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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카르텔청장 "현대-대우조선 M&A, 불황 타개 목적만으론 안돼"

입력 2019.03.20. 10:00 댓글 0개
김상조 공정위원장과 양자회담 직후 한국 기자들과 인터뷰
"생존 목적 합병이라도…소비자 후생 증대시킨다는 것 전제돼야"
【베를린=뉴시스】안드레아스 문트(Andreas Mundt) 독일 연방카르텔청장(가운데)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한-독 양자협의회에 참석한 뒤 한국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공정거래위원회 제공)

【베를린=뉴시스】위용성 기자 = 유럽 경쟁당국의 핵심 관계자들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심사에 대해 다소 보수적인 견해를 잇따라 내놨다.

'국가대표급 조선사'를 탄생시킬 양사의 기업결합에는 중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이 필요한 만큼 유럽 당국들의 입장이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안드레아스 문트(Andreas Mundt) 독일 연방카르텔청장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양자협의회를 마친 뒤 한국 기자들과 만나 양사간 합병을 묻는 질문에 "시장경제에서 합병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방식은 진정한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회사가 침체에 빠졌다고 해서 합병을 통해 회생시키려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합병을 통해 도산을 막을 수 있는지도 검토하겠지만 그것보다 경쟁 기준을 침해하는지를 훨씬 더 엄격하게 보겠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EU집행위원회 경쟁총국 고위 관계자 역시 지난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합병을 하지 않으면 생존하지 못한다는 증거를 (회사측에서) 입증해야 한다"면서도 "그렇다 할지라도 단순히 회사 자체에 이익이 되기 때문에 합병을 하겠다는 논리는 안 된다. 결국 소비자에게 가는 타격이 얼마나 되는지를 중점적으로 보겠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공급과잉 상태에 빠진 조선업의 침체 극복을 위해 '매머드급 조선사'를 만들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게 금융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한국 정부의 논리다. 하지만 유럽 당국이 고개를 젓고 있는 셈이다.

리카르도 카르도소(Ricardo Cardoso) 경쟁총국 대변인 역시 기자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소비자에게 가는 영향이 어떠한지'와 '경쟁이 계속 유지되는지' 등 두 가지"라며 "경쟁자(기업)가 중요한 게 아니라 경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생존을 위한 기업결합이라 할지라도 결국은 최종적으로 소비자 효용에 기여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는 얘기다. 단순히 경쟁력을 높이겠단 식의 기업결합이라면 허용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소비자'에 해당하는 주요 선주(해운사)들은 EU 지역에 몰려 있다. 그만큼 향후 한국 조선업의 기업결합 심사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김상조 위원장이 "어느 경쟁당국보다 한국 공정위가 가장 먼저 결론을 낼 것"이라며 "다른 당국들이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언급한 것 역시 이와 연관돼 있다. 단순히 "우리의 국가대표 기업을 만들겠다"는 식의 접근이면 결코 해외 당국의 승인을 얻어낼 수 없다는 이야기다.

한편 기업결합 심사는 기업들의 인수·합병이 이뤄졌을 경우 경쟁제한성이 발생하는지 여부, 즉 독과점이 생겨날 소지가 있는지를 따지는 절차다. 결합 이후 독과점이 형성될 것으로 판단되면 불허할 수 있다. 독점은 가격 상승을 유발해 궁극적으로 소비자 후생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1, 2위 조선사다. 양사를 합친 세계 선박 수주 점유율은 21% 가량이지만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은 양사가 합칠 경우 점유율이 60% 가까이 된다. 해외 경쟁당국들이 충분히 독과점 우려를 들어 불허할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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