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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면 막장 드라마? 5시간 17분 인천 대혈투 재구성

입력 2019.04.13. 01:42 수정 2019.04.13. 07:30 댓글 0개

상처 뿐인 대혈투였다.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가 첫 만남부터 막장 드라마를 썼다. 최근 수년 전부터 만나면 이상하고도 진기한 경기를 벌이는 양 팀은 2019시즌도 어김 없었다. 지난 12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1차진을 벌여 역전-재역전-재재역전을 주고 받는 혈투를 벌인 끝에 4-4 무승부를 기록했다. 나란히 6이닝 1실점을 호투한 제이콥 터너(KIA)와 브록 다익손(SK) 선발투수들이 잘 던지고 물러나자 경기가 혈투 양상으로 흘렀고 장장 5시간 17분짜리 막장 드라마였다. 

▲SK 잔루 21개...네 번의 만루 실패

SK가 결정적인 만루 찬스를 네 번이나 놓쳤다. 1회말 2사 만루, 3회말 1사 만루를 살리지 못했다. 최정은 1회는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나더니 3회 1사 만루에서는 잘 맞은 타구가 유격수 정면으로 날아갔다. 이날 경기의 시나리오를 압축하는 두 장면이었다. SK는 연장 10회말에서도 고종욱의 동점 3타와 이어진 볼넷 2개로 만든 만루에서 김강민의 3루 뜬공으로 물러났다.

연장 12회말에서도 고종욱의 안타와 볼넷 2개로 잡은 마지막 만루에서도 강승호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SK는 10안타와 15개의 사사구를 얻었으나 단 4득점에 그쳤다. 잔루가 21개나 됐다. 작년 삼성이 세운 22개 잔루 기록을 세울 뻔했다. KIA도 12안타와 2볼넷을 얻었으나 10개의 잔루를 생산했다. 고종욱은 5안타 3타점을 쳤는데 정작 자신은 단 한번도 홈을 밟지 못했다.

▲KIA 젊은 불펜의 위기

KIA 선발 제이콥 터너는 6이닝을 1실점으로 막고 내려갔다. 이제는 젊은 불펜이 등장할 차례. 고영창이 7회를 1볼넷만 내주고 막았다. 좌완 필승맨 하준영이 8회 바통을 이었다. SK의 뒷심은 무서웠다. 2사후 허도환과 김성현이 볼넷을 골라내자 대타 이재원의 동점타, 고종욱의 역전타가 이어져 3-2로 경기를 뒤집었다. 하준영은 최정과 강승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나서 갑자기 제구가 흔들려 역전을 허용했다. 

KIA가 10회초 힘들게 한 점을 뽑아 4-3으로 재 역전에 성공했다. 소방수 김윤동을 10회말 올렸다. 그러나 올해 끝내기 승리만 5번을 기록한 SK도 포기는 없었다. 선두타자 배영섭이 2루수 옆으로 빠지는 안타를 날렸다. 2루수 안치홍의 수비가 아쉬웠다. 김윤동은 김성현과 이재원을 삼진과 범타로 요리하고 경기를 끝내는 듯 했다. 그러나 이미 3안타에 역전타를 터트린 고종욱에게 좌중간 3루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했다. 블론세이브였다. 

▲최정과 김성현의 뼈아픈 실책

역전에 성공한 SK는 기세 등등했다. 불펜투수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었다. 가장 좋은 소방수 김태훈을 9회에 올렸다. 첫 타자 이창진을 볼넷으로 내보낸 것이 화근이었다. 2사후 도루를 허용해 개운치 않은 뒷만을 남겼다. 홍재호의 내야안타를 걷어낸 최정이 그만 1루에 악송구를 했다. 2루 주자는 3루를 돌아 홈을 밟았다. 무리한 송구였다. 기세가 오른 KIA는 10회초 유격수 김성현의 실책으로 1루를 밟고 안치홍의 안타로 무사 1,3루 기회를 만들었다. 1사후 유재신의 투수 강습 안타로 경기를 뒤집었다. 두 개의 실책이 5시간 17분짜리 혈투 시나리오로 이어졌다. 

▲누가 더 타격을 받았을까? 

양 팀은 출장이 가능한 야수를 모두 소진했다. 특히 KIA는 미출장 선수와 선발을 빼고 출장이 가능한 불펜 요원 8명을 모두 소진했다. 하준영과 김윤동은 열일을 했지만 블론세이브가 뼈아팠다. 하준영은 사흘연속 등판했고 김윤동은 1이닝을 막느라 40개의 볼을 던졌다. 두 선수 모두 13일 경기는 등판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SK도 불펜투수 6명을 내세웠으나 ⅔~1⅓1이닝씩 분담시키며 출혈을 최소화했다. 불펜을 소진한 KIA에게는 상처뿐인 무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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