잘못만 같아서다. 그날, 왜 아들의 전화를 받지 못했던가. 아들을 함께 기억하자는 다른 엄마들의 마음도 받지 못한다. 수호 생일을 함께 하자는 권유에 “국가에서 챙겨주는 것도 아닌데, (당신들이 뭔데) 내 아들 생일을 챙기느냐, 뭔가 바라는게 있을 것 아니냐”고 되잡는다.

사회적 고통에도 상처 투성이 마음 치유는 개인 몫으로 내던진 이 사회의 2차 가해가 가져온 절망의 또 다른 얼굴이다.

“세상에, 애를 잃어놓고 야구를 보며 환호를 하다니, 내가 인간입니까”

세월호 유가족들이 우연히 티비 야구중계를 보다 류현진 선수 활약상에 ‘순간’환호 하는 자신들 모습에 깜짝 놀란다. ‘우리 뭐하고 있는거야’.

“네, 인간이죠. 인간이니까 그러는 거죠. 유가족이라고 이십사시간 내내 유가족으로 사는건 아니예요”

‘거리의 치유사’, 세월호 참사 후 안산에 치유공간 ‘이웃’을 마련해 희생자 유가족들의 마음을 돌보고 있는 정신과 의사 정혜신씨의 분석이다. ‘야구를 보다 환호 할 수 도 있고, 갑자기 애들 생각에 펑펑 울기도 하고. 그것이 사람’이다. ‘유가족은 이러이러할 것이란 틀이 그들에게는 매우 가혹한 폭력’이라는 설명도 덧붙인 다 . ‘우리 모두가 잘 못된 건데 유가족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한 엄마는 이야기 하다 무심결에 웃었더니 ‘저 엄마 계모 아니냐’는 수근거림을 들었다.

혹자는 말한다. 이제 시간도 흘렀으니 슬픔을 딛고 현실로 돌아가야한다고. 진상규명 같은 건 그만두고 마음치료나 잘하고 남은 식구들 잘 건사하라고. 사회적 트라우마에 전력하고 있는 정혜신의 진단은 다르다. 트라우마는 정신질환 중 유일하게 외부요인에 의한 질환이다. ‘외부적 요인에 대한 분명한 원인구명 없이는 세월호 트라우마는 한 발짝도 진행될 수 없다. 진상규명이 치유의 가장 중요한 첫 단계’인 이유다.(‘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나름’ 진심어린 위로도 폭력이 되는 이 위태위태한 상처에, 설상가상 사람의 형상을 하고 피투성이 심장에 칼을 꽃는 자들이 아직도 도처에 있다.

박근혜 정권시절 부처 장관, 국회의원, 세월호 특별조사위원이라는 이들이 ‘세금도둑’이니 ‘교통사고’니 떠들어대더니 5년이 지난 오늘에는 반(反)인간급 인물이 나섰다. 전 새누리당 의원이라는 차명진은 차마 옮기기조차 어려운 패륜적 악담을 유가족에게 퍼부었다. ‘아무잘못이 없는 박근혜 황교안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며. 새누리가 차명진의 당원권을 정지했다랄지, 한다든지 하는 소식은 없다. 하기야 그 당 국회의원이라는 김순례·김진태의 518광주민중항쟁 망언에대한 국민적 분노에도 두달여를 뭉개다 솜방망이 징계로 아웅한 이들이다.

영정 앞에서 뭐하는 짓들인가

그런 그들이 농성이니 장외투쟁이니를 한단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영정 앞에서 뭐하는 짓들이냐!’는 한 티비장면이 떠오른다. 돌아가신 이는 안중에도 없고 전리품처럼 유산을차지하려는 악다구니에 대한 비탄이다.

아이들 중 일부는 아직도 저 푸른 바다 밑 어디에선가 애타게 우리를 부르고 있고, 아이들 제단의 조화는 채 마르지도 않았다.

‘이 땅의 어른’이라는 것을 더이상 ‘욕되고 부끄럽게’(김선우 ‘이봄의 이름을 찾지 못하고 있다’) 만들어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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