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조수미 "치매 앓는 엄마, 이제 이해합니다"···사모곡
입력 2019.04.23. 22:30 댓글 0개【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성악가를 꿈꾸던 김말순(84) 여사의 음악교육은 혹독했다. 피아노 연주를 제대로 하기 전까지 8시간 동안 방문을 열어주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 딸을 알아보지 못한다. 치매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김 여사의 딸 소프라노 조수미(57)는 4년 만인 최근 발표한 마흔다섯번째 앨범 '마더'를 "선물하고 싶은 음반"이라며 어머니에게 바쳤다. 일종의 사모곡이다.
조수미는 23일 "저희 어머니는 본인이 성악가를 할 수 없었던 것을 원망하면서 사셨어요. 제 어린 시절에 어머니가 늘 하던 말씀은 '결혼을 하면 안 되고 대단한 성악가가 돼야 한다'는 것이었죠. '내가 못한 노래를 해야 한다'고 하루에도 두 세 번씩 강조하셨습니다"라고 돌아봤다. "딸을 닦달해서 어머니를 원망하고 미워도 했어요"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던 여덟 살 조수미는 어느 날 저녁을 먹고 '노래를 하며' 설거지를 하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본 뒤 마음을 고쳐먹었다. "엄마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한명의 여성으로 다가오는 거예요. 저 분이 저렇게 힘들고 슬픈 상황에 처했다는 생각이 든 거죠. 결혼 생활은 행복하지만 무엇인가 부족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죠."
저렇게 초라해보이는 여자를 어떻게 하면 도와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어린 조수미는 하게 됐다. '성악가를 꿈꾸게 된 특별한 저녁'이었다. 하지만 "유아 시절을 빼앗고 자신의 꿈도 못 이루면서 어떻게 그렇게 딸에게 모든 것을 책임을 지우나"라는 생각은 내내 이어졌다. 그렇게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했던 시절"은 1983년 전환점을 맞았다.
서울대 음대에서 성악을 공부한 그녀가 오페라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으로 유학을 간 해다. 작은 셋방에 오도카니 앉아 어떻게 살아갈까 고민하고 있는데, 가장 그립고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이 어머니였다.
"그 분이 원하셨던 꿈이 생각난 거예요. '내가 여기 왜 와 있는지'를 그때 이해했죠. 어떻게 보면 제가 되게 효녀에요. 호호. 수의사가 꿈이었는데 성악가가 됐죠. 결국은 어머니가 저를 잘 보신 거예요. 성악에 탤런트가 있다는 것을 간파하신거죠. 어느 날 저를 떠나신다면, 세상에서 가장 그리워할 분입니다."
조수미는 1986년 이탈리아 베르디 극장에서 오페라 '리골레토'의 여주인공 '질다' 역으로 데뷔, 한국을 대표하는 소프라노가 됐다.
세계 곳곳을 호령하며 '공적'인 것에 가까운 지위가 부여되는 예술가에게는 안타까운 '사적'인 사연도 따른다. 2006년 3월31일 아버지를 임종하지 못했다. 당시 프랑스 파리 샤틀레극장 연주회가 겹쳐 가족들의 권유로 공연을 마치고 귀국했기 때문이다. 조수미의 부친은 "팬들과의 약속이 중요하다"고 거듭 말해왔다.
조수미의 샤틀레극장 공연은 뒷날 '아버지를 위하여'라는 제목의 DVD로 출시됐다. 결국 '아버지를 위한 콘서트'가 된 것이다. 음악으로 부친을 기억한 셈이다.
2003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상'을 받은 조수미의 어머니도 흘러가는 말로 딸이 자신을 위해 무엇인가를 준비했으면 하는 기색을 내비쳤다고 했다. 조수미는 아무렇지도 않게 "라이브로 보는 것이 좋지 않느냐"고 대꾸했다.
하지만 기억력이 점점 떨어져 가는 어머니를 위해서 음반을 만들어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용기를 냈다. 그래서 이번 앨범에는 조수미가 엄마의 품처럼 편안함을 안겨주는 음악 위주로 13곡을 직접 선곡했다.
조수미의 어머니가 좋아하는 드보르작 '어머니가 가르쳐 주신노래'를 비롯해 폴란드 민요로 왈츠풍의 경쾌하고 아름다운 '마더 디어', 영화 '웰컴 투 동막골'(2005) OST로 국내에서 인기를 누린 오보에 곡 '바람이 머무는 날', 타이스의 '명상'을 근간으로 한 '아베 마리아', 이탈리아 기타리스트 겸 테너 페데리코 파치오티와 부른 듀엣곡 '이터널 러브' 등이 실렸다.
조수미는 "어머니에 관한 수많은 곡들을 열 세곡으로 줄이는 것이 힘들었어요"라고 털어놓았다. "음악 장르를 떠나 어머니 품처럼 들을 수 있는 음반을 원했어요"라고 했다. "어머니처럼 따듯하고 마치 어머니를 늘 그리워하는 듯한 음반이죠. 클래식에만 치중돼 있지 않고 여러 가지 장르의 노래가 섞인 사랑의 음반"이라고 부연했다.
자신의 어머니를 위한 것이지만,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께 드리는 음반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본인의 꿈과 많은 것을 희생하며 자식들을 위해 산 분들을 위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했죠. 개인적인 이유를 포함해 복합적인 이유로 탄생한 앨범"이다.
최근까지 외국에 머물던 조수미는 내일 이 음반을 들고 어머니를 찾아뵌다. "다행히 어머니는 잘 계세요. 내일 들려드릴 건데 저와는 말씀을 못 나눠요. 알아보지 못하니까요. 음악을 틀고 손을 다독여드릴 겁니다."
조수미는 미혼이다. "엄마가 되지 못했어요. 될 가능성도 없어 보이고요. 그럼에도 엄마 같이 제 나름대로 큰 사랑을 가슴에 품고 살아요. 주변사람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사랑으로 베풀어야 뿌듯하죠."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등을 위해 발벗고 나서는 등 조수미는 자타공인 한국 홍보대사다. 이번 앨범의 보너스 트랙으로, 윤일상이 작사∙작곡한 '아임 어 코리안'이 이를 증명하는 곡이다. 올해 2월28일 3·1절 100주년 전야제에 공개됐고, 앞서 싱글로 발매됐다.
"외국에서 공연을 해도, 한시도 한국을 잊은 적이 없어요. 초창기 해외에서 어디서 왔냐는 질문을 들으면, '프롬 코리아'라고 답하는 것이 일이었고 굉장히 자랑스러웠어요."
영국 런던의 세계적인 공연장인 위그모어홀에서 5월11일 마스터클래스와 12일 리사이틀을 여는 등 여전히 세계적으로 스케줄이 가득차 있는 조수미는 "글로벌 시대에 젊은이들의 이해도가 빨라 세계에 잘 연결이 된다"고 한다. "우리 문화를 늘 기본으로 가지고 가야 해요. 우리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면서, 다른 세계와 다른 정서로 그들의 문화와 이해심을 높여 줄 수 있어야 문화가 같이 갈 수 있죠"라고 덧붙였다.
조수미는 '마더' 발매 기념 전국투어 '마더 디어'도 돌고 있다. 21일 용인포은아트센터에서 출발한 이 투어는 25일 강릉아트센터, 27일 대구수성아트피아, 30일 창원성산아트홀, 5월2일 제주아트센터, 4일 부산문화회관, 7일 여수예울마루 등지로 이어진다. 어버이날인 5월8일 롯데콘서트홀 공연이 피날레다.
UNESCO 평화대사인 조수미는 북녘땅에서 공연하는 것도 꿈꾼다. "대한민국의 평화가 곧 세계평화죠. 정치인들이 갈 수 없는 곳에, 예술인들은 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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