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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3명 이상 "미투 1년, 성적 농담·비하 줄었다"

입력 2019.04.10. 17:11 수정 2019.04.10. 17:17 댓글 0개
민주노총 여성위 실태조사 보고서 공개
"긍정적 변화 있었다" 남녀 답변 30%↑
여성 응답자 절반 가까이 "별 변화 없어"
"보이지 않는 차별 늘었다" 부정 답변도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민주노총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연 '민준조총 조합원 의식조사 발표 및 조직문화 혁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2019.04.10s.won@newsis.com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미투 운동 이후 1년 간 직장 내 성문제에 대한 인식과 문화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보는 노동자가 절반에 가깝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긍정적 변화가 있었다고 바라본 이들도 남녀 각 3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월 서지현(46·사법연수원 33기) 검사의 폭로로 촉발된 미투 운동이 점차 직장 내 인식을 바꿔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10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여성위원회가 공개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노조 소속 사업장의 조합원 응답자 가운데 "별 변화가 없었다"는 응답자는 여성과 남성 각각 49.1%, 45.4% 였다.

하지만 변화가 있었다고 판단한 응답자 가운데 남녀 각 30% 이상은 "지난 1년간 성폭력 예방과 처리와 관련해 회사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봤다.

또 "좋아진 점도 있고 나빠진 점도 있다는 응답자는 여성 15.7%·남성 17%로 나타났다. "더 나빠졌다"고 본 응답자는 여성 1.5%·남성 0.5%에 그쳤다.

민주노총 여성위는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설문을 진행해 응답자 여성 737명, 남성 1048명의 답변을 분석했다고 밝혔다. 응답자 연령 분포는 40대, 30대, 50대, 20대, 60대 순이었다.

성폭력 예방과 처리에 관한 회사의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본 여성 응답자들은 주요 사례로 '성적 농담이나 여성비하적인 언행이 줄었다', '경영진이 성폭력 예방에 관심을 갖게 됐다', '회식이 줄거나 회식문화가 달라졌다'는 순으로 꼽았다.

남성 응답자들 또한 '성적 농담이나 여성비하적인 언행이 줄었다'는 점을 가장 큰 변화로 봤고 '성희롱예방교육이 강화됐다', '남성 노동자들이 성폭력 문제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는 점 등을 변화의 주된 양상으로 판단했다.

반면 회사 분위기가 더 나빠졌다고 답변한 여성 응답자들은 그 이유를 '성폭력 사안에 대해 남성 노동자들이 더 불편해 한다', '여성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이 더 늘었다', '여성과 일하지 않으려는 경우가 늘었다' 순으로 꼽았다.

사내 분위기 악화에 대해 남성 응답자들은 '여성과 일하지 않으려는 경우가 늘었다', '회식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경우가 늘었다', '여성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이 더 늘었다'고 봤다.

【서울=뉴시스】박미소 수습기자 = 서지현 검사가 지난달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제35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여성운동상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19.03.08. misocamera@newsis.com

민주노총은 "여성 노동자들은 지난 1년간 일터에서 성폭력 사안에 대해 '남성들이 불편해 하는 태도'를 가장 불편하게 느끼고 있었다"며 "일명 '펜스룰', 구조적 차별이 강화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현상도 나타났다"고 언급했다.

집계 결과를 보면 일터 내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인지도는 여성의 경우 20대, 남성은 40~50대가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20대 남성은 같은 연령대 여성들 대비 3분의1 정도 인지도가 낮았으며, 다른 연령대 남성들과 대조해도 낮은 인식 수준을 보였다.

사업장 유형별로는 공기업·공무원 조직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가장 컸고, 학교·병원·금융산업 사업장에서도 부분적으로 달라진 면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건설·식품·금속산업 관련 사업장에서는 성문제와 관련한 문제 제기나 처리, 조직문화 등 측면에서 달라진 면이 없거나 되레 좋지 않은 방향으로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조합원들이 아닌 노조 간부 409명을 대상으로 한 같은 내용의 설문조사에서는 미투 운동 1년간 긍정적 변화가 있었다는 평가가 상대적 다수를 이뤘다.

민주노총은 이 같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성희롱·성폭력 예방과 대응을 위한 제도, 기구 혁신 ▲성희롱 예방 교육 전면 재편성 ▲펜스룰과 여성배제에 대한 대응 ▲민주 노동운동에서의 성평등 의미에 관한 새로운 모색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설문 조사 내용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미투 운동과 함께한 민주노총 1년, 변화와 전망' 토론회에서 공개됐다.

토론회에는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민대숙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이사 등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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