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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부펀드, 등돌린 기관·평가손 어쩌나…앞길 '안갯 속'

입력 2019.03.23. 06:00 댓글 0개
주주제안 못하고 ISS도 등 돌려…맥빠진 한진칼 주총
한진칼 주가 하락으로 평가손 '훌쩍'…자본 부담 가중
강성부 KCGI 대표

【서울=뉴시스】이진영 기자 = 한진칼 2대 주주 'KCGI', 일명 강성부 펀드가 오는 29일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조차 못하게 되며 사면초가에 빠졌다.

법원과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가 KCGI에 등을 돌린데다 사모펀드로서 주가가 올라야 수익을 얻을 수 있는데 그간의 노력이 불발, 주가는 부진하다. 향후 KCGI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CGI는 한진칼과 한진의 지분을 확보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전횡을 견제하고 기업 가치를 올리겠다며 주총을 목표로 공세를 벌여왔다. 지난해 11월 한진칼의 2대 주주로 등극한데 이어 최근에는 지분율을 12.8%까지 확대했다. 이에 따라 올해 주총에서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주총장이 가장 격전지로 꼽히며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법원 결정으로 KCGI는 칼을 뽑아보지도 못하게 됐다. 서울고등법원 민사25부는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이 KCGI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를 상대로 낸 가처분 이의 신청에서 KCGI가 오는 29일 한진칼 추종에서 지분을 6개월 이상 보유하지 않음에 따라 주주제안을 할 자격이 없다는 취지로 가처분을 인용했다. 법원은 1심에서 KCGI의 손을 들어줬지만 주총을 일주일여 앞두고 나온 이번 항고심에서는 한진가 편에 선 것이다.

이에 따라 KCGI는 제안한 감사와 이사 선임 및 이사 보수 한도 제한 등의 안건은 표 대결은 커녕 주총 안건으로도 올리지 못하게 됐다. 앞서 3%룰을 지렛대로 활용한 감사 선임 시도도 한진칼의 반격에 고배를 마신 바 있다.

KCGI는 이번 법원 결정에 대해 "2대 주주임에도 한진칼에 사외이사 한 명조차 추천할 수 없게 됐다"라며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염원을 가지고 지금까지 왔으나 거대 재벌의 힘 앞에서 주주제안조차도 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해 무력감을 느낀다"라고 밝혔다.

여기에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가 지난 18일 KCGI의 주주제안 7개 모두에 반대 의견을 내며 KCGI의 힘을 뺐다. 주총에서 이변이 있지 않는 한 한진칼이 승기를 잡았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KCGI의 주주제안이 일단 주총에 올라가야 조양호 회장 반대 세력을 결집시킬 수 있는데 아예 안건에 오르지 못하게 됐다"며 "올해 주총에서는 한진가가 상당히 유리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조양호 회장 측근인 석태수 대표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할지를 두고 '표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ISS도 석 대표 연임 안건에 대해 "조양호 회장 기소 시점에 사내이사로 있으면서 선관주의 의무 이행이 부족했다'며 반대를 권고했다. 한진칼의 3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이사가 회사 또는 자회사 관련 배임·횡령의 죄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때 결원으로 본다'는 제안도 표 대결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주주제안 무산으로 KCGI의 투자자들이 불만을 제기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진칼의 주가는 지난 22일 현재 2만9500원이다. 한진칼 2대 주주로 등극했던 때 주가가 약 3만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평가손이 상당하다는 진단이다. 그간 차입까지 동원해 주식 매입을 해 온 것을 고려하면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KCGI는 한진그룹이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비전 2023'를 발표하게 하고 2018년 배당성향을 순이익의 절반까지 높이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스튜어드십 코드 등과 맞물려 그간 소홀히 다뤄졌던 소액주주 권리의 중요성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을 환기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사모펀드의 특성상 수익을 내야 하는 것이 절대명제인데 효과적으로 전략을 펼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진칼 관계자는 "이번 서울고등법원 패소와 관련해 KCGI는 마치 대기업에 맞서 싸우다 피해를 본 정의로운 약자처럼 호도하고 있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KCGI의 주주제안은 법과 절차에 무지했던 과욕의 결과이며 무책임한 행동주의 펀드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한편에서는 KCGI가 이번엔 주총 문턱에서 미끄러졌지만 다음 주총을 기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이법 법원의 결정에도 KCGI의 한진그룹에 대한 경영 참여 의지가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또한 계속해서 한진칼 지분을 추가 취득하고 있어 향후 주총에서의 의결권이 점점 강화되는 가운데 앞으로의 주총에서는 KCGI가 주주제안 자격을 갖추게 된다"고 진단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KCGI가 소액주주를 결집할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았다"며 "이번 주총에서는 표 대결까지 이뤄지기 힘들 것이고 내년에야 KCGI와 한진칼이 맞붙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KCGI는 올해 주총이 아직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다음 주총과 행보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KCGI는 전일 "이제 나머지 역할은 연기금과 기관, 개인 등 대주주를 제외한 71%의 모든 일반투자자에게 달려있다"며 "대주주의 전횡을 막기 위해 이번 주총에서 동료 연기금, 기관 및 소액주주님들께서 노력해 주실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촉구했다.

min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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