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기고>진정한 ‘주민참여 공론화’ 란 무엇인가.

입력 2019.03.20. 18:47 수정 2019.03.20. 19:00 댓글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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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초기에 신고리5·6호기 공론화가 있기 전까지는 행정 집행과정에서 어떠한 현안을 놓고 토톤, 회의, TFT 등을 통해 결과를 도출해 적용을 하거나, 일정한 규모이상 사업은 주민공청회 등을 거처야 하는 법적 절차를 거치는 게 일반적이었다. 주민공청회는 공고를 하더라도 참석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사실상 동원 형식의 의견 수렴이었다.

광화문광장 촛불시위를 계기로 국민이 평화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광장시대로 접어들면서 비폭력 평화집회 문화가 자리잡았다. 각 지역에서도 광역 및 기초단위 구별할 것 없이 주민이 참여해 새로운 마을 만들기부터 주민참여 예산제 확대, 동장과 면장을 직접 선출하는 주민 참여자치가 확대해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정치적 이해가 엇갈리면서 사람과, 지역민과, 조직 간의 갈등을 풀어야 하고 여기에 주민숙원사업, 대통령과 단체장 공약사업, 중대형 정부지원사업 등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지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분열과 갈등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자치분권, 주민참여, 행정 및 사회혁신을 통해 지자체들마다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자치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신고리5·6호기 공론화를 시작으로 제주도 외국인영리병원 공론화, 대전시 월평공원 민간특례사업 공론화, 부산BRT추진여부 공론화, 교육부 대학입시 공론화, 서울시갈등관리 공론화, 광주도시철도2호선 공론화 등 최근 크고 작은 현안들이 공론조사로 해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론화의 문제점과 장점을 발견할 수 있다. ‘공론화’는 어떤 현안을 놓고 회의하거나 토론하는 것이며, ‘숙의공론화’는 공적인 문제를 깊이 생각하며 충분히 논의 한다는 뜻이다. ‘숙의공론조사’는 여론결과 데이터 값을 내기위한 필요한 조사를 더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앞에서 거론된 각 지역에서 공론화도 대부분 ‘숙의공론조사’ 란 표현이 적절하다.

‘주민참여 숙의공론조사’는 대표성이 있는 주민을 표본 선발해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고 숙의과정을 거쳐 의견을 수렴하기 때문에 대표성 있는 주민이 참여하는 것을 기초로 하고 있다. 이외에도 ‘시민배심원제’는 20명 내외로 구성해 의견을 종합적으로 청취한 뒤 판결하는 형식이고, ‘합의회의’는 15명 내외 시민패널과 특정주제에 대해 전문가들과 질의응답을 거친 후 합의하는 방법이다. 기존 TFT 방법과 유사해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기 때문에 ‘숙의공론조사’를 통해 주민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것이다.

주민참여 숙의공론조사는 첫째 사업계획을 확정하기 전에 계획수립과정에서 조사를 하는 방법과 둘째 사업계획을 확정했으나 주민들 의견이 일치가 되지 않아 갈등 발생 이후에 공론조사를 하는 방법이 있다. 위 두가지중 사업을 확정하기 전에 주민들이 참여해 충분히 숙의 할 수 있도록 숙의공론조사를 반영해 사업추진을 하게 되면 주민과 함께 참여공동체를 형성해 사업기간이 더욱 빨라지는 장점이 있다. 사업 확정 후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보다도, 기간은 1~2개월로 대폭 축소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예산 절감에도 효과적이다.

올바른 숙의공론조사의 원칙은 사회과학 방법론적 원칙을 지키지 못한 공론조사를 수행하면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 결과를 정해놓고 여론수렴을 가장하는 일이 없어야 하며,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의 중립과 함께 용역사와 시행사 등 이해당사자들이 조직적으로 개입해 영향력을 배제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숙의공론조사의 핵심은 어떻게 진행하느냐에 달려있다. 주민참여조사추출, 숙의진행기간, 이해당사자 간의 준비위원회 구성, 주민대표성 표본추출 모집방법, 상호찬반 소통위원회, 숙의공론조사를 이끌어 갈 공론화위원회 구성과 소요예산 편성금액 등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소요예산은 지자체 현안과 참여하는 지역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예산보다도 더욱 중요한 핵심은 주민이 직접 참여해 진정한 의견을 듣는 설계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지방소멸 우려 속에 자치와 분권의 실행과정에 올바른 정보와 자료를 제공하면서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주민이소중하고 지역민 의견을 고귀하게 여기는 시대를 기대한다. 변원섭(한국능률협회 호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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