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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감독, 100초씩 100옴니버스 연출···'한국영화 100년'

입력 2019.04.17. 18:40 수정 2019.04.17. 18:46 댓글 0개
왼쪽부터 배우 안성기, 배우 장미희, 이장호 감독, 유인택 동양예술극장 대표, 오석근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한국영화 100년 기념사업, 이렇게 준비하고 있다.

한국영화100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17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한국영화 100년 기념사업' 경과를 보고했다. 이장호 감독과 배우 장미희가 공동 추진위원장, 배우 안성기가 홍보위원장으로 참석했다. 오석근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유인택 동양예술극장 대표도 추진위 부위원장으로 자리를 함께했다.

장미희 위원장은 "100년을 이어 오며 자신의 삶을 헌신적으로 바친 개척 영화인들과 존경하는 영화적 스승, 많은 분들과 함께 저희는 엄숙하고 진지하게 미래에 대한 희망과 설렘으로 축하의 장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1919년 10월27일 서울 단성사에서 처음 상영된 '의리적 구토'를 한국영화의 시초로 봤다. 장미희는 "3·1운동이 발생한 해 10월27일 한국영화도 태동했다. 최초의 한국 자본으로 제작된 '의리적 구토' 이후 '아리랑'으로 이어지며 한국영화는 시작됐다"며 "'의리적 구토'는 최초로 한국 순수 자본으로 제작됐기 때문에 그것을 기점으로 했다. 이전 영화는 조선총독부에서 상영했다는게 한계다. 물론 '월화의 맹서'도 있지만 그 작품은 총독부의 계몽 영화라는 점에서 한국 영화의 시초라고 말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리적 구토'는 박승필 단성사 사장이 제작하고 신극좌를 이끌던 김도산이 각본, 감독, 주연한 연쇄극이다. 간악한 계모가 아버지의 재산을 가로채고 가문을 욕되게 하려 하자 주인공이 의형제와 응보의 칼을 뽑는다는 내용이다.

장미희는 "'영화는 곧 삶의 비평이다'라는 명제는 그때 시작됐다. 저항정신과 자유, 자유에 대한 표현, 자유에 대한 탐구, 이것은 바로 한국영화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영화의 정신적 지형은 바로 그때 1919년 10월27일 기점으로 시작됐다고 생각한다"며 '의리적 구토'의 의미를 짚었다.

이장호 감독은 "'의리적 구토'를 생존해 있는 사람들 중에 본 사람 없다. 다만 전해져 내려 오는 영화 내용을 보면 친일 색깔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 계모가 재산을 차지하려는 가정에서 전처의 아들들이 계모의 흉계를 막는 이야기인데, 그 이야기 속에는 상징적으로 일본의 음모에 투쟁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스크린 독점'에 대한 걱정도 이어졌다. 이장호 감독은 "재벌 기업들이 독점하고 있는 영화 배급과 투자에 의해 나오는 문제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많은 부분들이 시정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문제점은 영화가 철저히 돈의 논리로 제작이 된다는 것이다. 수입 배분도 마찬가지다. 우리들 보기에는 굉장히 다양성이 없고, 작가 성향이 철저히 배제되는 영화들만 계속 나오고 있다. 스피디하고, 폭력적이고, 옛날 헐리우드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익숙한 모습들로 한국영화가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도 우리와 같은 경향으로 영화를 만들다가 '누벨 바그'라는 새로운 경향이 나왔고, 이탈리아에서도 '네오 리얼리즘'이 나왔고, 과거 할리우드가 줄지어 도산할 때 구원투수가 됐던 것이 뉴욕에서 만들어진 '뉴 아메리칸 시네마'다. 그래서 나는 지금과 같은 상업영화가 범람하는 상황에서 한국도 언젠가 관객들의 눈이 높아지고 식상해지면 독립영화밖에 대안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독립영화의 가치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자본의 영화계 독점이 영화의 세대 단절과도 관계된다고 주장했다. "과거에는 지방극장에서 선매를 받아 그 돈으로 제작을 했다. 때문에 영화 제작자와 영화 감독들이 굉장히 가까이 밀착돼 영화를 제작"했지만 "최근 대기업들이 투자하고 제작비가 높아지면서 새로운 기획시스템이 되고, (과거와 달리) 기획자들이 앞장서서 영화를 선도하게 되니 저절로 젊은 제작자들에 의해 선택권이 주어지게 됐고, 나이많은 제작자들이 소외됐다"고 비판했다.

관객층도 분석했다. 이 감독은 "제일 중요한 것은 관객들이 이전 관객들과 판이하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어느 시대든지 젊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는데 지금 젊은 관객들은 예전 관객들과 완전히 다르다. '신인류'라 할 정도로 자기주장이 강하고, 자기가 '갑'이라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영화에 세대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한국영화 100년과 관련해 많은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100년 기념영상 제작(100인 100편 옴니버스 영상, 한국영화 100년 기념 다큐멘터리), 한국영화 100년 100경 사업, 한국영화 100년 인명사전 제작, 한국영화 100년 기념 국내외 특별 상영회 등이 예정돼 있다.

100년 기념영상 제작은 한국영화 감독 100인을 선정, 한국영화 100년을 기념하는 100초짜리 영상 100편을 제작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다큐멘터리에는 한국영화 100년사의 주요 사건과 인물 등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 100년을 전망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다큐멘터리 제작과 관련해 영화 '아리랑'(1926)과 '만추'(1966)에 관한 질문도 이어졌다. 이장호 감독은 "신상옥 감독이 탈출한 다음에 '만추'와 '임자없는 나룻배'(1932)를 봤다는 소리를 했다. '아리랑'은 북한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 과거 일본 총독부 직원의 아들이 관련해 많이 소장하고 있다고 해서 우리가 가서 조사했다. 그때 북한에서도 '아리랑'을 찾기 위해 왔다는 걸 보니 아리랑은 북한에서도 갖고 있지 않은 걸로 짐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100인 100편 옴니버스 영상제작과 관련해 "100명 감독 옴니버스 영화는 한국영화감독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에서 33명씩 총 100명을 선정할 예정이다. 지금 70명 정도가 선정됐다"며 "여성감독과 남성감독을 정확히 50명씩 선정할 예정인데, 이 땅에서 영화가 시작된 100년 동안 영화계 안에서, 영화 내용 속에서 여성들이 소외되고 차별받았던 점을 배려하고, 앞으로는 남녀가 대등하게 나가자는 취지에서 50명씩 선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성감독 중에서는 이미례 감독의 참여가 확정됐다. 원로 감독들을 포함해 강제규 감독, 이준익 감독, 윤재균 감독 등도 참여를 약속했다. 위원회는 이달 안으로 감독 선정을 마치고, 5월부터 개별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다. 제작이 완료된 후에는 7월 초부터 매일 한 편씩 유튜브를 통해 소개된다. 감독당 100초씩 만들면, 약 84분짜리 2편이 완성된다.

한국영화 100년 100경에 사업에도 관심이 높다. 위원회 관계자는 "기존의 한국영화 100선과 한국영화 100인을 넘어서는 한국영화 100년을 대표하는 영화·영화인·사건 100가지를 선정해 카드뉴스, 영상클립, 출판까지 하는 사업"이라고 전했다.

위원회는 100년 사업의 최종 결과물로 10월 26, 27일 광화문 광장에서 '위대한 한국영화 100년'(가제)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영화 100년 기념 페스티벌을 연다는 계획이다.

안성기 위원장은 "기념사업 당일 많은 배우들이 국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자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27일 우리 영화의 날을 맞아 그동안 국민들, 관객들이 보여준 사랑에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영화계 선배님들을 기리고 추억하는 자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위원회는 기념사업을 위해 영화 발전기금에서 15억7000만원을 확보한 상태다. 사업별로 후원과 협찬을 통해 필요한 재원을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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