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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기 위해···세월호 선체 어떻게 보존·처리하나

입력 2019.04.14. 06:00 수정 2019.04.15. 13:20 댓글 1개
선조위 활동이후, 후보지 선정외 결정된 것 없어
4.16 가족협의회, 보존·처리보다 진상규명이 우선
선조위 "정부는 권고 틀 내 후속 연구 실행해야"
훼손된 선체 원형 보존해 추모·교육 공간 만들어야
【목포=뉴시스】변재훈 기자 =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사흘 앞둔 13일 오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 세월호가 세워져 있다. 2019.04.13. wisdom21@newsis.com

【서울=뉴시스】김가윤 기자 = 세월호 참사가 올해로 5주기를 맞았지만, 진상규명은 물론 선체 보존·처리 방안 마련도 지지부진하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가 지난해 활동을 마치면서 선체 보존·처리 방안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해 큰 줄기는 잡힌 상황이다. 그러나 선체를 보존할 후보지 5곳을 발표하고 최종 결정을 내린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논의는 사실상 '올 스톱'됐다.

앞서 선조위는 선조위법 시행령 10조에 따라 선체 활용 방안·처리 기술 분석과 관련한 연구 용역을 마쳤다. 선조위가 지난해 8월 발간한 세월호 '선체 보존·처리계획서'에 따르면, 세월호는 손상된 상태인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다만 선체 손상이 심해 선체를 그대로 활용하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필요 최소한으로 이용하되 별도의 부대 복합관을 건축해 교육·추모의 공간으로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선조위는 선체를 보존할 장소로 인천, 안산, 목포, 진도, 제주 등 5곳의 후보지를 제시했지만 최종 확정되지 못했다. 선체 구조 안전성과 보존 장소 접근성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돼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당시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해수부 등 유관기관은 선조위가 마련한 처리 계획안을 바탕으로 선체 보존·처리를 실행하기 때문에 선조위를 이어 출범한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에서 관련한 조사를 진행하지 않는 이상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특조위는 지난해 12월부터 활동을 시작해 진상조사와 선체 보존·처리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진상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선체를 보존·처리할 수 없다는 것이 특조위의 입장이지만, 세월호 선체 부식이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기 때문에 보존·처리 방안에 대한 논의는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선조위는 보고서를 통해 "조사가 끝난 이후 선체보존·처리 사항을 검토한다는 것은 시간·장소적 제약 요건, 처리 기술 및 방법 등 여러 가지로 많은 문제들이 상존하는 관계로 사전 검토가 필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정부는 세월호 선조위의 권고 틀 내에서 후속 연구와 조치를 실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진도=뉴시스】변재훈 기자 =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나흘 앞둔 12일 오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2019.04.12. wisdom21@newsis.com

문제는 선체 보존·처리 방안를 둘러싸고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길이 145.61m·폭 22m·높이 27m에 이르는 선체를 보존하고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지역 주민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의 경우 사고 후 유족들은 중심으로 추모사업을 추진했으나 지역주민들이 혐오시설이라며 반대하는 바람에 지자체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5년을 끌었다. 이후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를 건립하고 조형물을 세워 추모시설을 만들었지만 최근까지도 인근 상인과 갈등을 빚고 있다.

미수습자 가족이나 유가족들은 선체를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해 상업용도가 아닌 추모·기억할 수 있는 교육의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관계자는 "(선체를 보존할 시)목포나 진도 등 지자체가 연 50억에 달하는 예산을 부담하기에는 부담스러워 수익창출을 위해 관광사업 쪽으로 활용하자는 얘기가 나올 텐데 그것에 대해선 반대"라며 "아직 진상규명 중이기 때문에 내부에서도 결정된 건 없지만 선체 있는 그대로를 보존해서 안전 교육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선조위가 보고서에서 밝힌 대로 선체를 그대로 보존해 교육·추모의 공간을 만든다는 원칙 하에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 지난해 말부터 시작한 특조위 활동이 길게는 내년 연말까지 진행될 것으로 보여 그때까지 본격적인 대책 마련은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수부 관계자는 "선조위가 선체처리 계획안을 마련하고 해수부에서 이행하게끔 돼있는데 후보자 5개만 정하고 최종 후보지가 결정이 안 된 상황이라서 이행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 있지 않다"며 "가족들도 현재 선체처리계획을 언급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현재로서는 조사가 우선"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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