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금호와 호반

입력 2019.04.17. 18:08 댓글 0개
김종석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대표이사

최근 지역민의 입장에서 가장 핫한 기업뉴스는 금호와 호반 관련 일 듯싶다. 두 기업 모두 향토기업으로 관심이 깊어서다. 물론 그만그만한 다른 향토 기업들이 있지만 금호는 운수업을, 호반은 주택건설업을 바탕으로 성장하면서 지역민의 호주머니 자금이 밑바탕이 되서 더욱 그렇다.

폭풍성장의 빛과 그림자

먼저 주초에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한때 재계 서열 7위였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분리 매각을 결정한 것.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금호리조트로까지 번질 유동성 위기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는 자구책이었다. 향토기업 중 대기업군(재계서열 14위)에 속한 금호의 아시아나 매각 소식은 지역민들에겐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사실 그동안 금호는 지역민의 애증을 대변해 왔다. 그룹의 모태랄 수 있는 금호의 택시와 고속버스 사업은 어려운 시절 지역민의 호주머니 속 ‘차비’로 성장했다. 이후 건설, 석유화학공업, 항공, 타이어제조업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그룹은 쟁점에 달했다.

하지만 폭풍성장이 자만을 낳았을까.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을 인수·합병 하는 공격적인 경영 과정에서 ‘승자의 저주’를 불러왔다. 무리한 인수가격과 2008년의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파고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들어가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형제의 난’은 금호석유화학과 2015년 결별을 하기에 이르렀다. 아시아나가 매각되면 창립 73주년을 맞는 금호는 4조5000억 규모의 중견기업으로 추락할 것이란 예상이다.

금호의 성장을 지켜본 지역민의 입장에서 착잡하기 그지없다. 지역민의 입장에서 ‘폭풍성장’과정에서 자부심의 ‘빛’의 이면에는 서운함의 ‘그림자’도 많았기에 더욱 그렇다. 광천터미널땅 매입 과정과 신세계 광주점 임대, 금호문화원 운영포기 등이 그것이다. 특히 금호산업이 1999년 광주 월드컵경기장 부정 입찰로 말썽을 빚으면서 실망이 정점에 달하기도 했다.

금호의 아시아나 항공 매각이 결정되기 전인 지난달 한 저녁 사석. 모 대학 부총장의 금호와 호반 관련 발언이 생생하다. “지역민의 애증을 먹고 자란 금호가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 지금처럼 간절한 적이 처음이다. 호반도 금호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텐데…” 그때 광주시가 민간공원 특례 2단계 사업 중 중앙공원 2지구 우선협상자 선정과정에서 1위 업체인 금호를 탈락시키고, 2위업체인 호반에 우선협상권을 넘긴 직후였다. 부총장은 광주시 공무원의 행정실수에 대해 재공모 없이 호반을 선정한 것에 대해 금호가 어떤 이의제기도 하지 않은 상황을 빗댄 것이다. 호반이 향토기업 강자로 떠오른 상징적인 사건이다.

금호가 ‘승자의 저주’ 이후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상하리 만큼 호반과는 앙숙관계를 형성해 왔다. 호반이 워크아웃중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기도 했다. 이때 호반은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가지 않는다’ 말을 듣기도 했다. 특히 금호와 호반이 지난 2015년 광주상공회의소 회장 선거를 둘러싸고 벌인 혈전은 지역 상공계 알만한 인사들은 다 안다. 금호가 전임 박흥석 회장을 밀었으나, 호반의 김상렬 회장의 승리로 귀결됐다.

동반 승승장구 기대 커

이처럼 신흥 향토기업의 맹주로 떠오른 호반, 지역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광천터미널 앞 주상복합 건물 건설, 어등산 관광단지조성사업자 포기 등으로 지역민들이 설왕설래하고 있다. 향토기업이 전국의 대기업군으로 성장하는 것은 아주 반가운 일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호반의 매출액이 5조원대를 넘어서면서 금호와 그만그만한 중견기업군이 됐다. 향토기업의 성장도 쇄락도 지역민과 함께한다. 어려울 때는 반드시 지역(정치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에 기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게 주 목적이겠지만 지역과 함께한다는 이미지도 현대사회에 있어 중요하다. 금호와 호반의 동반 승승장구를 기대해 본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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