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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北에 제재 해제 '스냅백' 합의 시도…볼턴이 반대
입력 2019.03.25. 23:02 수정 2019.03.26. 06:12 댓글 0개"트럼프, '제재는 가역적' 내용 포함시 합의 가능하다고"
제재 해제했다가도 北 핵활동 재개하면 되돌린다는 것
"트럼프 신축성 있는 입장…볼턴·폼페이오가 장애 조성"
"볼턴, 입에서 무슨 말 나가는지도 모르고 마구 내뱉어&quo
【서울=뉴시스】김지훈 김태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하노이 선언'에 스냅백(snapback) 조항을 추가할 것을 제안하며 협상 타결을 시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지난 15일 평양의 주북 외교단과 일부 외신을 대상으로 한 회견에 앞서 이러한 협상 내막을 밝힌 '발언문'을 작성했다.
25일 뉴시스가 신뢰할 수 있는 취재원으로부터 입수한 최 부상의 발언문을 보면 "회담에서 우리가 현실적인 제안을 제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문에 '제재를 해제했다가도 조선(북한)이 핵활동을 재개하는 경우 제재는 가역적'이라는 내용을 포함시킨다면 합의가 가능할 수 있다는 신축성 있는 입장을 취했다"고 적혀 있다.
이어 "하지만 미 국무장관 폼페오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볼턴은 기존의 적대감과 불신의 감정으로 두 수뇌분들 사이의 건설적인 협상 노력에 장애를 조성하였으며 결국 이번 수뇌회담에서는 의미있는 결과물이 나오지 못하였다"고 전했다.
북한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직후 하노이 현지 기자회견에서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는 대신 민생 관련 제재를 일부 해제하는 상응조치를 해달라는, '현실적인 제안'을 미국에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최 부상의 발언문과 2차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북한의 요구조건을 수용하는 대신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재를 협상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스냅백 조항 수용을 전제로 '하노이 선언'에 서명할 마음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막아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 부상의 평양 회견에 참석했던 러시아 타스, 미국 AP통신 등 외신들의 보도에는 관련 내용이 빠져있다. 최 부상이 이 문장을 읽지 않았을 가능성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그 배경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렬 직후 기자회견에서 "합의문이 마련돼 있었지만, 오늘은 서명하기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며 "제재 완화 때문에 회담이 이렇게 됐다"고 책임을 북한에 넘겼다. 북한이 '영변 폐기+α(플러스 알파)'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제재 해제를 요구해 협상이 결렬됐다는 게 당시 미국 측의 설명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 소식통은 "스냅백을 고려했다는 것은 상대에 대해 어느 정도 신뢰가 쌓였기 때문에 가능한 발상"이라며 "과거 미국의 '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 프레임을 완전히 깬 것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최 부상의 발언문에는 볼턴 보좌관에 대한 분노와 적의도 고스란히 담겼다.
최 부상은 "제2차 수뇌회담 이후 미국 고위관리들 속에서는 아주 고약한 발언들이 연발되고 있다. 특히 볼턴은 대화 상대방인 우리에 대해 말을 가려하지 못하고 자기 입에서 무슨 말이 나가는지도 모르고 마구 내뱉고 있다"며 "그런 식으로 우리 최고지도부와 인민의 감정을 상하게 할 때 그 후과가 어떠할 것인지, 과연 감당할 수 있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참으로 우려스럽다"고 직격했다.
이 대목도 외신 보도에는 나오지 않았다.
최 부상은 나아가 미국 행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평가도 내놨다. 그는 "미국 측은 조미(북미) 관계 개선이라든가 그 밖의 다른 6·12 공동성명조항의 이행에는 일체 관심이 없고 우리와의 협상 그 자체와 그를 통한 결과를 저들의 정치적 치적으로 만드는 데 이용하려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1일 하노이 멜리아호텔 로비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어디에 기초한 회담 계산법인지, 우리가 지금 이런 회담에 정말 의미를 둬야 하는지 다시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최 부상은 그러면서 "우리의 핵시험이나 대륙간탄도로케트(ICBM) 시험발사를 걸고 나온 유엔안보리사회 '제재 결의'들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결의들을 준수하는 정도에 따라 제재를 강화, 수정, 보류, 해제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문구가 명백히 새겨져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이 우리가 지난 15개월 동안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발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말은 많이 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유엔제재들을 해제하는 조치를 취하지는 않고 오히려 뚱딴지 같이 비핵화 문제까지 꺼들어 넣으면서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제재를 해제할 수 없다'는 얼토당토 않은 궤변을 늘어놓았다"고 주장했다.
최 부상은 아울러 "우리는 이번에 유엔 안보리가 우리의 핵시험과 ICBM 발사를 걸고 만들어 낸 제재결의 제2270호, 제2321호, 제2371호, 제2375호, 제2397호 중에서 민수분야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을 해제하는 부분적 제재완화를 요구했다"고 거듭 확인했다.
최 부상은 발언문 마지막에 "지금도 나는 명백하게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께서는 미국의 계산법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계시며 이러한 협상을 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고 계실 것이라고 본다. 귀국하시는 길에 이런 열차 여행을 왜 또 하겠는가고 하시는 말씀을 들으며 우리 위원장 동지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면서 "명백히 하건대 지금과 같은 미국의 강도적 입장은 사태를 분명 위험하게 만들 것이다. 우리는 미국과 그 어떤 타협도 할 생각이 없으며 이번과 같은 협상은 더더욱 할 의욕도 계획도 없다. 나는 우리 최고지도부가 곧 결심을 명백히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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