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원작 보호하려고 TV드라마로"···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
입력 2019.03.20. 20:04 댓글 0개···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원작을 읽고 제일 좋았던 것은 첩보 스릴러인 동시에 로맨스였다는 것이다. 나를 처음 매료시킨 특징이 사라지지 않게, 그 요소가 다른 것에 압도돼 희석되지 않기를 바랐다. 긴장과 추격전, 총격전 등 흔한 첩보스릴러의 자극적인 요소들에 묻히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박찬욱(56) 감독은 20일 자신의 첫 TV드라마 연출작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을 이렇게 소개했다. 1979년 이스라엘 정보국의 비밀작전에 연루돼 스파이가 된 배우 '찰리'와 그를 둘러싼 비밀 요원들의 이야기다. 스파이 소설의 대가 존 르 카레(88)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올드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 '아가씨'(2016) 등 영화만 연출한 박 감독이 TV드라마를 택한 이유는 뭘까.
"애초에 영화로 만들 생각을 해봤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120~130분으로 줄이면 작품이 훼손될 것 같았다. 원작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서 TV드라마를 택했다. 책이 굉장히 두껍고 내용이 풍부하다. 이것을 영화로 옮기면 인물을 없애거나 축소해야 했다. 모든 인물이 흥미롭기 때문에 하나하나 다루고 싶었다."
6부작이다. "6개 에피소드도 많이 줄인 것이다. 원작을 원없이 담으려면 10개 에피소드는 만들었어야 될 것 같다. 하하."
지난해 영국 BBC와 미국 AMC에서 방송됐다. 영상 서비스 '왓챠 플레이'에서 29일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 "왓챠플레이에서 드라마 6편이 한 번에 공개된다. 이것이 다른 TV 드라마와 큰 차이인 것 같다. 사실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게 더 좋다. 내가 영화하던 사람이라 그런지 한꺼번에 보면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 같았다."
유럽에서 촬영했다. "로케이션은 재미도 있지만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 사실 작품에는 레바논, 이스라엘, 유고슬라비아 등이 등장하지만 직접 돌아다니면서 촬영할 순 없었다. 영국, 그리스, 체코 등지에서 영리하게 포착해 찍었다. 최소한의 이동경로로 다양한 지역색을 표현하는 게 나에게 큰 도전이었다. 보람있는 작업이었다."
이번 감독판은 방송판과는 완전히 다른 버전이다. 방송 심의 기준과 상영시간 제한에 따라 제외된 다수의 장면을 포함하고 있다.
"기존 방영분과 거의 같은 게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편집 자체가 다르며 배경음도 다르다. 내가 좋아하는 연기와 방송사가 좋아하는 연기가 다를 때도 있었다. BBC는 폭력 묘사에 엄격하고 AMC는 노출과 욕설에 엄격했다. 내 입장에서는 다 빼야 했다. 이를 알고 찍었기 때문에 심하게 자극적이거나 폭력성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찍다 보면 의도하지 않았어도 그렇게 나올 수도 있지 않나. 자연스럽게 두고 싶었는데 억지로 빼야 했던 신이 있었다. 그래서 아쉽게 생각했는데, 감독판에는 내 뜻을 다 담았다."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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