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호 나남출판 대표 "사상의 저수지 쌓는 정성 40년"
입력 2019.04.17. 16:54 댓글 0개【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언론·출판을 한 지 40년이 됐다. 천둥벌거숭이인 젊은이가 지성의 열풍지대를 꿈꿨다. 사상의 자유가 편견 없이 교통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이 화두로 젊은날을 고민하면서 보냈다. 그러나 지성은 아직도 칼집에 녹슬어 있고, 야성은 머리 깎인 삼손처럼 되었는지 모른다."
조상호(69) 나남출판사 대표가 17일 '숲에 산다' 출간 기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40여년 간 3500여권의 책을 만든 여정을 담은 책이다. 조 대표는 "나남출판사를 1979년 창립했다. 튼튼한 사상의 저수지를 쌓는 정성으로 원고를 읽고 책을 펴냈다. 세속의 유혹을 뿌리치며 숨 쉴 공간으로 조성한 나남수목원에서 나무를 심고 생명을 가꾸었다"고 돌아봤다.
"책 속에서 내가 가지 못했던 길을 가는 사람들의 땀 냄새에 취하면서, 사람다운 사람을 만들고 책다운 책을 만들어야겠다는 자기암시로 견뎌낸 시간들이었다. 출판을 통해 어떤 권력에도 꺾이지 않고 정의의 강처럼 한국 사회의 밑바닥을 뜨거운 들불처럼 흐르는 어떤 힘의 주체를 그려보고자 했다. '나남이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만듭니다'라는 창업의 깃발은 '나남출판사의 책은 쉽게 팔리지 않고 오래 팔립니다'라는 사훈과 함께 오늘도 힘차게 창공에 휘날리고 있다. 나남출판이라는 지성의 저수지를 어떤 세파에도 무너지지 않게 튼튼하게 쌓으려면 먼저 낮은 곳에 임하는 겸손을 배워야 했다. 따르고 싶은 올곧은 선배들을 저자로 많이 모실 수 있는 행운도 같이 했다."
조 대표가 수목원에서 생명을 가꾼 지는 10년이 됐다. "세속의 크고 작은 유혹을 견디며 숨 쉴 수 있는 출구로 나남수목원을 만들었다. 직접 나무를 심고 가꾸고 있다. 숲에 살면서 계절의 순환에 호흡을 맞추며 피고 지는 수목들의 숨결을 책 속에 고스란히 담았다. 이 땅에 없는 것을 찾던 스무 살 청년의 기억부터 오늘날 나남을 이루어낸 뼈대도 논했다. 독자들이 글을 따라가면 나무가 책이고 책이 곧 나무인 거대한 숲을 만나게 될 것이다."
"여름의 숲에는 녹색의 향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름나무들의 꽃구경은 이팝나무의 하얀 꽃에서 시작한다. 백일 가까이 피고 지는 붉은 배롱나무의 꽃그늘로 여름은 화려해진다. 귀하다는 노각나무의 하얀 꽃, 연약한 기에 흐드러지게 피는 으아리의 흰 꽃이 뒤이어 핀다. 선비목이라는 회화나무 가 하얀 꽃을 피워야 여름이 간다."
"산들이 하얀 고깔을 썼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제국의 통일은 이게 하는 것이라고 이불을 덮고 시치미를 떼고 있다. 계곡을 감추고 바위까지 눈으로 덮은 산등성이도 부드러운 곡선을 뽐낸 다. 설원에 부딪혀 꺾인 햇살이 눈을 찌른다. 애지중지 기르는 자작나무들의 하얀 몸통에 반사된 빛인지도 모른다." 418쪽, 2만2000원
조 대표는 "나남출판은 내 스스로의 자연 채무를 갚는 마음으로 출판의 창을 통해 한국사회를 인식해 가는 작은 기록"이라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어쩌면 칭기즈칸의 말채찍을 빌려 지적 유배의 어두운 동굴을 박차고 나가고픈 자기 입증의 궤적일지도 모른다. 진흙밭에 연꽃을 피우자는 꿈도 아니었는데 세상에 없던 것을 찾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뒹굴었다. 어쩌면 책은 나무다. 우리들은 지구의 소풍이 끝나면 어느 별로 돌아가겠지만, 곱게 늙어가는 나무는 수백년 지구의 주인답게 이 자리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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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 문화, ACC 박물관에서 간접 체험해요" 2023년 아시아 공예 레지던시 프로그램 워크숍 모습.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이 아시아 문화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박물관 교육 프로그램은 운영해 눈길을 끈다. ACC는 아시아문화박물관의 전시, 소장품 및 아카이브를 연계한 교육으로 시민 곁을 찾아간다.ACC는 다음달부터 6월까지 아시아문화박물관 문화교육실5에서 인도네시아 바틱과 동아시아 출산의례를 주제로 'ACC 박물관 교육'을 운영한다.먼저 '작가와 함께하는 워크숍: 인도네시아 바틱'에서는 아시아문화박물관 상설전시인 '몬순으로 열린 세계: 동남아시아의 항구도시'와 연계해 인도네시아 전통 염색기법인 바틱에 대해 알아본다.이번 워크숍은 지난해 아시아 공예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를 다녀온 이혜미, 오세린 작가가 함께한다.인도네시아의 전통과 자연환경을 생생하게 담은 시간으로 구성했으며, 바틱 직물을 활용해 오브제도 만들어 볼 수 있다. 워크숍은 다음달 11일, 5월 9일, 5월 23일, 6월 27일 4차례 진행된다.'동아시아 출산의례' 교육 포스터.이어 아시아 출산의례를 중심으로 동남아시아의 생활문화를 느껴볼 수 있는 강의도 열린다.이번 교육에서는 동아시아 과거 전통문화와 근현대에 이르는 민간문화를 포함해 출산의례를 알아보는 의식주 문화와 생활풍습에 대해 조명한다.교육은 총 3회 구성돼 있으며, 지난해 아시아플러스 연구진이 강사로 참여한다.다음달 16일에는 함한희 무형문화연구원장이 '성과 속의 세계를 넘나드는 출산의례'를 주제로 강의를 펼친다.오는 5월 28일에는 김효경 한남대학교 중앙박물관 특별연구원이 '한국 출산의례와 설화 속 삼신이야기'를 주제로, 오는 6월 25일에는 한남수 선문대학교 교수가 '붉은 색의 두 얼굴, 중국의 출산의례'를 주제로 강의한다.ACC가 아시아문화박물관 상설 전시실을 개편해 지난 1월부터 선보이고 있는 '몬순으로 열린 세계: 동남아시아의 항구 도시 전시'에서는 계절풍을 따라 동남아시아의 해상 실크로드에서의 교육과 문화교류, 항구도시에서 만들어낸 고유한 문화 쁘라나칸과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화려한 그림과 조각, 신성하고 초자연적인 힘을 지닌 금속공예품, 열대의 문양을 품은 옷과 직물 공예, 자연에서 채득한 라탄으로 만든 목공예 등 동남아시아 항구도시를 배경으로 그곳에 정착해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신화와 신앙, 집과 옷, 이색적인 일상용품을 만나 볼 수 있다.'ACC 박물관 교육' 참가비는 무료로, 신청은 ACC 누리집(www.acc.go.kr)에서 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이강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은 "ACC는 일반 대중들이 쉽게 아시아문화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아시아문화박물관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 다양성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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