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5·18기념재단, 사실상 행정사무감사 거부 이유는?

입력 2019.04.21. 16:37 수정 2019.04.21. 16:37 댓글 0개
“민·관 융합 5·18사업 위해 책임있는 행정 해달라”
‘민법’ 의존 설립… 부마항쟁·제주 4·3사건과 상이

5·18기념재단이 사실상 행정사무감사를 거부했다. 지원 없이 책임만 묻는 행정은 그만해달라는 골자다.

민·관 협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지원만큼의 책임을 따진다면 행정사무감사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게 5·18기념재단의 설명이다.

부마항쟁이나 제주4·3사건과 달리 5·18기념재단은 특별법을 통해 국가폭력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을 목적한 ‘재단’ 설립 근거가 없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별법 아닌 민법 기반… 지원에 한계

5·18기념재단은 민법 제32조에 따라 비영리법인으로 주무관청의 허가로 설립됐다. 기념재단은 광주시에서 설립하지 않았기 때문에 운영비나 지원금이 없고 자체 예산으로 운영되는 일종의 독립된 조직이라고 설명한다.

민법을 바탕으로 설립된 기념재단과 특별법에 근거해 세워진 기념재단의 차이는 부마민주항쟁과 제주4·3사건 특별법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부마민주항쟁 관련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은 부마민주항쟁 기념사업 등을 수행할 목적으로 설립되는 재단에 필요한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하거나 기금을 출연할 수 있다.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도 진상조사, 희생자 및 유족 생활안정 및 복지증진에 필요한 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되는 재단에 자금을 출연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민법을 기반으로 설립돼 지원에 제약을 받는 5·18기념재단과 달리 국가와 지방정부의 지원이 명시돼 있다.

5·18기념재단 관계자는 “정부에 도움을 요청해도 기념사업비만 한정적으로 지원 가능한 상황이다. 재단 운영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해도 근거 법령이 없어서 안 된다는 답변만 돌아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산과 제주에는 재단이 만들어져 운영비 지원을 받고 있지만 광주의 경우 제일 먼저 시작했음에도 운영비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가가 도와준대도 법이 제약

특별법에 재단 지원에 대한 규정이 명시된 것과 그렇지 않는 것은 차이가 크다. 5·18기념재단은 민간성금 52억 원과 민간 및 회원후원금, 사업비 잔여분 등으로 구성된 재단 자산 93억8천200만 원을 운용한 연이자수익 2~3억 원과 기념사업비 목적 국비 24억 원, 광주시 기념사업비 지원금 5~6억 원으로 한해를 운영한다. 이중 사업비는 인건비 등 재단 운영비로 사용할 수 없다. 이자수익 2~3억 원은 5·18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 지원과 건물임차료 등에 쓰고 국비 지원금 속에 인건비가 섞여 있는 구조라는 게 5·18기념재단의 설명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고용안정, 인재육성 등은 어불성설이다. 국비지원 감소가 곧바로 인력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안정적인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2017년에는 행정안전부가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5·18기념재단에 특별교부금 명목 운영비를 지원하고 광주시에서는 공무원을 파견하는 안건이 검토됐었지만 근거 법령이 없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5·18기념재단 관계자는 “행안부와 머리를 맞대고 행정·재정지원을 해보려 했는데 광주시가 지방재정법에 묶여 특별교부세를 받아도 기념재단에 지원할 근거가 없다고 해 백지화됐다”고 말했다.

◆민·관 협력 통해 중·장기 비전 고민해야

5·18기념재단은 진실규명, 학술·연구사업은 물론 전두환 규탄, 전남도청 원형복원, 대정부 진상규명 촉구 등 주요 업무 대부분에 있어 지방·중앙정부의 협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5·18기념재단 관계자는 “지난해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재단의 애로사항이나 어려운 점을 소통하고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진실규명이나 왜곡대응 등 분야에서 성과가 저조하다는 문제제기만 이뤄졌다”며 “매년 정부나 지자체 지원사업비 위주의 5·18기념사업도 재단과 협업하는 것이 아니라 관에서 초안을 짠 후 재단이나 5월 단체에 의견을 수렴하는 형식이다. 전남도청 원형보존 갈등처럼 민과 관의 협업이 제대로 이뤄진다고 볼 수 없는 구조다”고 토로했다.

민·관이 함께 손잡고 중장기 비전을 고민해야 한다는 게 5·18기념재단의 생각이다. 내년 5·18 40주년을 맞아 매번 한해 운영에만 얽매이지 않고 수십년 뒤 5·18을 구상할 때라는 이유에서다.

이기봉 5·18기념재단 사무처장은 “광주시나 시의회도 5·18정신과 함께하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기념재단의 역할과 하는 일에 대한 책임과 관심을 바라는 마음에서 행정사무감사 근거를 요청한 것이다”며 “단순히 행정사무감사를 받지 않겠다고만 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유대용기자 ydy2132@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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