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세월호 5주기 “팽목항 아닌 곳에 추모 시설은 행정 편의”

입력 2019.04.15. 17:54 수정 2019.04.15. 17:58 댓글 0개
유가족·시민단체, 30평 기록관 건립 주장
진도군·전남도는 ‘중복된다’며 난색 반복
협의 잇따라 불발…정치권 “전면 재검토”
세월호 참사 5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세월호가 인양돼 있는 목포신항에서 추모객들이 세월호 미수습자 5명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srb.co.kr

세월호 5주기를 맞아 팽목항이 또다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참사 당시의 흔적이 보존된 기록관을 팽목항에 건립해야 한다는 유가족·시민단체 의견과 500m 떨어진 서망항에 추모시설이 포함된 국민해양안전관을 건립하겠다는 진도군·전남도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서다.

양측간 협의가 번번히 무산되는 상황속에서 계획 전면 재검토와 함께 정부의 입장조율에 대한 요구가 거세다.

15일 팽목기억공간 조성을 위한 국민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에 따르면 4·16 기록관 건립을 위한 집담회가 지난달 10일 개최됐다.

앞서 지난해 5월부터 팽목항에 기억공간을 마련하자는 시민집담회가 수차례 열렸고 지난 1월부터는 진도군청 앞에서 기자회견도 열린 바 있다.

지난10일 열린 집담회에서 비대위에 참여한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단체는 “팽목항 참사 현장이 진도항 배후지 개발공사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참사 당시의 천막과 물품 등 기록물들 한 데 모아 역사의 현장으로 남길 30평 규모 4·16 기록관이 팽목항에 건립돼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비대위 관계자는 “이미 천주교 광주대교구에서도 팽목성당을 존치하기로 결정했고 일부 국회의원과 청와대 보좌관들 역시 현지에서 얘기들을 듣고 갔다”며 “세월호 참사를 기리는 공간은 3년간 기다림의 장소였던 팽목항이어야 한다. 국민해양안전관 사업과 중복된다는 진도군 입장은 지극히 행정 편의적인 것이다”고 주장했다.

진도군과 전남도는 팽목항을 둘러싼 개발 상황과 맞물려 있어 독단적으로 결정하기 어렵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팽목항 일대는 오는 2020년까지 360억원이 투입돼 선박 정박 시설과 도로를 건설하는 ‘진도항 2단계 건설공사’가 진행중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비대위와 기림비, 표지석, 4·16 공원 조성은 합의했으나 기록관 건물은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다”며 “인근에 국민해양안전관 내에 추모 시설이 포함돼 사업의 중복으로 예산을 승인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만법상 항만부지 내에는 항만시설만 조성되도록 돼 있고 이는 해양수산부 장관이 승인하도록 돼 있다”며 “지자체가 독단적으로 결정하기 어렵다. 기록관 유지 보수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나서서 중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12월 비대위의 요청으로 팽목항 기록관 건립 협조를 약속한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의원은 5주기가 끝나는 대로 관련 당사자들과 모여 협의점을 찾아본다는 입장이다.

송 의원실 관계자는 “세월호 5주기 행사 이후 전남도와 진도군, 비대위 등 당사자들과 한 데 모여 집담회 형식의 의견 수렴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며 “현재까지 나온 기록관 건립 논의를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 양측이 합의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서충섭기자 zorba85@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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