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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전, 이래도 되나

입력 2019.04.08. 17:34 수정 2019.04.08. 17:38 댓글 0개
양기생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결국 외면했다. 그토록 바라고 외치고 애원했건만 끝내 고개를 돌려 버렸다. 한마디 말이나 기약도 없었다. 지역민의 염원과 바람은 허공의 메아리로 되돌아왔다. 서운하고 야속함이 앞을 가린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끓어오른다. 참기가 힘들 정도다.

목 뒷덜미를 붙잡으며 ‘잔류 철회’, ‘시대정신 배치’, ‘상생 외면’ 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처럼 되돌릴 순 없다. 한국전력 프로배구단(KEPCO VIXTORM) 연고지 얘기다.

최대 공기업 한전은 지난 5일 배구단 연고지와 관련 계약을 기존 수원시와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3년이다. 한전은 지역민들이 3년 동안 외쳐왔던 지역 상생 발전과 배구 꿈나무 연계 육성, 실내 스포츠 활성화라는 명분을 철저하게 외면했다.

더욱이 지난 3일 이용섭 광주시장이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한전배구단 훈련장을 직접 방문, 선수들과 간담회를 갖고 전용경기장 및 훈련장 확보, 장거리 이동에 따른 경기력 유지 방안 등의 지원 대책은 깡그리 무시했다.

150만 시민을 대표하는 시장이 시민들의 배구단 연고지 유치 열망을 반영해 한전배구단 발전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는데도 이틀 만에 수원과 재계약을 체결하며 광주시민의 염원을 헌신짝처럼 버린 것이다.

한전의 민낯은 연고지 계약 사실을 알리는 방법에서 제대로 드러났다. 배구단 연고지 수원 잔류를 미리 짜놓은 각본처럼 기습적인 추진으로도 모자라 연고지 재계약 사실을 카카오톡 한통으로 광주시에 일방 통보했다. 한전의 오만함을 여지없이 드러낸 것이다.

최근 한전은 한전공대 설립을 추진하면서 규모 축소와 개교시점 지연 논란, 지자체간 재정지원 경쟁을 부추겨 지역사회에 실망감을 안겨준 바 있다. 이제 배는 떠났다. 배구단 연고지 이전 과정을 보면서 한전의 감춰진 본 모습을 본 것 같아 씁쓸하다. 광주시배구협회가 지적한 대로 한전 배구단이 수도권 공화국의 선봉장이라는 오명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국내 최대 공기업에 걸맞게 처신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가. 한전이 지역주민과 진정으로 상생하는 모습을 기대하는 게 난망한가. 이 시점에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양기생문화체육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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