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문송' 시대, 광주 인문강좌의 꿈

입력 2019.04.22. 16:28 수정 2019.04.22. 16:28 댓글 0개
조덕진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주필

광주가 인문 향으로 넘실거린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나 국립광주박물관, 광주시립미술관·전남인문대 등 국공립기관 뿐 아니라 무등공부방·카페필로소피아·인문지행·시민인문학·시민자유대학, 최근의 동고송에 이르기까지 시민사회 인문강좌들이 넘실넘실 봄날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이 뿐인가.

푸른길 일대의 ‘지음책방’과 ‘심가네 박씨’를 비롯한 15개에 이르는 광주지역 독립책방은 물론이고 ‘살롱 드 테오’ 등 광주 곳곳 카페들의 작은 공부모임까지 이루 헤아리기도 어렵다. 여기에 각종 사적인 독서·강좌모임까지 확장해보자면 광주는 가히 인문 열풍의 시기라 할만하다.

눈길을 끄는 건 단연 시민사회 부문의 인문강좌와 동네 모임들이다.

이들 독립책방이나 카페들의 공식·비공식적 독서모임과 강좌들은 개성 넘치는 색깔들로 동네 문화사랑방으로, 도시의 문화 실핏줄 역할을 하고 있다.

크고작은 시민강좌와 동네 곳곳을 거미줄처럼 엮는 이들 크고작은 인문강좌의 의미는 각별하다. 풍성한 문화적 자양분을 제공하면서, 광주라는 도시 저변에 도도한 흐름을 형성한다는 점에서다.

현대라는, 험난하고 황량한 자본의 시대를 건너는 강력한 힘으로서 인문의 힘. ‘돈’이나 ‘권력’이 한 존재의 사회적 평가를 좌우하는 자본의 사회에서 자본이 아닌 ‘마음’ ‘미래’ ‘꿈’과 같은 내적 힘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광주라는, 역사와 문화예술과 사람의 존엄성을 지키는 아름다운 도시에 대한 ‘꿈’이 담겨있다.

이들 시민사회강좌들은 인문의 힘으로 더 나은 사회가 가능하다는 꿈의 확장이다. 강정채 전 전남대 총장이 이끄는 무등공부방, 심옥숙 박가사 이끄는 인문지행, 박구용 전남대 교수를 중심으로 한 시민자유대학, 사회운동가이자 저술가 황광우씨를 주축으로 한 동고송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21세기 미래로서 광주’라는 공간에 대한 ‘꿈’과 ‘희망’을 모색한다.

먹고사는 일도 힘든데, 돈이 신으로 등극한 자본주의 시대에 웬 인문 르네상스일까. 서민 삶은 팍팍하고, 젊은층의 사회진출은 하늘의 별따기로 ‘문송’(문과라서 죄송한)한 시대에 당최 이해가 안갈 법도 하다. 당장 하루하루를 살아내야하는 서민과 빈곤층에에게는 먹고 살만한 이들의 우아한 취미 쯤으로 치부될 수도 있겠다.

그렇기만 한 것일까.

내일을 꿈꾸는 이들은 말한다. ‘부와 교육 등 사회적 환경이 대물림되는 신세습주의 사회에서 자본이 구획한 피라미드에서 목숨을 걸고 노력만 하다 생을 마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던져진 이들에게 더더욱 인문의 힘이 필요하다고. 소위 21세기 AI 시대에 성공전략으로서 인문학의 필요성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성공도 중요하지만, 지상에 온 누구라도 자신의 존엄과 이웃과의 연대, 사람의 소중함을 나누는데 인문이 강력한 힘이라면 정작 필요한 이들은 바로 배운 것도 가진것도 없는 자본주의 가장 아래 피라미드를 이루는 기층 서민들인 셈이다.

공장이나 시장에서 일터를 마무리하고 나와 이웃의 존엄을 찾아 대학으로 동네 책방으로, 미술관으로 찾아 나서는 그런 도시. 생각만으로도 아름답다.

아트플러스 편집장 겸 문화체육부장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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