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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4월초 최고인민회의 때 위성발사로 '美인내심' 시험할 듯

입력 2019.03.20. 10:47 댓글 0개
2012년 2.29합의 후에도 최고인민회의 개막일에 위성 발사
【워싱턴=AP/뉴시스】6일(현지시간)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북한 서해 미사일 발사장 위성 사진 분석을 통해 발사장 복원 움직임이 감지됐다고 전했다. 이번 복원 감지는 지난 2월 28일 결렬된 북미정상회담 이후 진행된 것이어서 북한이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도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다소 실망스럽다"고 말했으며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이 미사일 활동을 시작했다고 단정 짓기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2019.03.08.

【서울=뉴시스】강영진 기자 =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이어져 온 북한과 미국의 신경전이 외교노력의 연장이냐 아니면 긴장이 고조되는 대결전이냐의 갈림길에 섰다.

미국은 회담 결렬 직후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나서서 '빅 딜(big deal)'을 강조한데 이어 대북 강경파로 알려진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연일 언론을 상대로 대북 메시지를 발하고 있다.

메시지 내용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제시한 대로 '선 비핵화 후 제재완화'의 빅딜 요구를 북한이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군축회의에서도 이같은 입장을 강조하면서 북한과 설전을 벌였다.

미국은 그러나 북한이 외교적 노력을 포기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을 취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재개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실망할 것"이라거나 "큰 영향(real impact)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하노이 현지에서 이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부상이 나서서 "미국의 셈법을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던 북한은 말보다 행동에 중점을 두는 모습이다. 하노이 회담 전부터 시작된 서해 로켓발사장 복원 움직임이 이달초 마무리됐으며 조만간 '인공위성'을 발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북한은 또 최선희 부상이 지난 15일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의 요구에 어떤 형태로든 양보할 의사가 없다" "미국과 비핵화 협상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 "미국은 하노이에서 황금같은 기회를 날렸다" "미국과 협상을 지속할 지 그리고 미사일 및 핵실험 중단을 유지할 지를 곧 결정할 것"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향후 북한의 행동계획을 담은 공식 성명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언론을 상대로 한 미국의 대북 압박 총력전에 맞대응한 것이다.

미국과 북한의 대립적 입장은 19일 유엔 군축회의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났다. 일림 포블레티 미 국무부 군축 및 검증, 이행 담당 차관보가 "북한이 안보와 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모든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버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주용철 북한 제네바대표부 참사관은 '비핵화 전 제재 완화 불가'를 주장하는 미국의 입장이 '터무니 없는 것'이라면서 '신뢰를 쌓기 위한 단계적 방법'으로 북미가 이견을 하나씩 해결해야 한다고 맞섰다.

한편 미국과 북한 모두 2017년 '화염과 분노'의 대결전으로 곧장 달려 나가기를 꺼리는 분위기도 역력하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정상회담 뒤 가진 기자회견 이후 북한 문제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독설가로 악명높은 그가 단 한 차례도 북한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은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을 자극해 외교적 노력이 파탄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도 있음을 염려하는 듯하다.

이와 관련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9일 "우리는 북한에 대해 역대 어느 정부가 했던 것보다 강한 제재를 가하면서 동시에 외교적으로도 가장 성공했다"면서 "경제제재와 협상이라는 두가지 노력이 진정으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미국의 입장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다. 제재와 협상을 최대한도로 진행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미국은 내심 이같은 입장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를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미 CNN 방송은 19일(현지시간) 북한이 서해 로켓발사장에서 인공위성을 발사할 경우 트럼프 정부는 비핵화를 위한 외교 노력을 계속해야 할 지 아니면 파국을 각오하고 강경한 입장을 취해야 할 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공위성 발사는 미사일 발사와 기술적으로 동일한 의미를 갖는다. 추진체에 인공위성을 탑재하느냐 아니면 핵탄두를 탑재하느냐만 다를 뿐이다. 유엔 제재 결의가 위성 발사 역시 금지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점 때문이다.

그러나 위성 발사와 핵미사일 시험발사는 정치적 함의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다. 북한은 위성 발사를 '평화적인 우주 개발 활동'이라면서 미국 등 모든 나라들에게 허용되는 활동을 북한에만 금지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주장해왔다.

2012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 금지에 합의한 북미간 2.29 합의는 합의 뒤 1달여만에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함에 따라 무산됐다. 당시에도 미국은 위성발사 역시 미사일 시험에 해당한다면서 북한의 행동이 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했고 북한은 평화적 목적의 위성 발사라고 맞섰다.

북한이 서해 발사장을 복원한 것은 미사일 시험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공위성 발사를 위한 것이 분명하다. 서해 발사장에서는 단 한차례도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명백히 밝히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폼페이오 장관이나 볼턴 보좌관 모두 '핵과 미사일 시험'이라는 표현만을 사용하면서 위성 발사라는 표현은 입에 올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CNN이 보도한 대로 미 정부는 북한의 위성발사 행동을 미사일 시험으로 규정해 협상 중단을 선언할 지 아니면 이후에도 협상을 계속할 지를 두고 고심중인 때문일 것이다.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하더라도 미국이 외교적 노력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이런 고심을 하는 것은 북한이 위성을 발사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북한 역시 미국이 고심할 것이라는 점을 어느 정도 예측하고 서해 발사장 재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북한도 하노이 회담 이후 미국과 외교노력이 중단되는 것을 꺼리지만 미국의 '선 비핵화 후 제재 해제' 입장을 꺽기 위해 파국 위험을 감수하는 '벼랑끝 전술'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담판을 짓겠다고 60여 시간 기차를 달려 하노이로 갔던 김정은 위원장으로선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해 체면이 깎였다. 2011년 권력 승계 이후 상당기간 대미, 대남 강경한 군사적 대결 자세를 보이면서 강력한 지도자임을 강조함으로써 지지 기반을 굳혔던 김위원장으로선 하노이에서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미국에 당당히 맞서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마침 북한은 다음달 초순 제14기 최고인민회의 1차회의를 개최한다. 새로 선출된 대의원들이 처음 모이는 자리다. 2012년 2.29 합의 뒤에도 '위성 발사냐 미사일 시험이냐'를 두고 미국과 논쟁을 벌이다가 그해 4월 13기 최고인민회의 1차회의 개막과 함께 위성을 발사한 적이 있다. 최고인민회의가 새롭게 구성돼 출범하는 시점은 위성 발사에 대한 국내외 주목도를 최대로 높일 수 있는 호기다.

미국의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선임연구원은 하노이 회담에서 김위원장이 제시했던 영변 핵시설 전체 폐기"는 매우 큰 제안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영변을 네차례 방문하는 등 미국의 최고 북한 핵전문가로 꼽히는 그는 영변 핵시설 전체를 완전히 폐기한다면 북한 핵 능력의 70~80%가 사라지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하노이 회담에 앞서 비건 특별대표는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대표와 실무협상과정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비핵화 개념에 어느 정도 동의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이 단계적 비핵화에 동의할 것이라는 기대치를 가지고 하노이 회담에 참석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미국이 입장을 바꿈에 따라 회담이 결렬된 것이다.

위의 모든 상황을 종합할 때 북한은 적어도 상당기간 미국이 주장하는 '선 비핵화 후 제재 해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로선 북한이 위성 발사를 통해 미국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런 뒤에 미국의 태도를 보고 다시 협상에 나설 지 아니면 대결전을 각오하고 추가로 긴장을 고조시킬지 입장을 정할 것이다. 미국이 위성 발사 이후에도 협상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북한도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는 북한의 모습이 이런 예측을 뒷받침한다.

우여곡절 끝에 협상이 재개된다면 영변 핵단지 전체의 폐기와 완전한 비핵화 로드맵을 작성하는 '영변+α' 방안이 출발점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만큼 북한의 비핵화 노력은 한단계 진전되는 셈이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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