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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직전 3분영상' 삭제 가능성

입력 2019.03.28. 17:00 수정 2019.03.28. 17:09 댓글 0개
참사 직전 3분 CCTV 공백…고의 삭제 가능성
"해군·해경, 세월호 DVR 수거 과정 조작 정황"
"미리 확인 후 바꿔치기 했을 가능성도 존재"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28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주최한 '세월호 CCTV 조사 중간 발표'에서 박병우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국장이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2019.03.28.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세월호 참사를 규명한 주요 증거물인 폐쇄회로(CC) TV DVR(Digital Video Recorder·영상 저장 녹화장치) 데이터가 조작된 것일 수 있다는 정황이 28일 발표돼 주목된다.

이 발표는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세월호 참사 직전 '3분'간을 담은 영상을 누군가 고의로 삭제했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일단 가능성만 제시된 상태지만 추가 조사를 통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이날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발표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주요 증거물인 폐쇄회로 CC TV DVR이 첫 인양된 시점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해군이 2014년 6월22일 세월호 선내 안내데스크에서 수거했다고 주장한 DVR과 검찰에 증거로 제출된 DVR이 상이한 것으로 의심되는 단서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DVR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와 함께 바다 속으로 침몰했다. 그 다음달 4·16가족협의회는 해경·검찰에 CCTV DVR 수거를 요청했다. 해경이 6월15일 DVR 수거계획 설명회를 진행한 데 이어 해군 해난구조대는 같은 달 22일 CCTV DVR을 인양했다.

세월호 급변침과 침몰, 당시 선내외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증거라고 본 가족협의회는 당시 24일 검찰에 CCTV DVR 증거보전 신청을 했다.

그러나 두 달 뒤인 8월22일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복원된 CCTV 영상이 공개됐음에도 세월호 침몰을 둘러싼 미스터리는 풀리지 않았다. 검찰 복원 결과 참사 발생 약 '3분 전'까지의 영상만 존재해 침몰 원인 및 선내 구조상황을 확인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일부 생존자가 참사 당일 오전 9시30분께까지 3층 안내데스크에서 CCTV 화면이 송출되는 것을 봤다고 증언하면서 당시 상황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이런 가운데 해경이 선박사고 조사의 기초증거임에도 참사 2개월 후에야 CCTV DVR 수거에 나선 것, DVR 수거 경위에 대한 해군과 해경 관계자들의 진술이 객관적 정황과 부합하지 않은 점 등에 대한 의혹이 가중됐다.

이에 특조위가 조사에 나서 2014년 6월22일 해군이 DVR을 실제로 수거하지 않았을 가능성과 해군이 수거했다고 주장한 DVR과 검찰에 증거로 제출된 DVR이 서로 다른 물건일 가능성을 이날 제기한 것이다. 특조위는 이를 종합해 해군과 해경이 DVR 수거 과정에서 진실을 은폐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특조위는 "관련자 진술 및 수중영상 등을 분석한 결과 '2014년 6월22일 오후 11시40분께 안내데스크에서 DVR을 확인하고, 케이블 커넥터의 나사를 푸는 방식으로 케이블과 분리한 본체를 수거했다'는 취지의 해군 관계자 주장을 사실로 보기 어려운 정황과 자료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28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주최한 '세월호 CCTV 조사 중간 발표' 종료 후 장훈 세월호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과 유가족들이 입장 발표에 앞서 DVR(디지털영상 저장장치)를 살펴보고 있다. 2019.03.28. 20hwan@newsis.com

특조위에 따르면 세월호 선체 인양 후 해당 구역 및 이 곳에 대한 뻘 제거 영상을 확인한 결과, 케이블 선만 발견되고 커넥터는 발견되지 않았다. 분리 및 수거작업을 하는 과정, 안내데스크에서 우현 현측까지 DVR을 들고 나오는 과정에서도 DVR은 영상에 한 번도 포착되지 않았다.

또 DVR을 수거한 해군 중사는 "DVR이 너무 무거워서 왼손으로 엄브리컬(연결호스)을 잡고 오른손으로 DVR을 쥔 상태에서 세월호 선체 밖에 대기 중이던 하사가 엄브리컬을 당기는 방법으로 수직상승해 세월호 밖으로 나왔고, DVR을 우현 현측 외판에 올려놨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조위는 그러나 "수중영상을 보면 이 중사는 오른손으로 엄브리컬이 아닌 인도색(가이드라인)을 잡고 식당을 거쳐 까페 창문을 통해 나온 것으로 확인된다"며 "이는 수직상승으로 보기 어렵고 DVR을 세월호 밖, 즉 우현 현측 외판에 올려놓는 장면도 영상에 나타나지 않아 DVR을 아예 가져오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수중영상에 따르면 해군이 수거했다는 DVR은 같은 날 해경이 마대자루에 보관 후 검찰에 이관한 DVR과 손잡이 고무패킹 유무, DVR 전면부 잠금상태 및 잠금부위 훼손 여부 등에서 상이하다고 봤다.

해군이 당초 알려진 것보다 더 빠른 시점에 CCTV DVR을 수거했고, 이 장치에 녹화된 영상도 누군가 먼저 봤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특조위 발표의 요지다.

결과적으로 참사 발생 약 3분 전까지만 기록돼 참사 순간의 선내 상황을 규명하지 못한 세월호 CCTV 영상의 '3분 공백’을 누군가 고의로 만들어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이같은 발표를 접한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는 "경악을 넘어 분노에 치가 떨릴 지경"이라며 "정보기관과 박근혜 청와대가 개입해 CCTV 녹화영상에 손을 댔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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