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대 문호가 지켜낸 대성당, 세계인의 영원한 사랑
입력 2019.04.18. 10:36 수정 2019.04.18. 10:53 댓글 0개내 친구 석상들이 돌봐줄 거예요/걱정 말아요 그댈 지켜주죠/피할 곳이 필요할 땐 언제든 이곳을 찾아오세요/…/언제든 오세요. 무슨 계절이든 그대가 원할 땐, 내 집은 그대의 집/피할 곳이 필요할 땐 언제든 이곳을 찾아오세요/내 집엔 언제나 맑은 날 뿐이죠. 추위와 더위를 피할 수 있죠.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내 집은 그대의 집’중에서)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제일 먼저 탄식을 자아낸 소식이 노트르담 성당의 화재소식이었다.
노트르담 성당은 856년 역사를 자랑하며 센 강을 따라 보이는 곳이라 프랑스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랜드마크이자 세계인이 가장 가보고 싶은 관광지 일위로 꼽히는 곳이다.
아름다운 고딕 양식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건물이었을 뿐만 아니라 프랑스 문학과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프랑스인들의 자부심이랄까…… 나폴레옹의 대관식이 열리기도 했었던 이곳은 필자가 가장 사랑하는 뮤지컬이자 가장 존경하는 작가 빅토르 위고 작품의 결정판인 뮤지컬‘노트르담 드 파리’의 배경이 바로 노트르담 성당이기 때문에 화재 소식에 안타까운 마음으로 가슴을 쓸어내릴 수밖에 없었다.
내게 있어서 노트르담 성당은 그곳이 가진 물리적인 의미보다는 사랑하는 음악 속에 생생히 살아있고 정신적인 가치가 담겨 있는, 그리고 그 음악을 사랑한 동안의 내 인생이 깃들어 있는 곳이었다.
유학후 유일한 친구였던 뮤지컬
1998년 유학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방황하던 그해 가을 우울감이 정점을 찍을 때 우연히 듣게 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음악들은 내 영혼을 구제했다.
마음이 힘들 때마다 노트르담 드 파리를 들었다. 시디를 가득 메운 54개의 곡을 번갈아 가며 그 가을 겨울 내내 들었었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최대 히트곡 ‘벨르’는 필자만 열광했던 것이 아니었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음악 교과서에도 실렸을 정도로 인기 몰이를 했다.
98-99년 초연 당시 프랑스 음반 차트 44주 연속 1위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사실 노트르담 성당은 빅토르 위고가 지금의 위상을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다.
1831년에 빅토르 위고가 쓴 소설은 성당 이름을 제목으로 썼다. 바로 그 소설이 노트르담 드 파리였다. 성당이 헐릴 위기에 처하자 이를 구하고자 소설을 썼다고 한다. 다행히 빅토르 위고의 소설이 크게 인기를 얻으면서 1845년 드디어 복원의 계기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는 노트르담 성당의 종지기로 일하는 꼽추 콰지모도와 아름다운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린 사랑 이야기이다.
그들의 사랑 이야기에 에스메랄다를 사랑하게 되는 세속적인 욕망으로 스스로를 자멸에 빠뜨리고 마는 사제 프롤로와, 에스메랄다를 능욕하려던 젊은 바람둥이 군인 등 노트르담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15세기 프랑스 사람들의 모습을 낭만적이면서도 웅장하게, 아름다우면서도 처연하게 묘사해낸 빅토르 위고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처음에는 뮤지컬을 보지도 않고 내용을 거의 모른 채 그저 슬픈 멜로디와 엄청난 호소력의 콰지모도의 목소리에 푹 빠져 노트르담 드 파리의 음악들을 사랑했다.
1998년에 초연되었던 이 뮤지컬은 이탈리아의 음악가인 리카르도 코치안테가 작사를 맡고 뤼크 플라몽동이 원작을 기반으로 각본을 썼다.
원작의 반영 비율이 높아서 난해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랬기 때문에 더더욱 빅토르 위고의 인간 군상에 대한 천재적인 이해와 그의 탁월한 표현력이 더해져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그리고 1998년 초연된 후 바로 프랑스의 국민 뮤지컬의 반열에 등극하게 된다. 물론 오케스트라적인 요소보다는 팝적인 요소를 활용한 음악들이 무척 유명하며 마이크 역시 팝 가수들이 사용하는 핀 마이크를 사용했다.
의상역시 현대적이고 단순한 의상과 소품을 사용했으며 전체적으로 세밀한 묘사보다는 소품과 안무의 상징성에 집중했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에 뮤지컬을 접한 팬들은 중세와 현대가 어정쩡하게 뒤섞여 난해하다는 평이 엇갈리기도 했다.
하지만 작품의 외적인 요소보다는 그 상징성에 몰입해서 극을 보기 시작하면 뮤지컬이 가질 수 없는 그 심오함과 깊이에 그 매력을 형용하기 힘들다는 평가가 뒤이어 계속되었다.
인간세상의 추악함과 아름다움 절절
뮤지컬에서 필자가 가장 사랑하는 목소리의 주인공 콰지모도는 스스로 무척 추하다고 생각해서 감히 여주인공 에스메랄다를 사랑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의 사랑이 너무 고귀하다. 그 누가 그가 가진 외면이 추하다고 그를 비난 할 수 있는가.
겉은 멀쩡해도 얼마나 병들고 아픈 인간이 이 세상에 많은지. 그래서 우리는 더욱 콰지모도를 가슴 아프게 바라보게 된다. 숨죽이며 그를 응원한다. 때로는 눈물로 때로는 환호로 그렇게 울다가 박수치다가 말이다.
15세기를 살고 있는 프랑스 사람들의 사랑이야기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겉으로는 멀쩡한 가식적인 권력자들, 정절 따윈 필요 없이 이사람 저사람 아무렇지 않게 취하는 일회성 쾌락에 탐닉한 사람들, 겉은 남루하고 추레하지만 누구보다 진실 되고 누구보다 인간다운 사람들이 등장한다.
우리 인생에서 어제, 오늘, 직장에서 혹은 학교에서 아니면 사회생활 하다가 혹은 뉴스에서 겪고 듣고 볼 법한 사람들이 나오는 것이다.
결코 멀리 있는 이야기거나 혹은 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어서 내내 너무 공감하게 되는 이야기 노트르담 드 파리 인 것이다. 평론가들은 이 작품을 두고 “자유, 사랑, 소외와 고통, 정의와 존재를 노래한 시“라고 평가했다.
자유를 노래하고 사랑을 노래하고 인간이 중심임을 외치며 부당한 권력에 맞서 싸우던 프랑스 시민의 외침을 그렇게 빅토르 위고는 그려냈다.
약자라고 강자한테 무조건 소외되거나 박해받지 않는 세상을 꿈꿨다. 궁핍과 고통이 더 이상 없는 세상, 그리고 독선과 아집 따윈 더 이상 없는 세상을 그리며 절규했던 것이다. 빅토르 위고는 없어질 수도 있었던 노트르담을 자유와 사랑을 그리며 살려냈다.
그리고 빅토르 위고의 이 아름다운 소설을 아름다운 뮤지컬로 재탄생 시킨이 노트르담 드 파리는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프랑스의 3대 뮤지컬 중 하나가 되었고 사실 뮤지컬이 국내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을 때 이 작품이 한국을 뮤지컬을 사랑하는 나라로 우뚝 설 수 있게 만들어준 작품이기도 했다.
그렇게 노트르담 성당은 빅토르 위고의 소설로 다시 태어났고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 뮤지컬을 보고 노트르담 성당을 방문해본 사람도 엄청나게 많았다.
그곳이 가진 상징적인 위치, 아름다움도 물론이지만 프랑스인들의 역사였고 그들의 자부심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소설을 사랑했던 이들과 음악을 사랑했던 이들에겐 그들이 가진 그들만의 인생이었고 또 역사였었다.
김세경은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제회의를 전공하고 대학에서 문화강의 교수로 활동했다. 월드뮤직 애호가이자 전문가로 지역방송에서 대중에게 월드뮤직을 소개하는 방송인으로 활동했다. 호주에서 아트앤 인테리어 데코레이션 공부를 한후 지역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며 신진작가들과 외국인 화가들을 후원하는 전시를 기획 운영하고 있다.
- "아시아 문화, ACC 박물관에서 간접 체험해요" 2023년 아시아 공예 레지던시 프로그램 워크숍 모습.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이 아시아 문화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박물관 교육 프로그램은 운영해 눈길을 끈다. ACC는 아시아문화박물관의 전시, 소장품 및 아카이브를 연계한 교육으로 시민 곁을 찾아간다.ACC는 다음달부터 6월까지 아시아문화박물관 문화교육실5에서 인도네시아 바틱과 동아시아 출산의례를 주제로 'ACC 박물관 교육'을 운영한다.먼저 '작가와 함께하는 워크숍: 인도네시아 바틱'에서는 아시아문화박물관 상설전시인 '몬순으로 열린 세계: 동남아시아의 항구도시'와 연계해 인도네시아 전통 염색기법인 바틱에 대해 알아본다.이번 워크숍은 지난해 아시아 공예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를 다녀온 이혜미, 오세린 작가가 함께한다.인도네시아의 전통과 자연환경을 생생하게 담은 시간으로 구성했으며, 바틱 직물을 활용해 오브제도 만들어 볼 수 있다. 워크숍은 다음달 11일, 5월 9일, 5월 23일, 6월 27일 4차례 진행된다.'동아시아 출산의례' 교육 포스터.이어 아시아 출산의례를 중심으로 동남아시아의 생활문화를 느껴볼 수 있는 강의도 열린다.이번 교육에서는 동아시아 과거 전통문화와 근현대에 이르는 민간문화를 포함해 출산의례를 알아보는 의식주 문화와 생활풍습에 대해 조명한다.교육은 총 3회 구성돼 있으며, 지난해 아시아플러스 연구진이 강사로 참여한다.다음달 16일에는 함한희 무형문화연구원장이 '성과 속의 세계를 넘나드는 출산의례'를 주제로 강의를 펼친다.오는 5월 28일에는 김효경 한남대학교 중앙박물관 특별연구원이 '한국 출산의례와 설화 속 삼신이야기'를 주제로, 오는 6월 25일에는 한남수 선문대학교 교수가 '붉은 색의 두 얼굴, 중국의 출산의례'를 주제로 강의한다.ACC가 아시아문화박물관 상설 전시실을 개편해 지난 1월부터 선보이고 있는 '몬순으로 열린 세계: 동남아시아의 항구 도시 전시'에서는 계절풍을 따라 동남아시아의 해상 실크로드에서의 교육과 문화교류, 항구도시에서 만들어낸 고유한 문화 쁘라나칸과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화려한 그림과 조각, 신성하고 초자연적인 힘을 지닌 금속공예품, 열대의 문양을 품은 옷과 직물 공예, 자연에서 채득한 라탄으로 만든 목공예 등 동남아시아 항구도시를 배경으로 그곳에 정착해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신화와 신앙, 집과 옷, 이색적인 일상용품을 만나 볼 수 있다.'ACC 박물관 교육' 참가비는 무료로, 신청은 ACC 누리집(www.acc.go.kr)에서 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이강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은 "ACC는 일반 대중들이 쉽게 아시아문화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아시아문화박물관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 다양성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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