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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文대통령의 카자흐스탄 동포간담회 모두발언

입력 2019.04.21. 17:11 댓글 0개
【알마티(카자흐스탄)=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1일 오전(현지시각) 마지막 순방지 카자흐스탄 국빈방문을 위해 알마티 국제공항에 도착해 바이벡 알마티 시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9.04.21. pak7130@newsis.com

【알마티(카자흐스탄)=뉴시스】홍지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동포간담회 모두발언>

고려인 동포 여러분, 재외국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국빈방문의 첫 일정을 동포 여러분과의 만남으로 시작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대한민국 대통령 최초로 천산산맥의 만년설이 빚어낸 아름다운 도시 알마티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넓으면서도 아늑한 숲속 도시에 들어온 듯합니다. 한국에도 많이 있는 참나무, 백일홍, 미루나무가 정겹습니다. 고려인 동포 여러분이 많이 사시는 곳이어서 더욱 가깝게 느껴집니다.

이곳 알마티를 비롯해 크질오르다, 카라간다, 쿠스타나이, 심켄트, 타라즈 등 카자흐스탄 곳곳에서 달려 와주신 동포 여러분, 오랫동안 뵙고 싶었습니다. 저희 부부와 대표단을 반갑게 맞아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카자흐스탄의 광활한 초원 위에는 독립운동의 별들이 높이 떠 있습니다. '백마 탄 장군'으로 불린, 항일명장 김경천 장군,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의 영웅 홍범도 장군, 한글학자이자 임시정부에 참여했던 계봉우 지사, 연해주 독립군부대에서 활약한 황운정 지사는 우리 역사의 지평에 저물지 않는 별이 되었습니다.

올해, 3.1독립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동포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더욱 뜻깊습니다.

우리 정부는 계봉우·황운정 지사 내외분의 유해를 봉환하기 위해 카자흐스탄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왔습니다. 마침내 이번 방문을 계기로 애국지사들을 고국에 모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카자흐스탄 정부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 이 자리에는 어려운 결단을 내려주신 계봉우, 황운정 지사의 후손들이 함께하고 계십니다.

계봉우 지사의 후손 ‘계 이리나’ 님은 카자흐스탄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독립유공자협회 부회장직을 맡아 독립의 정신을 후손들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황운정 지사의 손녀 ‘황 라리사’ 님은 카자흐스탄 독립유공자 후손협회 고문을 맡아 선대의 독립정신을 계승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두 분, 어디 계십니까? 여러분 계봉우, 황운정 지사의 후손들께 따뜻한 박수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독립운동가들을 기억하고 기리는 것은 미래세대에게 자신의 뿌리를 알려주는 일입니다.

카자흐스탄과 한국 사이에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교류의 길을 넓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 정부는 머나먼 이국땅에서 생을 마감하신 독립운동가들의 정신과 뜻을 영원히 기억하고, 최고의 예우로 보답해 나가겠습니다.

고려인 동포 여러분, 재외국민 여러분,

1937년 9월, 고려인들을 실은 열차가 처음 도착한 곳은 카자흐스탄의 우슈토베였습니다. 대기근을 겪은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도 우슈토베 주민들과 카자흐스탄 국민들은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우리 민족 특유의 강인한 정신을 지닌 고려인 1세대들은 정착 초기의 어려움과 고난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의 터전을 일궈냈습니다.

고려인 정주 80주년을 맞은 2017년 대한민국 국민들은 그런 고려인의 삶을 영상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카자흐스탄 영상기록보존소에서 기증받은 1946년 영상에는 ‘선봉 중학교’라는 한글 간판이 걸린 학교에서 칠판에 한글을 꼭꼭 눌러 쓰는 어린 학생이 있었습니다. 나란히 서서 디딜방아를 찧는 소녀들과 씨름을 즐기는 어른들, 젓가락을 사용하며 함께 밥을 먹는 우리민족 고유의 일상이 아리랑의 선율과 함께 전달되었습니다.

국민들은 긴 세월과 국경을 뛰어넘어 동질감을 느꼈고, 저는 오늘 우리가 하나의 뿌리를 가지고 있음을 다시 한번 깊이 실감하고 있습니다.

카자흐스탄에서 고려인을 의미하는 것은 "성실하고 정직함"이라고 들었습니다.

김만삼 님, 채정학 님과 같은 수많은 '노동영웅'이 고려인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1세대의 개척정신, 근면과 성실을 지켜온 후손들은 '고려인'이라는 이름을 더욱 강하고 자랑스러운 이름으로 만든 주역들입니다. 카자흐스탄 사회로부터 인정받고 존경받고 있는 동포 여러분 모두가 영웅입니다.

이제 카자흐스탄 국민들은 한국어와 한식, K-pop과 드라마를 즐기며 한국과 한국인을 더욱 가깝게 느끼고 있었습니다.

'고려극장'과 '고려일보'는 카자흐스탄의 한류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고려극장’은 연해주에서 탄생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고려인의 애환과 함께해왔습니다. 홍범도 장군의 일대기를 그린 ‘의병들’, 민족의 고전 ‘춘향전’ 등을 통해 우리의 문화를 지켜왔습니다.

역시 연해주에서 1923년 창간된 독립운동가들의 신문 ‘선봉’이 지금까지 ‘고려일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1937년 식자공들은 이주를 당하는 황급한 순간에도 농부들이 볍씨를 챙기듯 '한글 활자’를 소중히 챙겼습니다. 언론인들의 소명의식이 중앙아시아 고려인을 대표하는 신문 ‘고려일보’를 길러냈습니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민족의 정체성을 지키는 구심점 역할을 해 온 '고려극장'과 ‘고려일보’ 관계자들을 비롯한 고려인 동포여러분께 깊은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드립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려인 동포 여러분, 재외국민 여러분,

우리 민족은 어디로 이주하든 학교부터 지었습니다. 아무리 가난해도 자식 교육을 최우선으로 여겼습니다.

지금 카자흐스탄 고려인 동포들은 정계, 재계는 물론 학계·언론계·문화계 등 여러분야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오늘 자리를 함께 해주신 ‘김 게오르기’ 상원의원님과 ‘김 로만’ 하원의원님, ‘최 알렉세이’ 대통령병원 병원장님을 비롯한 많은 동포분들이 카자흐스탄 고려인 사회의 자부심이 되고 한국과 카자흐스탄을 연결하는 ‘황금 다리’의 역할을 해주시고 계십니다.

재외국민 여러분도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관계 발전과 카자흐스탄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300여 개 한국기업이 에너지, 플랜트, 금융, 가전, 건설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고, 물류·요식업, 서비스업 등 자영업을 통해서도카자흐스탄 국민들의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교육계에서의 활약도 눈에 띕니다. 나자르바예프 대학 등 유수의 카자흐스탄 대학교에서 한국인 교수들이 학생들과 머리를 맞대며 미래를 열어가고 있습니다.

작년에 카자흐스탄을 찾은 우리 국민은 사상 최초로 5만명을 넘었고, 양국의 인적교류는 9만명에 가깝습니다. 재외국민 여러분의 열정과 노력으로 양국 간 교류협력의 토대가 더욱 탄탄해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재외국민 여러분의 노고에 보답하겠습니다.

지난해 ‘해외안전지킴센터’를 설치했고, 올해는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영사조력법’을 공포했습니다. 1년 365일, 정부가 재외국민들과 함께하겠습니다.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할 때, 대한민국이 달려가겠습니다.

정부는 또한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들이 우리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도록 도울 것입니다. 한국문화와 한국어 교육도 체계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재외동포 차세대 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하고, 직업연수와 우수 인재에 대한 장학금 지원 사업도 확대해 동포사회의 역량을 강화하겠습니다.

저는 내일 토카예프 대통령님과 정상회담을 갖습니다. 양국은 1992년 수교 이래 우호·협력관계를 꾸준히 발전시켜 왔습니다. 특히 올해는 양국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한 지 10년을 맞는 해입니다.

양국의 교역액은 작년 22억 불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였습니다. 중앙아시아 국가 중 가장 큰 규모입니다.

모범적인 비핵화 국가이기도 한 카자흐스탄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주고 있습니다.

한국과 카자흐스탄 간에는 무궁무진한 협력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양국 정부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굳건히 다져갈 것입니다. 양국은 물론, 유라시아 전체의 번영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입니다.

그것이 동포 여러분의 노력에 보답하는 길이기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사랑하는 동포 여러분,

오늘 고려인 여성합창단이 ‘아리랑’과 ‘씨를 활활 뿌려라’를 불러주신다고 합니다. 감회가 깊습니다.

우리는 기쁨도 슬픔도 함께 나눠온 민족입니다. 불모지에 볍씨를 뿌려 논을 만들고, 학교를 세워 보란 듯이 아이들을 길러낸 민족입니다.

민족의 역사는 아리랑 선율처럼 흘러 마침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미래를 기약하며 심은 희망의 씨앗이 오늘 꽃으로 피어났고, 내일 큰 나무로 자랄 것입니다.

동포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rediu@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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