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낙태’ 이제는 맘 편하게 해도 되는가

입력 2019.04.16. 15:21 수정 2019.04.16. 16:11 댓글 0개

최근 헌법재판소는 낙태행위 처벌규정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했다. 70여년동안 낙태행위를 한 의사, 산모 모두 범죄행위를 한 것인데 이번 헌재결정으로 범죄자신세를 면하게 됐다. 이제는 마음 놓고 태아를 살해해도 될까. 헌법재판소 결정이 낙태행위에 면죄부를 주었을까. 낙태란 태아를 죽이는 행위이다. 태아도 사람인지 쉽게 판단할 문제는 아니지만 살아 숨쉬는 생명체이기에 살해하는 행위를 두고 수많은 고민을 하게 한다.

오랜기간 논란에 논란을 거듭한 낙태문제가 헌법재판소 결정을 통해 해결의 물꼬를 텄다. 하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했을 뿐 모든 문제를 다 정리한 것은 아니다.

감옥에 보내는 형사처벌 등 국가권력의 행사가 헌법에 부합하는지 헌법재판소는 최종적인 결정권한을 갖고 있다. 최근의 헌재결정은 태아살해행위를 국가가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형사처벌 하는 것을 두고 헌법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뿐이다. 나머지 문제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어떤 행위가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것인지 아니면 허용되지 않는 행위인지 그리고 허용되지 않는 행위라면 어떤 형태의 제재를 가해야 하는 것인지 이런 여러 문제를 헌법재판소가 모두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낙태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행위인지에 대해서도 헌재가 결정하지 않았고 결정할 사항도 아니다. 우리 국가구성원들은 누구나 언제든지 낙태행위가 바람직한 행위인지 토론하고 자신들의 견해을 밝히고 소신을 가질 수 있다.

이번 헌재결정은 낙태행위에 관해 징역형 등 형법으로 제재하는 것이 잘못이라고 했을 뿐 민사 등 타 제재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예컨대 산모가 태아를 살해하여 상속분 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했다면 그 산모는 상속결격(민법 제1004조 제1호)이라는 민사상 제재를 받을 수 있는 길은 여전히 열려 있다.

낙태죄에 관한 헌재결정 못지않게 사회적 파장이 컸던 것으로 간통죄 형사처벌규정에 관한 헌재결정이 아닌가 생각된다. 배우자 있는 사람이 배우자 아닌 사람과 성행위하는 것을 감옥에 가두는 방법으로 제재하는 것이 헌법에 맞지 않는다는 결정이었다. 이 헌재결정이 간통행위에 관해 면죄부를 준 것이 결코 아니다. 단지 형사처벌하는 것이 잘못임을 밝혔을 뿐이다.

배우자 있는 사람이 배우자 이외의 사람과 성행위하여 혼인이 파탄에 이르렀으면, 즉 혼인관계파탄 이전에 배우자 이외의 사람과 성행위를 하여 그 혼인에 파탄을 초래했다면 민사상 불법행위가 되어 위자료지급이라는 민사상 제재를 피할 수 없다(민법 제750조). 혼인중에 혼외성행위에 면죄부를 준 것이 결코 아니다.

오늘날 민주국가에서 형법권을 행사하는 국가권력은 국민의 의사에 기초를 두고 탄생하며 유지된다. 그렇지만 국가권력은 국민의 사고체계에 영향을 미치고 국민을 계도하는 역할도 한다. 간통죄 및 낙태죄에 관한 헌재결정은 국민들이 간통행위나 낙태행위에 관한 보다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사고를 반영한 것이다. 민주주의 작동원리에 비추어 바람직한 현상이다.

이번 헌재결정으로 낙태가 무작위로 허용되는 것으로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어떤 행위가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것인지 용인되지 않는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헌재의 권한 밖이다. 낙태를 어느 선까지 인정할 지 더 많은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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