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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청소년책]유통 기한 친구·올리브 가지를 든 소녀·페인트

입력 2019.04.20. 06:03 댓글 0개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유통기한 친구

'장애아'가 아닌 자기 '이름'으로 불리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4월20일 제39회 장애인의날을 앞두고 장애와 장애아를 새로운 시선으로 보는 동화다. 2017년 5·18문학상 동화부문 신인상을 수상한 박수진 작가의 '유통 기한 친구'를 비롯한 이야기 5편은 작가가 특수반 선생님으로 현장에서 함께한 아이들의 진짜 모습이다.

이야기들에 나오는 아이들은 장애가 있어도 건강하고 적극적이고 활달하다. 자기 목소리 내기를 주저하지도 않는다. 파란색과 13번 사물함만 좋아하는 민재와 수영 대회에 나가게 된 찬이는 경쟁자로만 여기던 민재와 통하는 것 같고, 휠체어를 타고 씩씩하게 지하철을 탄 수호는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멋진 지하철 여행을 한다. 다리가 불편한 유리는 학교에서 1주씩 도우미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다가 전학 온 도우미 정다정의 무심함과 서투름 때문에 화가 났지만 결국 용기 있는 유리가 된다. '한정우'라는 이름만 들어도 하경이는 가슴이 뛰는데 대책 없이 밝고 솔직한, 강력한 경쟁자 윤지가 나타나 한정우를 향한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은섭이는 껌딱지 누나의 칭찬통장 때문에 날마다 피곤해도 누나가 자기를 사랑하는지 잘 알고 있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그 주변 친구들, 가족들이 나누는 우정에는 자신과 주변을 변화시키는 따뜻하고 사랑스런 힘이 있다. 정문주 그림, 136쪽, 1만원, 문학과지성사

◇올리브 가지를 든 소녀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사는 소녀 '파라'의 이야기다. 중학생 때부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에 관심을 가진 저자 박건은 우연히 뉴스에서 본 폭탄 맞은 팔레스타인 아이의 모습에 의문을 품었고 그때부터 지구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이 왠지 남의 일 같지 않았다. 폭격 맞은 거리에서 울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6·25동란 때 울부짖는 한국 아이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뜻을 같이하는 친구인 저자 윤태연과 팔레스타인 아이들을 대신해 그들이 처한 현실을 세상에 알리기로 뜻을 모았다.

팔레스타인 소녀 파라는 마을이 불타고 누군가는 죽는 나날을 운명처럼 받아들이며 살고 있다. 파라의 아빠는 시위에서 한쪽 다리를 잃고 삶의 의욕마저 꺾였다. 파라의 오빠는 이스라엘 군인에게 아내를 잃고 복수를 꿈꾸며 집을 나간다. 파라의 엄마는 가족 걱정에 야위어만 간다. 파라는 이런 현실에 숨이 막힌다. 어느 날 학교 선생님이 파라에게 건넨,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을 피해 지하실에 숨어 살았던 유대인 소녀 아디나가 남긴 일기. 고통스런 전쟁 속에서도 자유를 꿈꾸며 따듯함을 잃지 않았던 유대인 소녀의 일기에 파라는 다시 희망의 불씨를 피우게 된다. 박건·윤태연 지음, 172쪽, 1만원, 양철북

◇페인트

좋은 부모와 가족이 무엇인지를 청소년의 시선에서 질문하는 소설이다. 국가에서 센터를 설립해 아이를 키워 주는 ‘양육 공동체’가 실현된 미래 사회, 청소년이 부모를 직접 면접 본 뒤 선택하는 색다른 풍경을 그린다.

이야기는 인식의 폭이 넓어지고 주관이 생겨나는 청소년기에 함께 살 가족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상상에서 시작한다. 주인공 제누는 국가에서 설립한 NC 센터에서 성장한, 성숙하고 생각 깊은 17세 소년이다. 센터의 모든 아이처럼 자기를 자녀로 입양하기 위해 방문한 예비 부모를 면접하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이 소설의 제목 '페인트'는 부모 면접(parent’s interview)을 뜻하는 아이들의 은어다. 제누는 열세살 때부터 지금까지 4년간 페인트를 치러 왔다. 진심으로 자녀를 원하지는 않으면서 입양을 통해 정부로부터 각종 복지 혜택을 받는 데에만 관심이 쏠려 있는 예비 부모들에게 번번이 실망해 왔다. 스무 살이 될 때까지 부모를 선택하지 못하면 홀로 센터를 떠나야 하는 처지에 놓인 제누는 남은 2년간 부모를 만날 수 있을까. 이희영 지음, 204쪽, 1만2000원,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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