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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일 전 의원 장지는 'DJ 통곡한 5·18 구묘역'
입력 2019.04.23. 11:38 댓글 0개사선을 넘나들다 5·18 7년 만에 광주 방문
김 전 의원 오월영령들 묻혔던 곳에서 영면
【광주=뉴시스】맹대환 기자 =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 전 민주당 의원의 유해가 23일 오후 광주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5·18 구 묘역)에 안장될 예정인 가운데 5·18 구 묘역과 김 전 대통령의 인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5·18 구 묘역은 김 전 대통령이 민주화영령들을 처음 마주하고 부채의식과 회한에 젖어 통한의 눈물을 쏟아냈던 곳이다.
23일 광주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은 1987년 9월 망월동 5·18 구 묘역을 처음으로 방문했다.
구 묘역은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숨진 민주열사들을 임시 매장했던 곳으로, 피의 학살이 끝난 지 7년 만의 방문이었다.
신군부 세력에 의해 5·18 주동자로 내몰리고,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이라는 이름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고초 끝에 미국 망명을 마치고 1985년 2월 귀국한 지 2년 7개월 만이다.
김 전 대통령은 5·18 구 묘역에서 추도사를 통해 "광주! 무등산! 망월동! 감옥에서, 미국 땅에서, 그리고 서울 하늘 아래서 얼마나 많은 피눈물을 자아내고 가슴을 떨리게 한 이름이었던가.
이제 그토록 그립고 외경스러웠던 광주와 무등산과 망월동에 오니 한편으로는 어머니 품에 안긴 안도감을 느끼고 한편으로는 준엄한 심판대에 선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은 "여러분의 죽음에 의한 전 세계적인 관심과 동정의 도움으로 구차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지만 나는 과연 여러분과 유가족을 위해서 무엇을 했단 말입니까? 부끄럽기 짝이 없고 죄책감에 몸둘 바를 모르겠다"고 오열했다.
김 전 대통령은 "신군부 세력의 협력을 거부하고 마침내 죽기로 결심했었다"며 "그것만이 여러분과 같이 영원히 사는 길이며, 국민과 역사 앞에 바르게 서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여러분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나에게 힘을 주었다"고 민주화의 의지를 다졌다.
그는 "미국에서 광주의거의 비디오 테이프를 봤을 때 눈물과 신음으로 온몸을 감당하지 못했고 인간 자체에 대한 절망을 금할 길이 없었다"고 또 다시 통곡했다.
김 전 대통령은 "그러나 절망만을 느낀 것은 아니었다. 압제와 불의에 굴하지 않는 용기, 민족의 자주와 자유를 수호하고자 하는 불멸의 정신이 위대한 광주의거의 정신을 창출했다. 금남로의 함성은 3·1만세운동, 4·19, 부마의거와 이어져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전두환 정권은 다시 반동의 길로 역사를 역전시키려 하고 있지만 그들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며 "머지 않아 우리는 민주정부를 갖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망월동의 이 초라한 공동묘역은 오늘을 살고 있는 자와 내일의 후손에 교훈으로 남을 것이다"고 예언했다.
김 전 대통령은 용서와 화해를 통해 진정한 민주화를 실현하겠다며 오월영령들 앞에 다짐했다.
"나에게 죽음을 강요했던 그들을 사랑할 수는 없으나 용서할 수는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민중의 서러운 가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고, 동트는 민주와 민중의 새벽을 앞장서 열어갈 것을 굳게 맹세합니다.
이토록 늦게야 머리숙여 추모를 드릴 수 밖에 없었던 이 사람을 용서하시고 편히 잠드소서, 부디 편히 잠드소서"
김 전 대통령과 민주화운동을 함께 했던 정치인들은 김 전 대통령과 김 전 의원을 부자 관계를 넘어 정치적 동지로 회고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아버지와 정치적 부침을 함께 겪으면서 민주화운동에 동참해 왔으며, 오랜기간 고문 후유증을 앓아오다 지난 20일 향년 71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김 전 의원은 이날 오후 3시께 아버지가 생전 통한의 눈물을 흘렸던 5·18 구 묘역에 안장된다.
mdhnews@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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