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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태어나지 않을권리
입력 2019.04.15. 18:14 수정 2019.04.15. 18:21 댓글 0개“부모님을 고소하고 싶어요”
“여기서 제가 얻는 게 뭐죠? 사슬과 호스 허리띠로 맞고, 듣는 말이라곤 ‘꺼져 개새끼’, ‘쌍놈의 새끼’ 뿐이에요. 사는 게 개똥같아요, 내 신발보다 더러워요”
영화 ‘가버나움(Capernaum)’의 주인공 자인이 세상에 묻는다.
출생신고도 안돼 있어 나이도 알 수 없는, 12살쯤으로 추정되는 베이루트의 시리아 난민소년 자인이 교도소 공중전화로 한 생방송 리얼리티 티비에 부모를 고소하며 던진 질문이다.
꽃 같은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아포칼립스, 심장이 먹먹하다.
자인의 부모는 ‘침대에서 잘 수 있고’ ‘더 나을 것 같아서’ 열 살 안팎의 자인의 여동생 사하르를 중년 남성과 강제 결혼시킨다. 어린 사하르가 출산과정에서 사망하자 자인은 남성을 공격했다.
“나를 태어나게 해서요”
왜 부모를 고소했느냐는 재판장의 물음에 대한 자인의 답이다. “더이상 아이를 낳지 않게 해달라”는 자인의 요청에 재판장이 “그만 낳을 것 같다”고 하자 “뱃속의 아이는 태어날 거 아니냐”고 잡아챈다.
“자라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고, 존중받고 사랑받고 싶었다”는 자인은 “그러나 신은 그걸 바라지 않고 우리가 바닥에서 짓밟히길 바란다”며 “뱃속의 아이도 나처럼 될 것아니냐”고 반문한다.
올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에 빛나는 가버나움은 무슬림 여성감독 나딘 라바키의 베이루트 빈민가 아이들에 대한 4년여의 탐사보고서다. 자인을 비롯한 많은 등장인물들은 현지 난민인 비전문 배우들로 그들의 고통스런 삶을 담았다. 아동매매, 아동노동, 착취, 부패의 사슬이 극단화된 난민사회를 보여주면서도 값싼 동정을 유발하는 ‘빈곤 포르노’로 전락하지 않고 인간의 존엄과 사회의 의미를 묻는다.
우리로치면 초등학교 고학년 또래인 자인이 약물과 어른들의 거친 세계 속에서 생존해가는 모습은 ‘사랑받고 존중받을 권리’에 대한 절절한 질문을 던진다.
자인의 고소는 부모에 대한 원망의 문제가 아니다. 맑은 눈망울로 ‘태어날 아이도 나처럼 될 것’이라는 어린 소년의 절망은 생명의 존엄성에대해 묻는다..
지난 11일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 불합치 판정을 내렸다. 내년말까지 관련 법을 개정하라는 권고다.
여기에 한가지 더해졌으면 싶다. 우리사회 자인 같은 아이들의 존엄성을 지켜줄 장치를 사회가 마련하라고.
낙태를 반대하는 이들은 뱃속 태아의 생명권을 강조하며 지금도 반대입장이다. 그런데 무방비로 세상에 던져진(태어난) 아이들의 존엄성은 어쩌자는 것인가. 존중받으며, 사랑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방안도에 대해 우리사회는 고민이나 했던가.
낙태문제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라는 도식화된 틀로 한정할 수 없는데는 이처럼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여러 사회요인들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우리사회의 방치되고 외면받는 수많은 아이들의 들리지 않는 비명과 신음소리를 외면하면서 생명권을 외치는 것은 위선이나 다름없다. 누구도 그 아이들의 고통을 대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누구라도 이 땅에서 오는 순간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성을 존중받으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우리사회가 만들때까지는 낙태의 전면적 허용이 주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어른들이 망쳐놓은 추악한 사회를 감당하기에 아이들의 눈망울은 너무 해맑다.
아트플러스 편집장 겸 문화체육부장
- [건강칼럼] 대화가 필요해 얼마 전 외과 동문들과 외과 교수들의 동문 이사회 모임이 있었다. 얘기는 자연스럽게 현재 의대증원 사태로 인한 전공의 사직문제로 흘러가게 되었는데, 들어보니 현재 전남대학병원의 상황은 정말 심각한 것 같았다. 예전에 외과의 한 교수당 하루 3~4건씩 하던 위암, 대장암 수술을 보조할 전공의가 없어서, 또한 마취를 해줄 전공의가 없어서 하루에 한 건도 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정형외과는 아예 정규수술은 모두 취소되고 응급수술만 하고 있다고 도 했다. 교수들이 집도하는 수술이 전공의가 없어 혼자서 하다보니 힘들고 더딘데다가 교수 혼자서 전공의가 했던 잡다한 일까지 도맡아 하다 보니 이제 곧 번 아웃 직전이라는 얘기를 들었다.의대 증원 문제로 촉발된 의료대란이 이제는 거의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지금 정부는 물러설 기미없이 계속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이야기만 하고 있으며 전공의들은 돌아올 기미가 없고, 학생들도 기약 없는 휴학으로 이대로 가다가는 전체 유급 직전에 있어 내년에 새로 들어올 신입생과 합해진다면 의과대학 교육은 제대로 될 수 없을 것이고, 졸업생이 없게 되면 공중 보건의나 군의관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다. 얼마 전에 열린 교수들의 전국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20개의 의과대학 및 병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여해 3월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병원 의료진과 직원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아직까지 대학병원 진료는 유지되고 있지만 남아 있는 이들만으로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오래지 않아 대학병원이 무너지면서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은 붕괴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필자는 작년 11월부터 정부와 의료계의 협상에서 의료계의 대표로 의정 협상단장을 맡아 정부에게 현재 붕괴되어 가고 있는 필수, 지역의료의 문제는 필수의료분야에 대한 저 수가와 함께 의료사고에 대한 과도한 형사처벌이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의대증원은 지금 해결책이 아니라고 누차 강조하였다. 또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교육 역량을 감안하여 현재 해마다 증원하고 있는 3058명의 약 10% 정도인 350명 내외로 일단 증원을 더 해보고 점차 2년에 한 번씩 재평가하여 증원 규모를 재조정 해보자고도 비공식적으로 제안하였다. 그리고 의대증원 문제는 밤샘토론을 해서라도 의정 협의체 내에서 논의하여 결정하자고 누차 강조하였다.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일본과 영국도 의대증원을 하였지만 우리나라처럼 의대 정원 조정 과정에서 의사들의 대규모 사직이나 정부의 형사처벌 공언 등 험악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정원 결정 과정에서 의사들을 정책 결정에 참여시키고 합리적인 요구사항이 있으면 수용하였으며, 의대 증원을 점진적으로 하여 늘어난 의대 정원을 가르칠 교육 역량을 충분히 확보한 후에 증원을 하였고, 구체적인 예산 계획을 세워 단계적으로 예산이 얼마나 들며, 어떻게 투입할 것인지를 국민과 의사들에게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였기 때문이다.지금의 의대증원 문제는 수 십년 동안 세계최고를 자랑하던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의 문제점이 곪을대로 곪아 터져버린 것이다. 수 십년간 지속되던 필수의료분야에 대한 저 수가와 함께, 결과가 좋지 않은 의료행위에 대해 과도하게 형사 처벌하는 우리나라만의 특성이 이러한 필수의료 붕괴사태에 직면하게 되었고 그 문제점을 의대증원으로 해결하려고 하면서 이러한 사태가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이러한 문제점이 결국 의사 수의 증원 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지도 정부와 의료계가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할 때이다.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의료인력 수급위원회가 있어 그곳에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수집하여 의료 인력을 결정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너무 숫자에 매몰되지 말고 정부와 의료계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료인력 수급 위원회를 결성하여 우리나라의료의 미래를 위하여 적정 의료 인력을 논의해야 한다.더 이상 국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속히 정부와 의료계가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기를 기대한다. 양동호 광주광역시 의사회 대의원회의장 (연합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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