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양육을 통한 ‘역지사지(易地思之)’, 사회성 발달의 열쇠

입력 2019.04.09. 08:31 수정 2019.04.09. 08:32 댓글 0개
김경란의 교육칼럼 광주여대 유아교육과 교수

앨리슨 고프닉은 실험을 통해 “여섯 살 정도의 어린 아이도 사람마다 믿음이나 생각, 욕구가 다르기 때문에 사람마다 행동이 다양한 것을 안다”고 하였습니다.

고프닉은 4세 유아에게 토끼 인형이 들어있는 바구니를 보여주었습니다. 토끼인형에게 얼룩말인형을 보여주면 토끼인형이 무서워서 몸을 떨도록 하였습니다.

그런데 토끼인형은 코끼리 인형을 보여주면 좋아하였습니다. 그리고 토끼인형이 들어있는 바구니 속에 코끼리인형과 얼룩말인형을 넣어주면 토끼인형이 무서워하였습니다.

이런 실험을 하는 동안 대부분의 아이들은 토끼인형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려고 바구니 속에 있던 얼룩말인형을 모두 꺼냈습니다.  

실험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사람은 살아가면서 공동체 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동안 상대방이 행복한지, 화가 났는지, 슬프거나 실망하지는 않았는지 알고, 상대방의 감정에 적절하게 반응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타인의 마음과 욕구를 알아차리고 타인과 유사한 정서를 알고 상대방이 편안해지도록 돕는 방법을 실천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유아기에는 자신의 감정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감정은 태어나면서 저절로 발달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통하여 학습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끔 부모님은 “우는 아이는 나쁜 아이야!” 혹은 “친구와 사이좋게 놀아야해!” 그리고 “화를 내면 안 돼!”등의 이야기로 아이의 감정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울거나 화내는 행동, 또래와의 갈등처럼 부정적인 정서가 다 나쁜 것이라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이때 양육자의 중요한 역할은 아이의 부정적인 감정을 긍정적으로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을 해석하여 알려주어야 합니다.  

2~3명의 아이가 함께 놀다가 갈등이 발생하면 부모님이 갈등중인 아이들이 각자 느낄 수 있는 기분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줍니다.

“빨간 자동차를 가지고 놀고 싶었는데 정민이가 먼저 가지고 있어서 민지가 빨간 자동차를 빼앗던 거구나!” 라고 먼저 아이들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해주고, 함께 놀이하는 또래에게 화를 내는 아이가 자신의 분노를 언어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모든 아이가 가지고 싶은 놀잇감의 수가 제한되어 갈등이 발생한 경우에는 아이들이 함께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새로운 놀이를 생각하도록 도와줄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놀잇감을 갖고 싶지만 모든 아이가 동시에 여러 개의 놀잇감을 가지고 놀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또래의 놀잇감을 빼앗아 움켜잡으며 떼를 부리는 일은 언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일입니다. 이럴 때 부모는 아이들 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보다는 갈등상황인 아이들의 기분을 말로 이야기해주고 타인의 기분을 언어로 설명하면서 자녀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습니다.

고함을 지르던 아이들이 잠시 조용해지면, 부모님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앉아 대화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놀잇감을 빼앗겼을 때 빼앗긴 아이의 기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 줄 수도 있습니다. 이야기를 듣는 동안 부모님은 자녀가 잘 참았다고 칭찬해주며, 자녀의 감정을 존중해줍니다.

우리 아이들은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우리 아이들은 타인의 입장에서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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